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24화] 해와 달이의 영국에서 학교가기 (8)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학부모로 거듭난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학교 방학(half term)이 난감하기만 하다. 9월 초순에 시작해서 7월 하순에 끝나는 영국의 아카데믹 이어는 총 6학기(term) 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학기가 끝날 때마다 방학이 있다고 보면 된다. 할로윈 즈음에 일주일 방학, 크리스마스 2주 방학, 발렌타인데이 전후로 또 일주일 방학, 부활절 방학 2주, 그리고  early may bank holiday(영국 공휴일)가 있는 5월 하순, 바로 지금 또 일주일 방학이다. 그리고 7월 말부터는 약 6주의 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아이들 입장에선 피곤한 학교생활에 주기적으로 있는 짧은 방학들이 휴식과도 같겠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돌봄 공백이 생겨버리니 어렵지만 꼭 풀어야만 하는 숙제와 같다.



예전에 달이의 작업치료사가 언뜻 해준 이야기가 있다. 영국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 맞벌이하면서 애들 키우는 건 무리라고. 둘 중 한 명은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아이들 돌봄이 가능할 거라고 했다. 그건 자기도 마찬가지이며, 아이들이 아프거나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다고. (바로 이 시도 때도 없는 방학 때문에! 그리고 학교 등·하교 시간이 8시 45분 부터 오후 3시 15분까지로 초등학교primary school와 중학교secondary school 모두 동일하다.) 그러니 나중에 ‘달이가 장애가 있어서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밖에 없어’라며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세상 뛰어다니는 쌍둥이였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그때 그 말을 요즘 격하게 공감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방학기간에만 하는 스포츠클럽 등이 있어서 해는 친구들과 하루종일 뛰고 오라고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달이의 경우 보호자 없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좀 속상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있다고 해도 달이의 체력으로는 좀 힘들겠지만... 갈 곳이 없어 못 가는 것과 갈 곳이 있는데 안 가는 것의 차이랄까? 다행히도 내 직업상 (파트타임 정직원)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 부담은 없는 편이다. 이렇게 일주일 내내 아이들을 돌봐야 할 때를 대비해 다른 주에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더 해둘 수 있는 것도 좋다. 때때로 달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이렇게 나의 사정과 아이들 학교의 사정을 잘 맞춰가고 있다. (신랑은 내가 정말 급한 일이 생기면 긴급 돌봄으로 투입된다. 신랑 역시 시간이 유연한 편이라 감사할 뿐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도움 없이도 이렇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오롯이 잘 키워내고 있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이전화 보기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