스토리
푸르메재단,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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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장애인 전용공간으로?
[박윤영 채준우의 다르다Go?] “으아아아악! 준우, 문 좀 열어줘 제발!” 이 사건은 평화로운 오후에 벌어졌어요. 몇 초 전만 해도 파리를 거니는 평범한 여행객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그저 공포에 휩싸인 여행객이죠. 바닥에는 물이 점점 차올랐고, 변기는 접혀 들어가더니 엄청난 물줄기가 튀는 게 아니겠어요? 네, 그 변기가 맞아요. 저는 지금 화장실에 갇혀있어요! 유럽까지 와서 이게 무슨 낭패인지 어이가 없었지만, 점점 더 무서워졌어요. 세차장에 맨몸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요? 열림 버튼을 연신 눌렀지만 소용없더라고요.
2024.05.16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내가 일할 수 있는 이유
“전 어른이 되면 웹디자이너로 일할 거예요. 중학교 졸업하고 가고 싶은 고등학교도 정해놨어요. 인터넷 고등학교에 갈 거예요.”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한 친구들도 많은데, 유리는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하구나. 선생님이 다 흐뭇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 진단을 받으면 ‘이제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체념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는 세상이라곤 학교와 집 밖에 몰랐던 나는 장애를 가지고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일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기 전까진 전혀 알지 못했다.
2024.04.30 -
[박윤영 채준우의 다르다Go?]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
윤영과의 여행에서는 크고 작은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둘이 다퉈서가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면 겪지 않았을 그런 고비였죠. 치명적인 사건은 주로 기차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스위스 국경을 넘은 우리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이탈리아 도모도솔라 역이었죠. 그야말로 비상사태! “저기요! 휠체어 리프트는요?” “네?! 그거야 미리 신청하셨어야죠.” 알고 보니 이탈리아는 리프트 서비스를 따로 전담하는 '살라블루'가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우리가 가이드북에도 없던 정보를 알 턱이 있을까요?
2024.04.15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나의 학창시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추억한다. 하지만 내 학창시절만은 과거로 갈수록 괴로웠던 기억뿐이다. 유치원 시절보다 초등학생 때가 좋았고, 초등학생 시절보다 중·고등학생 때가 좋았다고 하면 믿을까? 7살 때의 기억은 거의 흐릿해졌지만, 유치원에서 밥 먹다 말고 6살 동생들 반으로 쫓겨났던 기억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밥을 먹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너 누구야”, “왜 우리 반에 와서 밥 먹어?”라고 묻는 동생들 앞에서 밥을 마저 먹는데, 정말이지 수치스러웠다.
2024.03.28 -
한국 저상버스는 모두의 불편을 싣고 달린다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런던의 아침은 어째서 이토록 상쾌할까요. 미세먼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깨끗한 공기! 유리알처럼 맑게 흐드러지는 햇살을 받으며 버스정류장에 다다랐어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캠페인이 보였어요. “BUGGY USERS PLEASE MAKE SPACE FOR WHEELCHAIR USERS 유아차 사용자는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난데없이 들어온 한 줄의 캠페인에 괜히 심각해졌어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2024.03.14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엄마의 슬픈 한숨
글쓰기를 주제로 한 에세이 <너와 함께라면> 저자 중 한 명인 발달장애인 작가 김유리 씨의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말보다 글이 편하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쓴 천생 글쟁이입니다. 발달장애인으로 살아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그리며, 그 안에 발달장애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장애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낼 계획입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여전히 그런 삶을 꿈꾸는 발달장애인 김유리 작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024.02.29 -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이런 곳까지 갈 수 있다니!
한국은 기차나 지하철을 빼면 사실상 효율적인 대중교통수단이 없어요. 유럽도 똑같은 줄 알았죠. ‘지하철역과 먼 곳은 갈 수 없겠구나’ 지레짐작했고요. 그런데! 이곳의 모든 버스는 휠체어도 유아차도 탈 수 있는 저상버스였어요. 처음부터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었단 얘기죠. 조금은 허탈해졌달까요. 고백하자면, 한국에서 휠체어 사용자로 살았던 기억(한계)을 지우고 나니 여행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아이러니하게도요.
2024.02.15 -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함께 가고 싶어
2024년 새해부터 새로운 칼럼을 연재합니다. 박윤영 작가와 채준우 작가는 장애·비장애 커플로 45일간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쓴 여행에세이 <너와 함께한 모든 길이 좋았다(2018)>와 장애 인권을 다룬 책 <장애인이 더 많은 세상이라면(2023)>을 펴냈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누비는 박윤영 작가와 채준우 작가가 여행을 하며 마주한 다양한 생각들을 각자의 시각에서 들려줍니다. 두 작가의 첫 여행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2024.01.12 -
발달장애인에게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한 달 내내 이런 저런 ‘올해의 OO’ 목록을 만들어보는 것은 12월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올해의 힐링 포인트 1등은 바로 푸바오입니다. 저는 가족과 지인들 모두 인정하는 푸바오 열성팬입니다. 가족들은 이제 제가 조용하다 싶으면 ‘푸바오 영상 보고 있군’ 하게 되었고, 갑자기 눈물이 글썽이면 ‘또 푸바오 보내는 날 상상하나 봐’라 짐작합니다. 타자의 이야기에서 나의 기억과 감정이 들썩이며 애정하는 것들의 존재를 강하게 느껴보는 순간은 경이롭습니다.
2023.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