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28화] 여름방학은 어떻게 보내지?


영국의 여름방학은 길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공립학교는 보통 7월 중순이 조금 지나면 방학을 한다. 사립학교는 그보다 1-2주 먼저 방학에 들어간다.


이 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하는 것은 모든 맞벌이 부부의 숙제다. 조부모님,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유모를 구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방학기간에만 짧게 운영하는 여름학교에도 많이들 보낸다. 하지만 우리 쌍둥이는 0학년이라 아직 너무 어리고, 달이가 일반 여름학교에 참여하는 것은 (품을 많이 들여 알아볼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리하여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아이들의 할머니에게 SOS, 그리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내가 아이들을 좀 더 돌보는 것이다. 일은 아이들이 자는 동안 좀 더 하는 것으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하지만 ‘애들은 금방 크기 때문에 이렇게 함께 할 시간도 얼마 없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쌍둥이들이 집에서 엄마와 할머니하고만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특히 달이는 매~~우 바쁘다. 매일까지는 아니어도 매주 1-2번씩은 꼭 이벤트가 있다. 동네 도서관의 책 읽기 시합 참가, 보트 타기, 장애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Gympanzee *, 일종의 키즈카페) 방문, 그룹물리치료 친구들과 농장 방문, 운동회, 당나귀 타기 체험 및 캠핑, 학교 친구의 생일 파티, 가족 여름 휴가 등이다. 이 외에도 아직 예약은 안 했지만 수영장도 몇 번 더 방문할 예정이고, 달이가 좋아하는 호숫가 산책 등도 포함될 것이다. 주민센터에서 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만들기 교실, 바운스캐슬 (Bouncy castle),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놀거리도 제공하는데, 거기까지는 너무 바빠서 못 갈 것 같다.



이렇게 달이의 일정이 꽉 잡혀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영국에 있는 다양한 자선단체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아픈 사람들, 생활이 매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는 자선단체들이 있고, 이 외에도 구체적으로 ‘특수교육지원’ ‘지역환경살리기’ ‘아동 책읽기 지원’ ‘장애아동의 놀 권리’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 화장실 지원’ 등 정말 다양한 단체에서 다채로운 활동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체들의 경우 비영리 사회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적합할 것 같다. 학기 중 그룹물리치료를 제공하는 특수교육지원 자선단체는 여름에도 앞서 언급한 다양한 활동들을 제공한다. 또다른 지역의 소규모 자선단체는 아이들에서 성인까지 뇌성마비을 앓고 있는 당사자나 그 가족들에게 가족 소풍, 보트 타기 체험 및 자전거 타기 등 많은 활동 지원을 해준다.


오늘은 아이들과 보트 타기 체험을 하고 왔다. 우리가 사는 곳은 제법 수심이 깊은 강을 끼고 있는 도시라 수상스포츠를 즐기거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보트 타기 체험을 지원한 업체는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수상스포츠’를 강조하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보트들이 있었는데 휠체어에 탄 그대로 배에 오를 수 있게 만든 전기 모터 보트, 여러가지 크기의 세일 보트(Saiboat) 들이 있었다. 선착장 한 켠에는 호이스트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상체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세일 보트를 직접 몰아 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처음이고 또 아이들도 어려 직접 몰 수는 없었다. 사실 몰아보게 해줘도 겁이 나서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아이들 할머니까지 포함하여) 돛이 달린 배는 처음이었기에, 바람에 출렁출렁하며 빠르게 또는 잔잔하게 움직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Row, Row, Row your boat, gently down the stream~’ 노래도 함께 불렀다.



멋진 경험을 하게 해준 자선단체 분들과 수상스포츠 업체 분들도 고마웠지만, 한 가지 더 놀랐던 건 이런 이벤트를 할 때 꼭 와 있는 멋진 트럭이다. 이름하여 Mobiloo. 장애인용 이동식 화장실 트럭인데, 일반 장애인 화장실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체인지 베드와 호이스트 시설을 추가했다. 달이는 아직 어려서 급하면 차 뒤의 트렁크 공간에서 기저귀를 갈아주곤 하는데, 좀 더 크면 이런 공간이 꼭 필요할 것이다.


자, 방학 시작하고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해야, 달아. 우리는 또 어떤 재밌는 이야기로 내일을 채워볼까?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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