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를 남기러 왔답니다"
일일카페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 네 명의 아이들
일일카페 수익금을 기부한 (왼쪽부터) 이재승 군, 박세민 군, 구본율 군, 전시안 군
4월 6일, 네 명의 아이들이 친구의 누나와 같이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일일카페를 열었어요. 이름하여 ‘cafe PINK BLoSSom’. 벚꽃이 만발한 봄날, 카페 이름처럼 꽃분홍 고운 빛 옷을 입고 음료와 디저트를 내밀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순수하고 쾌활한 동갑내기 네 친구가 푸르메재단을 방문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박세민(세인트폴국제학교), 이재승(세인트폴국제학교), 전시안(개포초), 구본율(원명초) 학생입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다 흩어진 아이들이 다시 모인 이유는 장애어린이를 돕기 위한 일일카페를 열자는 데 마음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친구들에게 일일카페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재승 군
처음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제안한 것은 이재승 군입니다. “책에서 보니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레모네이드를 팔면서 스스로 용돈을 버는 문화가 있더라고요. 그게 부러워서 지난해 봄에 처음으로 본율이와 양재천에서 음료를 팔고 그 수익금을 기부했어요. 기부증서를 받았는데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더 많은 친구와 함께하면 더 즐거울 것 같아서 세민이와 시안이에게 같이 하자고 했어요.”
처음 그 제안을 받았을 때는 부담이 컸다는 전시안‧박세민 군. “혹시 내가 실수해서 잘 못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컸어요. 하지만 기부라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추억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기로 했어요.”
뛰어난 피아노 실력으로 고객들의 귀를 사로잡은 박세민 군
단 하루를 위해 아이들은 지난 12월부터 만나 수차례 사업계획서를 고쳐 쓰며 카페 오픈을 준비했습니다. 사업계획서에는 다양한 콘셉트부터 원가를 고려한 가격 책정과 자신들의 능력으로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메뉴 리스트, 모객 전략, 기부처 분석조사까지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들이 담겼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드러난 각자의 장점들이 카페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콩쿠르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피아노 실력이 뛰어난 세민이가 피아노 연주로 시선을 끌었고요. 독학으로 풍선아트를 배운 본율이가 칼, 강아지 등 다양한 풍선으로 손님들을 카페로 유인했어요. 똑똑한 시안이가 음료와 디저트를 만들면서 본래 제 일이었던 카운터까지 담당했어요. 아, 저(재승)는 뭘 했느냐고요? ” 재승 군은 탁월한 언변으로 고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기부를 이끌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았답니다.
그 결과 카페 PINK BLoSSom에는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왔습니다. 음료 제조를 위해 끊임없이 캔뚜껑을 따야 했던 시안 군의 새끼손톱이 부러질 정도였어요. 풍선에 바람을 넣는 펌프가 작동을 멈출 만큼 정신없이 바빴답니다. 그럼에도 마감 시간인 오후 3시까지 목표 매출액 60만 원을 채우지 못한 상황. 아이들은 1시간을 더 연장해 목표액을 채웠습니다. “고객들의 기부 덕분에 총 134만 원을 모았어요. 지난해에는 13만 원이었는데, 1년 새 10배가 된 거예요. 내년에는 1,300만 원 기부해야죠!”(웃음)
음료 제조부터 주문, 계산까지 카페 운영 전반을 담당한 전시안 군
푸르메재단을 기부처로 선택한 것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시안 군의 누나 ‘온유’의 영향이 큽니다. 시안 군의 아버지이자, 푸르메재단 고액기부자 모임 ‘더미라클스’ 회원이기도 한 전홍철 기부자는 딸 온유 양과 같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힘을 보탠 바 있습니다. 개원 후 온유 양이 이곳에서 치료받기도 했지요. 그 인연을 통해 시안 군과 아이들은 수익금 기부처로 푸르메재단을 추천받았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푸르메재단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검증한 끝에 기부처로 선택했답니다.
고생해서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못하고 기부한 것이 아쉬울 법하지만, 그새 아이들은 한 뼘 성장한 모습입니다. 지난해부터 기부를 시작한 재승 군은 “돈 벌 생각으로 시작했던 아이디어라 처음엔 내키지 않았는데 기부증서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며 기부를 이어간 사유를 밝혔습니다. 세민 군과 시안 군도 “전액 기부한다는 게 솔직히 아쉽기도 했는데, 기부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 돈을 친구들이랑 무의미하게 써 버렸을 것”이라며 “힘들게 번 돈이 누군가에게 가치 있게 쓰인다는 게 너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아트풍선으로 아이의 눈을 사로잡고 부모의 발길을 유인한 구본율 군
이 아이들에게 ‘나눔’은 어떤 의미일까요? 재승 군은 “어디에 붙여도 긍정적인 단어”라고 정의하며 “소셜미디어에서 이 단어를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본율 군에게 나눔은 “자기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고요. 시안 군은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조금의 불이익은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세민 군은 “신체적‧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 어떤 형태로든 내 것을 주는 것”이라고 나눔을 정의했습니다.
힘들게 번 돈을 전액 기부한 네 명의 아이들
작곡가, 개발자, 사업가, 수의사... 자신의 꿈을 좇아 앞만 보고 달려가기도 바쁜 세상이지만, 아이들은 주변을 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쑥쑥 커가는 키만큼, 쭉쭉 뻗어가는 꿈만큼, 막 고개를 내민 여리고 고운 마음 역시 함께 성장해 깊게 뿌리박힌 나무처럼 단단하고 풍성해지겠지요? 더 아름답게 성장해있을 네 친구의 내년 모습이 벌써 기대가 됩니다.
*글= 지화정 과장 (마케팅팀)
*사진= 임하리 사원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