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16화] 긴 밤 끝에 찾아온 달이의 새벽, Dawn
나탈리가 그만둔 후, 어린이집에서는 달이의 1:1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재공고를 냈다.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온 것이다. 그 사이 어린이집에서는 나와 달이가 등원해 매일 1시간씩 머무르며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감사한 일이었다. (코로나 시국 전이라 가능했던 일이다.)
오전 10시 즈음 달이와 함께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이 선생님과 놀고 간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엔 나와 함께 있어도 다른 곳에 시선을 잘 돌리지 않던 달이가 조금씩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내가 보이는 거리에 있으면 선생님에게 잠시 안겨 놀기도 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러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의 이름을 외울 정도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도저히 안되겠어. 지금 계시는 선생님들께라도 부탁해보자!’
마냥 기다릴 수 없어서 신랑을 통해 당시 해의 담당 선생님이었던 돈(Dawn, 새벽이라는 뜻)에게 달이를 맡아줄 수는 없냐고 용기 내어 부탁해 보았다. 돈은 매우 난감해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또 몇 주가 흘렀다. 애가 탔다. 이제 포기해야 하나...
‘나나, 돈이 달이를 맡아보기로 했어요. 일반 돌봄 선생님을 한 명 더 구하고요.’
‘정말요? 아, 너무 감사합니다!’
그동안, 달이와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어느 정도 얼굴을 익힌 선생님이라 마음이 놓였다. 물론 달이는 여전히 등원할 때마다 울긴 했다. 하지만 길고 긴 기다림 끝에 만난 돈은 달이에게 너무 너무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마치 그의 이름처럼 달이에게,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새벽 밝은 빛 같았다.
돈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고, 음식을 만들고, 스트레칭도 하며 하루를 즐겁게 꽉 채우고 돌아오는 달이의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었다. 달이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물론이었다. 돈과 나는 어린이집을 마치는 시간마다 달이가 오늘 뭘 했는지, 어떤 새로운 말을 하고 단어를 배웠는지, 어떤걸 좋아했는지 또는 싫어했는지 등을 이야기했고 서로의 안부를 나눴다. 딱히 정을 못 붙이고 살고 있던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생긴 느낌이었다.
달이가 등원하면서 처음으로 울지 않고 웃으며 ‘바이 바이’라고 인사한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너무 기뻐 눈물이 났다.
‘우리 달이 정말 많이 컸구나. 잘 크고 있구나.’
달이는 돈을 정말 좋아했다. ‘돈이 좋아? 엄마가 좋아?’ 물으면 수줍게 ‘도..온’ 이라고 말할 때도 있었다. (한국 돈Money 아닙니다..) 덕분에 달이의 어린이집 생활은 행복하고 즐겁고 따뜻했다.
모든 것이 좋았지만, 단점을 딱 하나만 얘기하라고 하면 1:1 선생님이 딱 한 분 뿐이라 스케줄 변동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돈의 몸이 좋지 않거나, 휴가를 간다거나 하면 어린이집에서는 달이를 맡아 줄 수 없었다. EHCP를 가지고 있는 경우 초등학교 학기 기준으로 만 2세 이후 주당 15시간, 만 3세 이후에는 30시간의 무료 돌봄이 제공되지만 방학 기간은 제외였다. 즉, 해는 원비를 내기만 하면 일년 내내 어린이집을 갈 수 있었지만, 달이는 어린이집을 갈 수 있는 시간과 기간이 제한돼 있는 것이 달랐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