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불편을 기회로

일상의 불편을 기회로,
‘IT 창업 아이템 공모전’ 2기 5개 팀을 만나다


 


함께 사는 사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상 속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 변화를 IT로 실현하고자 하는 주인공, ‘2025 코스콤 장애인 IT 창업아이템 공모전’ 제2기에 선정된 다섯 팀(달구벌클라쓰, 온보딩랩, 캠퍼블, 히어사이클, 리보니스)입니다. 각자의 경험과 고민에서 출발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틈을 메우는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복지 정보의 문턱을 낮추다 
달구벌클라쓰


‘달구벌클라쓰’ 김로하 대표(왼쪽)와 이원욱 팀원 / Welflow 플랫폼 시안
‘달구벌클라쓰’ 김로하 대표(왼쪽)와 이원욱 팀원 / Welflow 플랫폼 시안


‘달구벌클라쓰’는 지체장애인 김로하 대표와 개발자이자 사회복지사인 이원욱 팀원이 함께하는 팀입니다. 두사람은 장애인 당사자로서, 사회복지사로서 현장에서 장애인 이용자가 겪는 어려움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복지관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려고 해도 필요한 정보가 흩어져 있어 찾을 수 없거나, 찾더라도 신청 방법을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 대표는 “복지 정보의 단절과 신청 절차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전국 복지관과 센터의 프로그램 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플랫폼 ‘Welflow’를 구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필터 검색, 클릭 신청, 후기 공유, 보호자 계정 연동, GPT 기반 Q&A 기능까지 담아 누구나 쉽게 프로그램을 찾고 신청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현재는 MVP 개발을 위한 기획 및 설계 단계이며, 이후 개발을 거쳐 사용자 테스트와 정식 출시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달구벌클라쓰 “복지 정보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추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며 “보호자 다계정 기능과 실시간 알림, 챗봇 기능 구현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진단 이후의 삶을 안내하다
온보딩랩


‘온보딩랩’ 최우주 대표 / 온보딩랩 로고‘온보딩랩’ 최우주 대표 / 온보딩랩 로고


‘온보딩랩’은 유전성 망막질환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시각장애를 가진 최우주 대표와 조동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함께하는 팀입니다. 진단을 받고도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는 최 대표는 진단 이후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했습니다.
현재 유전자 분석 시장은 주로 질병 진단 이전의 건강관리 중심으로 편중돼 있으며, 진단 이후 맞춤형 정보 제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온보딩랩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유전자 정보와 환자의 증상·경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리포트를 제공하는 ‘온보딩 플랫폼’을 개발 중입니다.
이 플랫폼은 LLM 기반 분석엔진과 챗봇 인터페이스, 환자용 대시보드, 연구자용 분석툴로 구성되며, 환자에게는 치료 결정과 임상시험 참여에 필요한 정밀한 정보를, 연구자·제약사에게는 API 또는 직접 데이터 형태로 신뢰도 높은 자료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데이터는 본인의 동의를 기반으로 활용됩니다. 플랫폼 수익은 치료비와 연구비로 환원되도록 설계해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 코스콤과 푸르메재단에 감사드린다”고 전한 이들은, 올 하반기 1,000명의 유전자 샘플을 수집하고 플랫폼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수학 교재를 빠르게 점자책으로 변환
캠퍼블


‘캠퍼블’ 채유성 대표 / ‘Braille Camp’ 홍보 이미지
‘캠퍼블’ 채유성 대표 / ‘Braille Camp’ 홍보 이미지


‘캠퍼블(Campable)’은 연세대학교 재학생들이 모인 팀으로 시각장애인의 수학 학습을 돕기 위해 결성됐습니다. 채유성 대표는 시각장애인 당사자로, 수학 교재를 점자화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현실을 직접 겪었습니다.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누군가 불러주는 수학 공식과 그래프를 듣고 직접 점자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비장애 학생에 비해 시중에 접근 가능한 문제집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교재 사진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내용이 점자 파일로 변환되는 ‘Braille Camp’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수개월 걸리던 점역 작업을 수십 분 만에 끝내는 이 서비스는 시각장애 학생에게 실시간 학습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원금은 서버 확장과 모바일 버전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서비스가 실사용자에게 빠르게 닿을 수 있도록 발전시키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들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첫걸음
히어사이클


‘히어사이클’ 우승호 대표 / ‘듣고싶을지도’ 예시‘히어사이클’ 우승호 대표 / ‘듣고싶을지도’ 예시


‘히어사이클’은 중증 청각장애인 우승호 대표의 삶에서 출발한 팀입니다. 선천적 유전 요인(TMC1 유전자 변이)으로 인해 어릴 적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던 그는 성인이 되어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후 사회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원 진학 후 청각학을 전공하고, 청각장애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광역의원으로 활동하며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가까이에서 체감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문제는 청취보조시스템(ALS, Assistive Listening System) 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입니다. ALS는 공공장소에서 인공와우나 보청기 사용자에게 소리를 보다 명확히 전달해 주는 청각 접근성 장치입니다. 그러나 설치된 장소를 알기 어렵고, 고장 후 방치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기기에 해당 기능(텔레코일 등)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합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부족을 넘어, 제도·인식·기술 활용이 단절된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히어사이클은 ALS 설치 위치, 작동 여부, 사용자 후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 ‘듣고싶을지도’ 를 개발 중입니다. 사용자가 고장 여부를 신고하고 정보를 갱신할 수 있는 참여형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공공기관 및 시설과의 연계를 통해 신뢰도 높은 청각 접근성 데이터를 축적하고자 합니다.
우 대표는 “이번 창업 지원금과 멘토링은 ‘듣고싶을지도’를 실현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9월 정식 론칭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폐 청소년의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다
리보니스


‘리보니스’ 김학인 대표와 김도훈 군 / ‘도늬의 세계여행’ 썸네일 예시
‘리보니스’ 김학인 대표와 김도훈 군 / ‘도늬의 세계여행’ 썸네일 예시


‘리보니스’는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김도훈 군과 아버지 김학인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콘텐츠 기반 팀입니다. 유튜브 채널 ‘도늬의 세계여행’는 도훈 군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아버지와 함께 현장을 체험하는 내용을 영상에 담습니다. 기차, 게임, 여행 등 도훈 군의 특별한 관심사를 영상으로 풀어내며 자폐 청소년의 자기표현과 일상, 사회참여가 얼마나 풍부한지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국내 최대 목표인 ‘허팝 삼촌’을 만나러 가는 것, 지상 최대 목표인 체코 프라하의 ‘문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보는 것까지 예정하고 있습니다. “도훈이의 여행이 또 다른 가정에 용기를 주면 좋겠다”는 김 대표는 향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청소년들과의 커뮤니티 확장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6월 27일, 이 다섯 팀은 창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워크숍에 참여하며 출발선에 섰습니다. 일상의 불편을 외면하지 않은 이들의 도전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함께 응원하며 지켜봐 주세요.


*글, 사진= 임하리 사원 (마케팅팀)
*이미지= 2기 선정 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