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김유리 작가, 푸르메소셜팜 육서정 직원 인터뷰


 


지난 6월 14일, 푸르메재단에서 발달장애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김유리 작가가 여주 푸르메소셜팜을 방문했습니다. 홀로서기를 꿈꾸지만 잘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는 김유리 작가. 그는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갖고도 자립한 사람들이 어떻게 용기를 내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푸르메소셜팜과 무이숲에 재직 중인 장애직원 중 8명이 자립했거나 자립 훈련을 받는 상황. 그중에서도 주변 동료들에게 자립을 권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육서정 직원이라면 김유리 작가에게 조언할 수 있을 것 같아 푸르메가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결심



첫 만남. 신중하고 조심스럽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흐릅니다. 특히 질문을 받아본 적은 있지만 인터뷰 진행은 처음이라는 김유리 작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오래 자립을 고민한 만큼 미리 작성한 질문지만 A4 4장 분량입니다.


각자 자신을 소개한 후 인터뷰가 시작됩니다. 김유리 작가는 푸르메소셜팜 입사부터 자립하기까지의 준비 과정과 자립 생활에 대해 순서대로 질문합니다. 많은 질문과 답이 오갔지만 결국 김유리 작가가 묻고 싶은 건 한 가지입니다. “서정 님은 어떻게 자립할 결심을 했느냐”는 것.


누가 자립을 권했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지 같은 큰 줄기의 질문부터 ‘장 보는 건?’, ‘요리나 청소는 어떻게?’ ‘빨래는 어디서?’ ‘물건이 고장났을 때는?’ 같은 소소한 생활 질문까지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간단해 보여도 지금의 김유리 작가로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거든요. 김유리 작가는 서정 씨에게 인터뷰 형식을 빌어 ‘자립’ 앞에 놓인 수많은 고민에 대한 답을 구합니다.


필요한 건 용기뿐


이에 대한 육서정 직원의 답도 결국 하나입니다. 모든 것은 자립을 하며 배울 수 있다는 것. 그러니 “용기를 내라”는 것입니다. “제가 겁도 많고 눈물도 많아서 자립 시작할 때는 울면서 시설에서 나왔는데 막상 자립하니 자유로워서 좋아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나도 했으니 다들 할 수 있을 거라고 자립을 권하고 있어요.”


김유리 작가(왼쪽)의 기록을 바라보는 육서정 직원의 모습김유리 작가(왼쪽)의 기록을 바라보는 육서정 직원


김유리 작가는 육서정 직원의 대답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펜을 꾹꾹 눌러 기록합니다. 그렇게 생긴 사이사이의 침묵이 어색함이 아닌 공감으로 채워집니다. 자신의 말이 텍스트로 옮겨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육서정 직원의 눈에는 김유리 작가에게 자립이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고 싶은 의지만이 담겼습니다.


자립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아요. 혼자서도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해요. 작가님도 한 번 해보세요. 저도 했으니까 분명 작가님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을 듣는 김유리 작가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입니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 덕분인지 김유리 작가가 둘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먼저 제안합니다. 같은 감정을 공유한 듯 나란히 서서 웃는 두 사람의 표정이 어느새 닮아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불가능할까?


인터뷰를 위해 여주로 향하던 길에 “자립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직 혼자 살 자신이 없다”고 얘기했던 김유리 작가. 돌아오는 길에는 “서울에도 발달장애인들에게 자립을 지원해주는 곳이 있는지,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고 얘기합니다. 자립 선배인 육서정 직원의 격려로 조금은 용기가 생긴 걸까요?



김유리 작가의 칼럼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을 묻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에서 ‘발달장애인 자립’이라고 검색해 보면, 검색 결과 상단에 발달장애인은 인지능력 부족으로 자립역량이 부족하거나 불가능하여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이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라는 글이 보인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이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나 보다.  - 김유리 작가 칼럼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을 묻다' 중 - 


유독 발달장애인에게만 ‘안 된다’, ‘못 한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회. 이제껏 그들의 자립을 막아온 건 그들 스스로가 아닌, 그들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던, 그들에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우리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많은 발달장애인이 자립하면서 대다수가 예상보다 더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편견은 역시 편견일 뿐이라는 것을 멋지게 증명해 낸 것이죠. 장애인 자립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발달장애인의 독립이 당연해지는 날까지 푸르메재단이 함께하겠습니다.


*글, 사진=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김유리 작가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