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 뒤에 서포터가 있는 느낌이에요

아름다운재단,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


 


시련을 이겨내며 자라는 이른둥이 쌍둥이 인서 아동의 어머니 규원님을 만났습니다.


이른둥이 쌍둥이 형제의 어머니 규원(가명) 님이른둥이 쌍둥이 형제의 어머니 규원(가명)님


아름다운재단과 푸르메재단이 함께 진행하는 ‘2023년 이른둥이 재활치료 지원사업’. 이른둥이의 재활치료비를 지원하여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이른둥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입니다. 올해 지원사업 대상 이른둥이 35명 가운데, 쌍둥이인 아동이 있습니다. 출생부터 긴박하고 힘겨운 시간을 한결같은 사랑 속에서 잘 견뎌내며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자라나고 있는 인서 아동(가명)입니다. 쌍둥이 자녀를 키우며 분주히 애쓰시는 어머니 규원님(가명)을 만나 인서 아동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콩나물” “콩나물” - 이제 말하기 시작했어요!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이른둥이 인서(가명)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이른둥이 인서(가명)


 “엊저녁에 애들 아빠가 일찍 퇴근해서 같이 저녁 식사 차리면서 “애들 반찬 뭐 꺼내놓을까?”라고 대화하고 있는데, 인서가 옆에 와서는 “콩나물”, “콩나물” 이러면서 (콩나물무침 반찬을 먹고 싶다는 뜻으로) 얘기를 하는 거예요! 애 아빠가 무척 뿌듯해하더라고요. 이렇게 말하기 시작한 지 정말 얼마 안 됐거든요. 이제 간결하게나마 한 단어 아니면 두 단어를 붙여서 “엄마, 밥 줘” “이거 봐요” 이렇게 의사표현을 해요.”


이른 아침, 바삐 움직여서 병원에 들러 재활치료를 받는 인서를 데려다 놓고 병원 앞 카페에서 인터뷰를 시작한 어머니 규원님. 아늑한 카페에서 가족이 함께한 훈훈한 어제 저녁 식사 광경을 이야기하는 규원님의 표정이 눈부신 아침 햇살처럼 환해집니다. 인서가 “콩나물”이라 말한 저녁 시간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이른둥이 쌍둥이 자녀 인서의 변화와 성장을 느끼고서 가슴이 가득 벅차오른 감동의 순간입니다. 워킹맘 규원님은 회사 측의 배려로 짬을 내어 출근 시간 전에 병원에 들러 인서의 재활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인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 재활치료를 받고 있어요. 치료를 받으면서 확실히 인서의 역량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이번 지원사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재활치료 중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 언어치료 지원을 든든히 받았다는 점입니다. 치료를 두세 달 바짝 집중적으로 해주니까 인서에게 분명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문장을 만들어 말하는 건 아직 어렵지만, 말문이 터진 순간부터 자신이 이미 쓰는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서 쓰더라고요.”


세 살 이른둥이 인서가 처음 말을 하기까지 


올해 만 세 살 인서는 엄마 배 속에 있던 32주째 1.3㎏의 몸무게로 쌍둥이 형 인준과 함께 태어났습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위기가 다가온 첫해 봄이었습니다. 꽁꽁 언 세상에 푸르른 싹을 틔워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 봄의 새싹들처럼 그렇게 쌍둥이 형제는 씩씩하고 희망찬 첫울음을 동시에 터트렸습니다. 둘이서 함께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오랫동안 입원했다가 의료진의 세심한 간호로 회복했으나, 동생 인서는 퇴원하자마자 호흡이 곤란하게 되어 기도에 기관을 삽관할 정도로 아팠었습니다.


인서는 6개월 때에 장염을 심하게 앓아 거의 반년간 밥도, 간식도, 물도, 주스도 먹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이틀, 사흘에 한 번꼴로 병원에 다녔었습니다. 어머니 규원님은 쌍둥이 형 인준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그 시간에 병원에 인서를 데리고 가서 수액을 맞혔습니다. 잘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인서는 눈 맞춤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잘 먹는 편이지만, 인서는 취약한 건강이라는 난관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재활치료를 쉽사리 시도하지 못합니다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이른둥이 인서(가명)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이른둥이 인서(가명)


“한두 살 정도면 간단하게나마 흔히 쓰는 의미 있는 단어, 예를 들자면 ‘맘마’,‘우유’ ‘까까’라고 간단히 표현하는데요. 한두 가지 단어로 자기한테 필요한 것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이 시기에, 인서는 아예 말을 못 했었어요. 무발화 상태였습니다. 전혀 말을 못 하던 상황이었어요. 같은 시기에 쌍둥이 형 인준은 단어를 표현했거든요. 그럴 때 인서는 형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니까 (답답해서) 그러다가 두 아이가 싸우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인서 편을 들게 되고 그러면 인준이는 위축이 되고 자꾸 눈치를 보고…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함께 있었던 쌍둥이 형 인준의 경우 건강이나 발달 상황이 원활한 편이라서, 동생 인서의 어려움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여의치 않은 건강 상태에 있는 인서의 재활치료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의료비에 더해 재활치료비까지 가계에서 느끼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재활치료를 받게 하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비급여인 진료들이 대부분이고, 실비(사보험)에 들어 지원을 받고 싶어도 인서가 기관 삽관 이력이 남아서 실비 가입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면 온전히 부모의 부담으로 작용하는데요. 쌍둥이 둘을 돌보니까 애들이 두 돌 될 때까지 줄곧 제가 회사 복직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었어요. 제가 일을 안 하면 애들 아빠가 혼자 일해야 하는데 그러면 혼자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비급여인 치료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숟가락질도 젓가락질도 이제 척척 할 수 있어요


재활치료 중 작업치료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반면, 언어치료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회당 8~10만 원이 들고, 더군다나 치료를 받고자 하는 대기 아동이 많아서 부모님들이 조기에 집중적인 전문 재활치료를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워하던 규원님은 병원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 이번 지원사업에 신청했고, 이제 인서의 치료를 언어치료와 작업치료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서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생각을 한 낱말, 두 낱말 말로 스스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경과에 더해, 작업치료와 인지치료에서도 성장에 귀중한 밑거름을 마련하는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업치료로 소근육 발달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제 인서는 수저를 잘 씁니다. 숟가락질도 젓가락질도 굉장히 잘합니다. 손으로 하는 놀이도 곧잘 해요. 그리고 인지도 좋아져서 얘기할 때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말하려고 합니다. 요즘 인서 조부모님들께서 육아를 도와주시는데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어른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인서가 도중에 끼려고 하면 아주 흐뭇하게 여기시고 자랑스러워하세요.”


힘들 때 서로 도움을 받고, 서로 도움을 주고


이른둥이 쌍둥이 형제 인서, 인준이른둥이 쌍둥이 형제 인서, 인준


이번 지원사업에서는 의료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을 때 필요한 간접비로 교통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서가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면 인준이도 동행합니다. 지원받은 교통비로 병원을 오갈 때, 쌍둥이 형제는 어머니 규원님과 함께 택시를 탑니다. 인준이도 인서도 똑같이 자동차를 좋아해서 택시 타기가 참 즐겁습니다.


“쌍둥이 아이 하나만 집에 두고 병원에 다닐 수가 없고, 또 한 아이가 가면 다른 아이도 따라나서니까요. 결국 애기 둘을 데리고 다니거든요. 애기 둘과 버스를 탈 수가 없어서 택시를 타는데, 정말로 유용하게 교통비를 사용했습니다.”


내년에 인서는 시립 어린이집에 다닐 예정입니다. 언어치료사 선생님들이 계신 어린이집이라서 특별활동으로 언어재활 수업을 받게 됩니다. 인서의 부모님은 인서의 용기를 더욱 북돋고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인서와 인준.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맑은 눈망울의 쌍둥이 형제가 택시 안에서 재미나게 웃으며 사이좋게 올려다본 차창 밖 세상이 더 따뜻해서 더 아름다운 곳이기를 바라며, 어머니 규원님은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번 지원사업으로 혜택을 받아 가계에 부담을 덜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제 뒤에, 우리 가족 뒤에 서포터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서포터가 뒤에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심적인 부담이 훨씬 덜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가정은 운이 좋아서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는데, 병원을 오가다 보면 그렇지 않은 가정도 많이 알게 됩니다. 힘들 때 서로 도움을 받고, 서로 도움을 주고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글= 조승미 작가 (아름다운재단)
*사진= 임다윤 작가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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