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틔운 나눔 새싹들

거창고등학교 학생들, 기부바자회 수익금 기부


 


지난 2월, 경남지역 대표 명문인 거창고등학교에서 귀한 나눔이 도착했습니다. 연말 기부바자회 수익금을 전교생 투표로 푸르메재단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 것입니다. 매년 학생들이 주도해 나눔행사를 열고 모두의 투표로 기부처를 정하는 독특한 학교, 그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거창고등학교 이상남 학생회장과 안성주 종교부장에게 물었습니다.


거창고등학교 외관경남의 명문인 거창고등학교 외관


Q. 거창고 자랑 좀 해주세요. 


우리 학교는 봄부터 겨울까지 학생회 주도로 예술제, 봄 소풍, 기부바자회 같은 다양한 행사를 열어요. 모든 행사는 학생회의 주도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참여하는 것이 모토입니다. 이 행사들에 녹아있는 또 하나의 정신은 나눔이에요. ‘빛과 소금’이라는 학교 교훈에도 잘 나타나 있어요. 주변의 어둠을 빛으로 밝히고 소금처럼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의미입니다.


Q. 학년이 달라도 협력하는 데 문제가 없나요?


봄 예술제는 전국의 졸업생들도 몰려와서 함께 즐겨요. 그 이유로 우리 학교만의 독특한 ‘캐직 문화’와 ‘산책 문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캐직’은 캐비넷 직속의 줄임말로 기숙사 캐비넷을 물려받은 선후배 관계를 말해요. 산책문화는 저녁식사 후 학년에 관계없이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산책을 신청해 학교 주변을 걷는 문화죠. 보통 캐직 관계의 선후배가 첫 산책 상대인 경우가 많아요. 이 문화들이 이어준 끈끈한 선후배 관계가 학교 행사 때 결집력을 높이고 졸업생을 학교로 불러들이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Q. 이 행사들이 거창고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매년 매 시즌 열리는 모든 행사는 당연히 재미도 있지만 거창고가 추구하는 나눔, 배려, 협동, 경쟁을 뛰어넘어 사랑으로 하나 되는 정신 등을 경험하고 느끼며 체득하는 과정이에요. 그만큼 거창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학생회가 진행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행사들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어요.


한나눔터 행사 모습한나눔터 행사 모습


Q. 기부금을 마련한 한마음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인가요?


매년 12월에 열리는 한마음터는 기부 바자회로, 거창고 교육의 꽃이라고 불러요. 한 해 동안 이론으로 배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장이거든요.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거창고 출신 선생님들과 교장 선생님께 확인한 결과 60년 이상 이어온 전통이에요. 학생들과 선생님, 학부모들이 기부한 물품으로 재활용 장터를 열고 1, 2학년이 반별로 음식장터나 카페, 경매 등을 운영합니다. 거창고 재학생은 물론 주변 초, 중학교 학생들까지 와서 다 함께 즐겨요. 그렇게 모인 수익금을 매년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Q. 올해는 왜 푸르메재단에 기부를 했나요?


(안성주 종교부장) 전교생이 뽑은 결과예요. 그 전에는 학생회에서 기부처를 선정했는데, 나눔의 기쁨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 전교생 투표를 제안했어요. 우선 학생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정한 20여 곳의 기부처와 설명이 적힌 종이를 전달한 후 투표를 진행했어요. 거기서 푸르메재단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어요.


거창고등학교 외관 산책하기 좋은 거창고등학교의 풍경


Q. 푸르메재단이 기부처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 이유는요?


(이상남 학생회장) 중학교 때 재활치료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꾸준히 재활하면 더 나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몸이 불편한 저희 할머니도 일찍 재활을 받으셨으면 어떠셨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어요. 이번에 기부처를 찾다가 푸르메재단에서 장애어린이들을 위한 재활치료 사업을 한다는 것을 보고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비전과 진행하는 사업 등을 보니 모금보다는 당사자에게 꼭 필요한 사업에 집중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믿음이 생겨 기부처 리스트에 올리자고 제안을 했어요.


Q. 장애인에게 어떤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요? 


소수자를 포함해 누구도 숨지 않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라고 생각해요.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의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다문화가정 교육은 개선이 필요해 보여요. 특강 자체가 이들을 사회에서 분리한다고 생각해요.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제가 보기에는 교육에 잘못된 정보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그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사회로 나온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인식 개선 교육에 대해 조금 더 본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거창고등학교 71회 포레스트 학생회거창고등학교 71회 포레스트 학생회


Q.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학생회장) 래퍼가 꿈이에요. 보통 힙합이라고 하면 사회에 대한 분노나 억압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어요.


(종교부장) 소수자나 사회문제를 정책적으로 풀어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학생회 활동은 그 꿈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학교 급식에서 음식물이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잔반 줄이기 캠페인’을 제안하거나, 매달 각 반에서 3만 원씩 모아 정기기부를 하는 ‘한 학급 한 생명’ 담당자로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낼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꿔보려고 해요.


(목사님)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처럼 거창고 학생들이 사회로 나갔을 때 애벌레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주워진 몫에 맞게 나비로 성장해 고귀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故 전영창 교장의 조언을 열 가지로 정리해 '직업 선택의 십계'로 삼은 거창고 


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의 십계’는 온라인에서 한 번쯤 접해봤을 겁니다. 故 전영창 교장 선생님이 학생들을 위해 늘 했던 말씀 열 가지를 정리한 것인데요. 아무도 가지 않는 곳,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가장자리로 가라는 상식을 뒤엎는 조언입니다. 거창고 학생들이 망설임 없이 자신의 꿈을 얘기하고, 좋은 의견이라는 생각이 들면 거침없이 제안해 추진해가는 남다른 생각과 태도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것 같습니다. 


수백 명이 일 년간의 교육을 토대로 얻은 깨달음과 치열한 고민, 노동과 나눔을 향한 고귀한 마음을 한데 모아 전달한 소중한 기부금은 장애어린이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귀하게 사용하겠습니다. 아름다운 나비로 성장할 거창고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푸르메가 늘 응원하겠습니다.


*글=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거창고등학교 학생회


 


장애어린이 천사기금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