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장애 어린이를 위한 연수원
11월 1일은 독일의 휴일입니다. 조상의 묘소를 찾아 돌보기 위한 휴일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한식과 같은 개념인가 봅니다.
자동차로 이동하는 중에 정말로 독일 전통의상(검은 모자에 검은 조끼, 검정과 흰색의 체크무늬 치마, 남자는 검정 반바지)을 입고 가족 단위인 듯한 사람들의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몇 차례 보았습니다.
고작해야 대여섯 명, 많으면 7~8 명 정도의 사람들을 보고 “무리”라는 표현을 굳이 쓴 것은 이곳 독일에서 저렇게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본 것은 저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입니다. 외곽에 위치한 재활시설만 찾아다녀서 그랬는지 도심지를 제외하고는 도대체 걸어다니거나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지나가는 자동차만 보일 뿐, 사람이 없습니다…
이렇게 정지된 그림 같은 풍경을 한참 달려서 바르타바일에 있는 장애 어린이 연수원에 다다랐습니다. 정식 명칭은 우리 말로 번역하면 “만남과 교육의 장소, 그리고 기숙사”라고 합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정확히 어떤 곳인지 얼른 이해가 되지 않지요.
시설을 다 둘러보면서 안내를 받고 나니 우리나라로 따지면 “어린이 여름캠프” 같은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몇 명 단위의 그룹으로 입소해서 약 3박4일 정도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니까요. 다만 장애 아동 위주로 지어진 시설이라는 점이 일반 캠프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안쪽 야영장에서 바깥쪽으로 바라본 시설 전경
인솔 선생님이 함께 따라와서 자기들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어린이들끼리만 와서 이곳 교사의 지도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초등학생 영어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영어캠프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장소만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일반 유치원이나 학교의 과외활동, 또는 장애인 단체에서 주로 이 시설을 이용하는데, 가족 단위로 와서 자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 목조로 된 숙소동 입구
▲ 미술치료나 만들기, 꾸미기 등 실내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 1층에 있는 공동 식당- 탁 트인 전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 계단과 복도 옆 빈 공간을 이용해 이런 환상적인 곳을 만들어놓았네요
밤에 여기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친구와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낮에는 여기서 마음껏 장난 치고 놀기도 한대요.
▲ 야영장 - 바비큐나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둥그런 접시 같은 것 두 개가 보이시죠? 저 앞에 각각 한 사람씩 서서 저 접시에 대고 말하면 맞은편 접시 앞에 있는 사람에게 아주 가까이서 얘기하는 것처럼 들린답니다. 저희도 한번 해봤는데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어른들끼리 하니까 꼭 덤앤더머 같다고 우리끼리 한참 웃었어요.^^
▲ 야외 오븐이에요. 아이들이 직접 장작으로 불을 피워서 여기다가 피자를 구워 먹는다고 해요.
▲ 인디언 텐트 같죠? 어린이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중증의 장애인 이용자에게는 활동보조인이 별도로 배정되어서 이곳에서의 활동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서 탈 수 있는그네예요.
하반신 장애 어린이들이 가장 해보고 싶어하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그네타기라고 하네요.
정말 모든 면에서 여러가지로 배려가 깊어요.
▲ 앞에 휠체어가 달린 자전거입니다.
아이디어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타보니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요.
이 시설은 바이에른 주정부에서 건립하였고 장애인 권익운동 단체인 LVKM에서 수익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비영리 운동단체의 수익사업을 위해서 정부가 시설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이지요.
이 지역은 호수 부근의 매우 경치 좋은 휴양지로 예로부터 부자들의 성이 있었던 곳입니다. 이 시설 역시 아름다운 성이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유명한 철강회사 사장 부인의 소유였는데 이 땅과 성을 모두 바이에른주에 헌납했다고 합니다. 단,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아서요…
그래서 그때부터 이 성을 산후조리원, 그 후에는 장애아동 수용시설 등으로 사용해 오다가 성이 너무 낡아서 허물고 그 자리에 지금의 연수원 시설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1995년에 짓기 시작해서 1997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 야영장 바로 앞에는 이렇게 경치 좋은 큰 호수가 있어요.
◀ 안내를 해주신 분과 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휴일날 당직 중이었는데도 성심성의껏 안내를 해주셨어요. 이분이 하시는 일은 기계설비 시스템이라고 하시는데 시설 전체를 너무나 잘 설명해 주셨어요. 서양 영화에서 보면 경비 할아버지를 교장선생님으로 착각하는 그런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그런 장면이 단박에 공감과 이해가 되더라고요...
시설은 총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 2개 건물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최대 동시 수용가능 인원은 150명이라고 합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구별 없이 같은 이용료를 내며, 미리 예약만 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료는 숙박, 식사, 프로그램 참가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해서 1박2일 기준으로 성인은 35유로(약 45,000원) 정도, 어린이는 26유로~31유로(약 33,000원~40,000원) 정도라고 합니다. 이곳은 특별히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비슷한 다른 시설에 비해서 이용료가 무척 저렴한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 시설은 하루에 약 120유로 정도라고 하니 정말 차이가 많네요.
▲ 안뜰에도 정원이 꾸며져 있는데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여러 식물들이 가꾸어져 있어요.
◀ 건물과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도 작은 정글처럼 꾸며져 있어요. 밑에는 물도 흐르고 풀과 이끼들이 자라고 있어서 마치 숲 속의 구름다리 위를 지나는 것 같아요.
▲ 객실 내부입니다. 이곳은 3인 기준 가족실이고 단체의 경우는 2층 침대가 있는 5인실을 사용합니다.
▲ 중증장애인을 위한 목욕보조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목욕시키는 사람이 편하도록 상하좌우로 움직입니다
▲ 밤 열 시 이후에 계속 놀고 싶은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지하 놀이공간입니다. 다른 입소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즐겁게 캠프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게임이나 간단한 운동을 즐길 수 있고 영화를 상영하거나 멋진 조명과 음악으로 댄스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 이곳은 명상실이라고 합니다. 지금 연수 참가자들이 누워서 체험해 보고 있는데요, 어디에 누워 있냐면… 바로 물침대랍니다. 저기 누워서 신비로운 음악과 환상적인 조명 쇼를 배경으로 출렁이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정말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정말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 시설을 둘러보면서 든 느낌은 우선, ‘이렇게 경치좋은 휴양지에 특별히 장애인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부럽다’는 것이었어요.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지을 때 가장 좋은 곳을 먼저 뚝 떼어서 하지는 않잖아요. 있더라도 그저 ‘있는 게 어디냐’ 싶은 정도가 대부분이죠. 이 정도의 멋진 휴양지에는 상업적인 시설이 들어서 있게 마련이고 우린 그걸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먼저 이렇게 장애인 시설부터 가장 멋지게 해놓는구나 싶어 그게 제일 부러웠어요.
이런 캠프라면 어떤 어린이가 즐겁지 않겠으며, 어떤 어린이가 다시 오고 싶어 손꼽아 기다리지 않겠어요. 모든 어린이가 가고 싶어 손꼽아 기다리는 캠프가 장애인 시설이라니… 우리도 머지않아 그렇게 될 수 있겠지요. 어쩌면 푸르메병원을 짓는 게 그 시작이 되겠지요.
김경림 기획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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