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15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EHCP – Education, Health, and Care Plan 이 나왔다. 달이가 드디어 어린이집에 간다! 이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EHCP를 기다리는 동안 곰곰 어린이집의 상황도 바뀌었고, 돌봄 선생님이 부족해서 따로 1:1 선생님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즈음 해가 이미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던 터라 등 · 하원 시간에 가끔 원장님을 만나면 달이 선생님을 구하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곤 하셨다.
‘오, 나나! 해는 어린이집에서 너무 잘 노는데요? 참, 그리고 다음주에 달이 1:1 선생님 지원자가 몇 분 있어서 인터뷰를 할 거예요. 좋은 소식 전해줄게요!’
그리고 드디어…
‘나나! 어제 인터뷰를 했는데 좋은 선생님을 찾은 것 같아요. 다음주부터는 달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다가온 달이의 첫 등원날. 해와 달이 둘 다 예쁘게 입히고 차에 태워 함께 어린이집 가는 길이 무척이나 떨렸다. 자식을 맡기는 심정이 다 똑같겠지... 나탈리 선생님에게 달이를 맡아주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두 돌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우는 해와 달이를 보니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특히 달이는 더 심하게 울었다.
‘달아, 엄마 금방 다시 올게. 오늘은 첫날이니까 진짜 금방 올 거야. 선생님하고 잘 놀고 있어..’
‘으아아아아앙’
‘걱정마요, 나나. 대부분 아이들이 울다가도 금방 그치고 잘 놀아요.’
복직을 하려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꼭 맡겨야 했지만, 자지러지게 우는 달이를 보니 (병원에서 피검사를 할 때도 이렇게 울지는 않았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맞나 싶었다.
그리고 3시간 후에 데리러 갔을 때 달이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와 떨어진 그 순간부터 달이는 쉬지않고 울었다고 했다. 벌겋게 퉁퉁 부은 얼굴에 피곤과 원망이 가득한 작은 두 눈. 나탈리 선생님이 3시간을 꼬박 안고서 어르고 달래보았지만 놀지도 않고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단다.
‘후.. 달아…’
너무 속상했다. 나탈리 선생님은 가끔 떨어지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며칠 다니면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그 후 두 번을 더 오가는 동안 달이는 여전히 쉬지 않고 울었고, 지쳐서 잠시 잠들었다가 일어나서 다시 울기를 반복했다.
일주일 후, 나탈리는 갑자기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어린이집에 오지 않았고, 결국 말도 없이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말 몸이 안 좋아서 그만두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달이도 스스로가 느꼈을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놀 수도 없는 자신이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낯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우는 것 뿐이었음을…
장애가 있는 달이에게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 아이에게 장애가 있어서, 돌봄에 어려운 점이 많아서, 그래서 나탈리가 그만둔 걸까? 아니면 정말 몸이 안 좋은 것인데 내가 자격지심이 있어서 믿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거지..?
왠지 모를 억울함과 짜증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낮추고 정중히 다시 한번 달이의 선생님을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장애 아이의 1:1 선생님 구인 공고를 내고 정해진 기간 동안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어린이집에서는 아이의 등원을 거절할 수 있다. 물론 EHCP 문서 작성을 돕고 적극적으로 구인 공고를 하는 등 아이의 등원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