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29화] 여행을 가자, 비행기를 타고! (1)


아이들이 특별하게 태어난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등의 이유로 우리 가족은 여름 휴가를 멀리 가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 규제가 풀린 후에도 차를 타고 하루면 다녀올 수 있는 곳만 다니다가, 작년에 처음 휴양림을 끼고 있는 가까운 리조트에 다녀왔을 뿐이다.


그러다 이번 여름,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조금 먼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이 결정을 하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다. 안전 문제부터 금전적인 문제까지 다양했지만, 일단 짐이 상당했다. 달이에게 필요한 어마어마한 짐들(기본 3종: 휠체어, 목욕보조의자, 카시트)부터 혹시 모를 경련에 대비해 꼭 가지고 다니는 응급약과 다른 여러가지 약들, 그 외에 일주일간 쌍둥이에게 필요한 기본 짐들도 엄청났다. 달이의 경련(뇌전증)을 빌미로 혹시 항공사에서 탑승을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덤이었다. 이외에도 여행보험은 어디에서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비행기 좌석에 안전하게 앉을 수 있는 보조장치는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도착지에서의 자동차 렌트, 공항에서는 어떻게 이동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등 생각할 거리들이 끝도 없었다.



그래도 차근차근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언젠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서 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 올테니 말이다.


목적지는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였다. 비행기를 타고 가지만, 영국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비행 시간은 약 한 시간 남짓. 처음 비행기를 타는 해와 달이에게도, 아이들과는 첫 비행인 우리 부부에게도 딱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유럽의 저가 항공사 중 하나인 이지젯을 선택했다. 물론 저가 항공사에도 스폐셜 어시스턴트(Special Assistant) 서비스가 있다. 저가 항공사들은 보통 좌석 따로, 짐 따로 요금을 받는데, 휠체어나 의료보조기기 등 장애와 관련한 짐들은 추가 요금없이 부칠 수 있다. 좌석 예약 시, 스폐셜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요청한 경우, 공항의 협조를 받아 탑승자가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구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소위 구름다리라고 하여 공항 건물에서 바로 비행기 탑승구까지 연결시켜주는 시설이 있으면 문제없지만, 소도시의 작은 공항은 건물이나 장소가 협소해서 이런 시설이 드물다. 그래서 보통은 탑승객들이 활주로까지 이동하여 계단을 올라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는데, 휠체어를 타는 경우에는 공항에서 리프팅(Lifting)이 가능한 트럭으로 탑승을 도와준다.



아쉬운 점은 우리가 이용한 항공사에서 비행기 좌석 보조벨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몇 년 전, 좌석 보조벨트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본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지 더이상은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트래블 체어(Travel chair, 캠핑의자 형태의 접이식 의자)를 대여해야 하나, 고투시트(Goto seat, 분리형 자세지지 의자)를 구매해야 하나, 혹은 좀 더 저렴한 스트랩 형식의 케어스(Cares)를 구매할까 고민하다가 고투시트로 마음을 정했다. 앞으로 더 멀리 여행할 것을 생각하면 달이가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어 가장 좋을 것 같았다. 고투시트는 ‘파이어 플라이(Firefly -영국 회사)'라는 곳에서 샀는데,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제품으로 알고 있다. 영국에서는 세금을 제외하고 약 70-80만 원 정도였다. (내돈내산)



카시트도 고민이 많았다. 옵션은 달이가 휠체어 탄 채로 탈 수 있는 장애인용 차량을 빌리는 경우, 일반 차량을 빌리되 달이 전용 카시트를 집에서 가져가는 경우, 그리고 렌트카 회사에서 일반 카시트까지 빌리는 경우 이렇게 세 가지였다. 우리는 세 번째를 선택했다. 달이가 또래에 비해 작은 편이라 5점식 벨트만 있다면 아직은 일반 카시트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장애인용 차량은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확실히 선택의 폭도 좁고 수량이 많지 않아 빌리기가 힘들었다. (아쉬워ㅠㅠ)


영국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 라서 보험은 의료 부분을 포함해도 많이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해와 달이의 입장에서 국외 여행(한국 등)을 가게 되면, 여행보험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을 했는데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가 왔고, 공항은 너무 복잡했다.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 지도 잘 몰랐다. 공항의 스페셜 어시스턴트 팀 표시를 발견하고 가서 이야기 했더니 공항의 지정된 공간에 탑승 30분 전까지 오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니 늦어버렸고, 우리는 넘쳐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 저리 밀리면서 고민하다가 그냥 게이트로 갔다. 일반 탑승객과 함께 기다리다가 신랑이 달이를 안고 계단을 올라가서 비행기를 탔다. (나중에 알고보니 공항의 스폐셜 어시스턴트 팀의 리프팅 트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타고,고투시트를 설치해 달이를 앉히고, 짐들을 정리하고 보니 우리가 제일 마지막 탑승이었다. 비행기 지연이 아닌지 심히 걱정될 정도로… 그럼에도 항공기 사무장님이 원래 가장 먼저 탑승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을 건네주어 고마웠다. 싫어하는 기색 없이 연신 괜찮다고 이야기해 준, 고투시트를 설치한 뒷좌석에 앉으신 분에게도 정말 감사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비행기를 타기까지 고생한 아이들에게도 고마웠다. 엄마 아빠의 노력을 알아주는지, 달이는 고투시트에 앉아 사무장님의 기내 안내 방송을 방긋 방긋 웃으며 즐겁게 들었다.


그렇게 무사히 우리 가족의 첫 비행이 끝났다. 와! 벨파스트다!!!!


문제는… 비행기 타고 내리는 것만 신경 썼지 벨파스트에 도착해서 무엇을 할지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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