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 곁에서 희망으로 빛나는 노무라 할아버지
푸르메 곁에서 희망으로 빛나는 노무라 할아버지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 전시 개막식 현장
지난 6월 12일, 청계천박물관에는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듯한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사진전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의 개막식이 열린 날이었지요. 한 편에는 1970~1980년대 서울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들이 걸렸고, 사진 속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한 일본인의 깊은 시선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 사진전 현장. 사진전은 오는 10월 11일(일)까지 열린다.
노무라 모토유키(野村基之). 그의 이름은 푸르메 가족들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생전 그는 푸르메재단의 후원자이자 친구였고, 장애어린이들의 든든한 응원자였습니다. 이날 개막식에는 노무라 모토유키 씨의 아들 마코토 씨 부부와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등이 참석해 그의 삶과 사랑을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코토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서 청계천 사람들과 함께 밭에서 수박을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아버지의 사진이 단순한 추억으로 남지 않고, 한국의 옛 모습과 발전상을 알리는 소중한 자료로 쓰이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개막식에서 감사 인사와 소감을 전하는 노무라 모토유키 씨의 아들 마코토 씨
이번 전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노무라 모토유키 씨의 1주기를 맞아 마련됐습니다. 전시 제목처럼 그는 청계천 사람들의 삶을 비추던 ‘별’ 같은 존재였습니다. 1968년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던 우리 사회를 마주했습니다. 이후 반성과 속죄의 마음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고, 청계천 판자촌의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하며 삶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노무라 씨의 사진에 담긴 1970~1980년대 청계천 아이들의 모습
그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청계천 골목골목을 걸으며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물을 길어 나르는 아이들, 작은 연탄 화덕 앞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가족들, 생계를 위해 고물을 모으는 사람들. 그의 사진은 가난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엄을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노무라 목사는 청계천 빈민 구호를 위해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도쿄의 집을 팔 정도로 헌신했습니다. 국내외에 도움을 호소하며 탁아시설 건립을 지원했고, 평생에 걸쳐 수많은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전했습니다. 또한 일제의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사과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2012년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무릎 꿇고 일본의 과거사를 속죄한 후에는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여러 차례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무라 씨가 사용했던 카메라(왼쪽)와 청계천 사람들의 모습을 모아둔 앨범
그의 따뜻한 시선은 장애어린이들에게도 향했습니다. 푸르메재단과의 인연은 2009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동화작가 임정진 씨의 소개로 푸르메재단을 알게 된 그는 이후 매년 한국을 찾아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어린이들의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들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었습니다.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기부하며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특히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첫 삽을 뜨던 날, 그는 “환한 빛으로 이끄는 북극성처럼 장애어린이가 희망의 길로 인도되길 기대한다”는 축하의 말을 전했습니다. 병원이 완공된 뒤에는 직접 병원을 둘러보며 “기적”이라고 감탄했고, 아이들이 치료받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기뻐했습니다.

사진전에 소개된 푸르메재단과 노무라 씨의 인연(왼쪽), 전시를 관람하는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대표(오른쪽 사진 맨 왼쪽)
백경학 상임대표는 전시를 둘러보며 노무라 목사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2009년의 어느 날 임정진 작가와 함께 작은 일본인 할아버지가 푸르메재단을 찾아왔다”며 “노무라 씨가 장애어린이 부모의 손을 잡고 조용히 눈물짓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첫 만남의 순간을 추억했습니다. 노무라 씨가 남긴 사진 속에는 청계천 주민들을 향한 그의 따뜻한 눈길이 고스란히 담겼고, 그 시선은 장애어린이들을 바라보던 모습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소외 당한 사람들, 어려운 이웃의 곁을 지킨 그의 삶이 사진 한 장 한 장에 배어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푸르메재단 정태영 사무총장, 백경학 상임대표, 황혜경 기부자, 마코토 씨 부부
국적과 세대를 넘어 사람을 사랑했던 노무라 모토유키. 그가 주었던 사랑은 청계천의 주민들, 장애어린이와 가족들, 그리고 그의 뜻을 이어가는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사진은 시간을 넘어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지요. "당신은 지금 누구의 손을 잡고 있습니까?"
청계천의 별이 된 노무라 모토유키. 그의 따뜻한 빛은 오늘도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의 희망이 되어 푸르메재단 곁에서 계속 빛나고 있습니다.
글=오선영 부장(마케팅팀)
사진=푸르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