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푸르메재단,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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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을 묻다
나는 현재 가족과 함께 살며 독립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발달장애인 일자리는 서울에 몰려 있는데 서울의 집값은 너무 비싸다.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 혼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마침 푸르메소셜팜 자립직원 서정 님을 만나 평소 궁금했던 자립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서정 님은 하얀 위생모자와 장갑을 끼고 방울토마토를 포장하는 일을 하고 계셨다.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 시설에서 살다가 1년 전에 장애인 자립 체험홈에 들어갔단다. 한 방에 6~7명씩 살다가 둘이 살게 돼 너무 좋다고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한 적이 있어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2024.07.22 -
고정관념에 경고등이 켜졌다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참으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곳이에요! 대중교통부터 숙소까지요. 다른 유럽 도시는 지하철이 너무 낡아서 휠체어로 타기가 어려운데 여기서는 지하철도 버스도 모두 가능했어요. 스페인 대부분의 여행객이 그렇듯 우리도 가우디의 흔적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은 고급연립주택인 까사밀라예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준우가 냅다(?) 호통을 들은 곳이거든요. 바로 이렇게요. “어이 자네, 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가? 고작 한 층만 내려가면 되는데 그걸 못 걸어서?”
2024.07.16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삶은 걱정의 연속이다. 10대 때는 학업과 친구 관계를, 20~30대 초반까지는 취업 걱정을 주로 했다. 컴퓨터 공부도 하며, 취업 준비에 열정을 다 쏟은 덕분에 지금은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얻고 나니 또 다른 걱정거리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게 되게 될 날에 대한 걱정이다.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사실 경제적 문제를 떠나 가족과 함께 사는 지금이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독립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20대 초반, 사회초년생일 때는 1인 가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2024.06.26 -
유럽보다 먼 제주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저희는 유럽 여행도 함께 했지만 제주도를 함께 간 적이 없어요. 무려 10년이 넘도록 함께 하는데도요. 윤영이 제주 여행에 영 회의적이었거든요. 그러다 코로나19가 닥쳤고, 여행의 갈증이 타오를 때쯤 처음으로 제주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주도에 대한 윤영의 기억이 어떤지는 몰라도 함께 간다면 다르지 않을까요? 윤영은 비행기와 숙소 예약, 저는 일정을 짜고 운전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준비하면서 윤영이 어째서 이토록 제주를 멀리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2024.06.17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모임 총무, 피하고 싶지만 해야 하는 이유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급반장이 되었다. 반장으로 뽑힌 이유는 물론, 반장이 돼서 어떤 일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반장으로 뽑혀서 너무 좋았던 나머지 활짝 웃었던 것만은 선명하다. 오래된 기억이 잊히지 않은 이유는 내가 빙그레 웃으며 반장이 된 소감을 발표하자, 부반장이 된 친구가 이를 오해했던 기억 때문이다. 그 친구는 내가 자신을 보며 비웃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장이 된 아이들은, 반장이 되었다며 좋아하고, 반장이 되지 못한 아이들은 그들을 질투하고…. 그러다 싸움이 일어날 정도로, 어린 시절 학급반장이라는 자리는 세상 전부를 가진 듯했다.
2024.05.27 -
장애인은 장애인 전용공간으로?
[박윤영 채준우의 다르다Go?] “으아아아악! 준우, 문 좀 열어줘 제발!” 이 사건은 평화로운 오후에 벌어졌어요. 몇 초 전만 해도 파리를 거니는 평범한 여행객이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그저 공포에 휩싸인 여행객이죠. 바닥에는 물이 점점 차올랐고, 변기는 접혀 들어가더니 엄청난 물줄기가 튀는 게 아니겠어요? 네, 그 변기가 맞아요. 저는 지금 화장실에 갇혀있어요! 유럽까지 와서 이게 무슨 낭패인지 어이가 없었지만, 점점 더 무서워졌어요. 세차장에 맨몸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이랄까요? 열림 버튼을 연신 눌렀지만 소용없더라고요.
2024.05.16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내가 일할 수 있는 이유
“전 어른이 되면 웹디자이너로 일할 거예요. 중학교 졸업하고 가고 싶은 고등학교도 정해놨어요. 인터넷 고등학교에 갈 거예요.”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지 못한 친구들도 많은데, 유리는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하구나. 선생님이 다 흐뭇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 진단을 받으면 ‘이제 나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거야’라고 체념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는 세상이라곤 학교와 집 밖에 몰랐던 나는 장애를 가지고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일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지, 고등학교을 졸업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기 전까진 전혀 알지 못했다.
2024.04.30 -
모두를 위한 '누구나 벤치'
여의도공원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생겼습니다.
2024.04.18 -
[박윤영 채준우의 다르다Go?] 사람이 사람을 구한다
윤영과의 여행에서는 크고 작은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둘이 다퉈서가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면 겪지 않았을 그런 고비였죠. 치명적인 사건은 주로 기차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스위스 국경을 넘은 우리에게 첫 번째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이탈리아 도모도솔라 역이었죠. 그야말로 비상사태! “저기요! 휠체어 리프트는요?” “네?! 그거야 미리 신청하셨어야죠.” 알고 보니 이탈리아는 리프트 서비스를 따로 전담하는 '살라블루'가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온 우리가 가이드북에도 없던 정보를 알 턱이 있을까요?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