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푸르메재단,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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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꿈꿉니다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홀로 다니는 동안에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발목을 잡은 것이 있다면 ‘여비’ 정도랄까요? 그랬던 저에게 윤영과 함께한 여행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칼럼으로 담게 되었습니다. 에세이에 그치지 않고 여행지에서 일어난 일들에 새로운 해석을 붙여나갔습니다. 비장애인으로서의 지원자나 보호자가 아닌 또 한 명의 스피커로서 말이죠.
2024.12.18 -
독일 발달장애인 지원의 핵심은 '이것'이다
독일 슈퍼마켓을 방문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하나 있다. 보통 계산대가 네 군데 이상 있는데 한두 군데에만 직원이 앉아 있다. 그러다 보니 계산대 줄이 한국보다 훨씬 긴 편이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없다. 계산이 늦어져서 죄송하다며 고객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직원도 없다. 필자가 정기적으로 찾는 어느 슈퍼마켓 계산대에는 발달장애가 있어 보이는 20대 여성 직원이 근무한다. 그녀의 계산 속도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2배 정도 느리지만, 역시 불평하는 고객은 없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2024.12.05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장애인 당사자가 말한다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후원금 모금 광고나 일부 다큐멘터리에서 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후원금 모금에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자칫 장애인은 항상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할 위험이 있다. 한편 다큐멘터리에서 장애인은 역경을 극복한 대단한 사람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는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2024.11.26 -
장애인에게만 있는 '특별한' 절차
준우와 함께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요. 그의 콘서트 소식을 알게 되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죠. 제일 먼저 나온 문구는 이거였어요. <휠체어석은 일반예매 오픈 후 익일 오전부터 고객센터를 통한 전화예매만 가능합니다.> 이 한 줄의 문장으로 다시금 깨달았죠. 나는 예매 사이트에 얼마나 빠르게 접속하는가와 같은 ‘일반적인’ 기준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을요.
2024.11.18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자립을 위한 원동력
나는 유튜브 보기를 즐겨한다. 핸드폰을 놓고, 침대 밖으로 나와서 움직여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행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나에게 회사는 돈을 버는 장소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기력하게 방에 누워만 있으려는 나를 하루에 몇 시간만이라도 움직이게 하는 곳이었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일은 회사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모임이다. 회사 혹은 모임에 나가기 위해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밖으로 나가는 행위가 자립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내가 맡은 일이 있다면, 자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2024.10.30 -
"자네, 지금 뭘 하는가?"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골목마다 운하가 흐르는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특히 네덜란드 사람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마트에서 선물을 잔뜩 사서 휠체어 가방이 잠궈지지 않을 때까지 채웠는데, 휠체어가 트램 선로에 걸려 초콜릿이 떨어졌어요. 신호가 바뀔까봐 마음이 급해, 초콜릿을 발로 툭툭 차서 인도로 옮겼는데 대기 중이던 트럭이 빵빵! 경적을 울렸습니다. 운전자가 저를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뭐라고 하더군요.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표정과 뉘앙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2024.10.21 -
평범한 독일 일상 속 함께 하는 발달장애인
독일에서 16년 넘게 거주하며 특수교육학자, 장애인복지전문가, 통번역가 그리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민세리 칼럼니스트가 이달부터 격월로 '독일은 어때요?"라는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장애인 복지를 비롯한 자립 분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독일이니만큼 국내 장애인 복지의 방향과 여러 해답을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설레는 마음입니다. 독일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상을 누리고 있는지, 민세리 칼럼니스트의 첫 번째 칼럼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2024.10.14 -
[발달장애인으로 산다는 것] 자립을 향한 첫 발
지난 초여름, 친구와 함께 걷기 운동을 했다. 4월부터 걷기와 달리기를 병행하고 있는 친구의 권유에서다. 가산디지털단지 역 근처 안양천 길을 따라 구일역까지 걸었다. 2km 남짓한 거리였다. 내가 2km나 되는 거리를 지치지도 않고 한 번에 걸었다는 사실에 성취감이 생겼다. 그 다음날부터 집 근처 한강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한 번에 3km로도 걷고, 그 다음날은 욕심을 내서 5km를 걸었다. 처음에는 권유받아 시작했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서 한다. 공원에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 틈에서 함께 걷고, 뛰다 보면 나도 잘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4.10.04 -
장애인 혜택은 존재하는가?
[박윤영·채준우의 다르다Go?] "고객님은 이등석 티켓을 가지고 계시네요? 휠체어석은 일등석에만 있어요. 두 분 각각 18유로씩 더 결제해 주셔야겠습니다.” “네? 제가 예매하려는 건 일등석이 아니라 그냥 휠체어석일 뿐인데요?”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디종에 있었어요. 이곳에 머물게 된 건 행운이었죠. 고즈넉하고 평화로워서요. 도시를 여행하며 예민하게 날이 서 있던 신경들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마지막 날, 스위스행 기차를 예매하면서 신경이 바짝 서는 경험을 했어요.
202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