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21화] 해와 달이의 영국에서 학교가기 (5)


(해, 달이의 영국에서 학교가기(4)에서 이어집니다.)


입학 2달 전 7월, 해와 달이가 학교에 처음 방문하던 날.


1년 남짓 어린이집에 가는 날마다  울었던 달이는,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초등학교 교실에 해와 함께 조용히 들어갔다. 아이들을 처음 선생님 손에 맡기고 다른 부모님들과 함께 앉아있던 약 20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달이가 울지는 않을까. 다른 아이들은 해와 달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여기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싫어하면 어쩌지. 괜한 자격지심일까..



‘안녕하세요? 우리 애는 남자애고 이름이 올리에요. 프리스쿨은 이 근처에 .. ‘
‘우리 애 이름은 에이미에요. 벌써 그룹 채팅창을 만들었나요?’


부모들끼리 간단히 인사도 나누고, 한국에서는 단톡방으로 불리우는 그룹 채팅창 정보도 공유했다.


‘저는 해와 달이 쌍둥이 엄마이고, 그 중 달이는 장애가 있어요. 학교 통합교육이 너무 좋은 것 같아 지원했어요.’


모기만한 목소리로 나와 아이들에 대한 소개를 했다.


‘어머! 그러시구나. 저는 우리 첫째가 여기  Year3  다니거든요. 통합교육 진짜 너무 좋아요. 학교 운동회나 학예회 할 때 보면 정말 감동이에요. 아이들도 너무 예쁘고 선생님들도 너무 좋고!’



참고로 이 엄마의 자녀들은 모두 비장애였다. 그녀의 한마디에 왠지 마음 한켠에 있던 묵은 먼지가 쓸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 사이 아이들이 선생님과 책읽기 시간을 마친 후 돌아왔다. 해는 새 가방 (읽기연습용 책을 상시 넣어다닐 수 있는 책가방을 학교에서 나눠주었다.)이 생겼다며 들떠 있었고, 달이는 선생님이 읽어준 책 (우연히도 집에 있던 달이가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의 제목을 읊으며 아는 내용이기 때문인지 뿌듯한 표정이었다.



한 손으로는 달이의 휠체어를 밀고, 다른 한 손으로 해의 손을 잡고, 가방을 둘러매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솜사탕을 밟고 가는 기분이었다.


달이의 입학을 기점으로 재활치료 계획에 큰 변화가 생겼는데 그 중 하나는 담당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달이는 나와 함께  지역의 건강관리/재활센터에 가서 치료사 분들을 만났다. 가끔 오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가 센터로 갔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되면 지역 내 각 학교를 담당하는 물리·작업치료사가 있어 인계된다고 했다. 달이의 신생아 시절부터 함께 해주신 너무 좋은 치료사들과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다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지만, 학교에서 새로 만나게 될 분들도 좋으시리라!



사실 이들은 서로 잘 알고 있는 치료사들이라 (담당 아이들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휴가 등의 이유로 나오지 못하면, 다른 치료사가 아이들 세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내가 없이도 척척 알아서 인수인계를 하셨다. 달이에 대한 기본적인 치료기록 공유는 물론이고, 물리치료사는 학교에서 달이가 스탠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 작업치료사는 어린이집에서 쓰던 보조의자를 학교로 배송해 주셨다.


어린이집과 학교의 1:1 선생님 인수인계, 지역 재활센터와 학교의 인수인계. 중간에서 내가 할 일은 없었다. 학교에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를 제출한 게 전부였다.



그리고 9월, 드디어 아이들의 본격적인 학교 적응 기간이 시작되었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이전화 보기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