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27화] 달이의 학교 밖 생활은 어떨까?


달이의 학교 밖 생활은 어떨까?


달이는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오후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모여 함께 운동하는 그룹물리치료에 간다. 그룹물리치료는 물리치료사와 보조치료사 각 한 명씩, 두 명의 치료사가 3-4명의 아이들을 맡아 부모님, 활동보조사와 함께 진행한다. NHS(영국 공공 보건 서비스)가 아니라 지역 내의 소규모 자선단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무료는 아니고 90분 진행에 약 15 파운드, 한화로는 24,0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사실 굉장히 특별한 치료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앉기, 공을 잡았다 놓기, 누웠다 일어나기 등을 연습한 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무릎 꿇은 자세나 엎드린 자세, 선 자세, 의자에 앉은 자세 등을 연습하며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두드리고 게임을 한다. 그 후 다같이 탁자에 둘러 앉아 간식을 먹으며(이것 또한 치료의 일환) 끝낸다.


1:1 물리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달이에게 필요한 치료가 집중적으로 제공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룹물리치료를 계속 다니는 이유는 3가지다. 첫번째는 그룹치료이긴 하지만 물리치료사가 모든 아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에게 의사를 물어보고 선택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기다려준다. 예를 들면, ‘달, 오늘은 어떤 노래를 부르면서 ‘누웠다 일어나기’ 연습을 할까?’ 하면 달이가 질문을 이해하고, 노래를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식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달이는 이 그룹물리치료 시간을 기다릴 만큼 자신감이 커진 것 같다. 또다른 좋은 점은 그룹물리치료 시간이 끝나면 부모님 혹은 같이 온 활동보조사에게 물리치료사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 OO가 뭘 잘했나요?’
‘오늘 OO는 그림 그리는 시간에 집중을 너무 잘했어요!’



사실 처음 그룹치료에 갔을 때는 이 질문을 받고 조금 당황했었다. 아주 조그만 것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 다른 부모님들의 대답, 그리고 물리치료사의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 맞아요. 좋아하는 크레용 색깔도 너무 잘 고르던걸요. 그림 그리면서 서 있는 자세도, 그런 노력도 너무 좋았어요!’



나도 달이가 잘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았다. ‘구르기 연습을 할 때 팔을 옆으로 돌리면서 같이 참여했어요. 오늘 여기가 처음이지만 낯설어 하지 않고 물리치료사님 말씀을 잘 들은 것 같아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달이가 잘하는 것들이 참 많았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님들을 계속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이 세 번째 이유다. 그룹물리치료가 끝나고 간식을 먹는 시간에 우리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잘하는 것을 칭찬해주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나눈다. 세 돌 무렵부터 시작한 이 치료시간을 달이는 정말 좋아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토요일에는 수영장에 간다. 가까운 거리의 수영장은 아니지만,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수학교에 있는 수영장을 지역의 소규모 자선단체에서 토요일 오전만 대여해서 무료 개방하고 있다.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체인지 베드나 호이스트 등의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고, 무엇보다 물 온도가 보통 수영장보다 높아서 근육 강직이 있는 아이들도 물에서 좀 더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 (물 온도가 너무 차면, 몸이 더 뻣뻣해지는 아이들도 있다.)



아침 일찍 출발해 따뜻한 물에서 수영을 즐기고 나면 (달이는 수치료, 해는 물놀이, 엄마 아빠는 온천욕(?)) 모두가 나른해진다. 돌아오는 길, 집 근처의 카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아이들의 웃음, 갓 내린 커피, 따끈한 토스트와 계란… 평범한 주말의 한 조각이다. 햇빛이 쨍쨍하면 아이들의 웃음은 더 빛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는 맞잡은 손의 온기가 반갑고, 커피는 더 뜨겁고 향긋하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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