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치료사의 일기장

최성환 (군인 / 예비 물리치료사)



나는 23살. 군 복무중인 예비 물리치료사이다. “언제나 믿음과 희망을 노래하는 치료사.” 나만의 브랜드이다.



갓 태어난 아이에서부터 생각지 못한 장애에 슬퍼하는 이나 혹은 너무나도 큰 고통에 마구 일그러진 얼굴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곧 죽음과 직면하게 될 이에게까지 날마다 좋아지고 있다는 신념을 갖게 하고 오늘도 스스로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


내가 만나게 될 환자의 대부분은 몸 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더 클 것이다. 단지 남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갖게 되는 지독한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 역시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절망적으로 바라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칼날 같은 연민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다.


내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두가지 덕목이 있다. 하나는 냉정하면서도 과학적인 치료이다. 단순한 <신체적인 문제>뿐만이 아닌 내 환자들 -몸, 마음 그리고 영혼- 의 모든 움직임 하나 하나에 대한 지극히 객관적인 분석과 판단을 필요로 한다. 다른 한 가지는 역시 진실된, 인간적인 따뜻한 마음이다. 하얀 옷 안에 있는 그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내 가슴에 사람이 살아야 한다.


질병과 싸우기 보다 “처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서 근본적 치유가 시작


내 치료의 목표는 환자들에게 최대한의 독립성을 갖게 하는 것이고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질병과 죽음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선택받은 어떤 고통 앞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비관하거나 화를 품고 있는 상태라면 아무리 좋은 치료도 약이 될 수 없다. 모든 치료는 마음... 평온한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며 죽음이란 것은 단지 세상의 모든 두려움을 놓아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는다.





내게 있어 가장 큰 신념은 “처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점점 (1) 자연을 떠나 인위(人爲)에서만 살게 되었으며, (2)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생산하게 되었다. 이런 추세는 가속화되어 가고 있으며 이것이 현대사회의 만연된 질병의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1) 자연치유와 (2) 무술이다. 자연 에너지는 우리 개념으로 말한다면 “氣”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우리 주변과 내부에는 분명히 여러 형태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우리가 그것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파동의 주파수를 갖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로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치유한다는 것은 현대의학이 갖는 한계인 「현상 치료」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가치를 지닌다. 이것은 질병의 가장 깊은 근원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무술이라는 것은 이런 에너지를 이용한 운동이다. 수천년에 걸쳐 내려오는 동작 안에는 신비와 과학이 함께 숨쉬고 있다. 여기서 주어지는 과제는 선천적으로 정상이 아닌 환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한 방법을 사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치료적 운동"과의 결합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물리치료를 포함한 모든 의학들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우열이라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각각의 역할이 있다.


물리치료실과 병원은 사각 콘크리트 건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제는 물리치료실과 병원이 사각 콘크리트 건물 밖으로 나와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 환자는 여러 종의 나무들에 둘러쌓여 있고 부드러운 흙을 맨발로 밟게 된다.

  • 모든 기계음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싱그러운 공기로 호흡한다.

  • 따스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몸에 접촉하는 모든 것들에 주위를 집중한다.

  •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치료사의 주도 아래 본격적인 보행 연습이나 여러 필요한 치료적 운동을 하게 된다.


치료사와 환자의 직접적인 접촉은 에너지를 흐르게 하며 상담을 통한 치료는 그가 갖고 있는 분노 (미움, 슬픔..)나 스트레스에서 진정 자유롭게 해 준다. 이 모든 것은 자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연치유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방법은 더 많은 자료를 접하고 사람을 만나야 하겠다).




혹자는 이런 방법은 객관적이지 못하며 과학적 접근이 아니라고 비판할 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연 에너지에 대한 개념은 문자와 종이가 발명되기 훨씬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단지 정리되지 않았을 뿐). 문명과 닿아 있지 않은 원주민들의 행복과 건강지수는 언제나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계획 세우기를 즐겨 한다. 2010년 내 모습을 그릴 때면 흥분되고 가슴 벅차오름을 느낀다. 일년 전에 상상하던 내 모습은 물론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당신의 지식과 경험으로는 내가 깊이 생각하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책 (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으니까... 1 ~3년 뒤의 모습 역시 지금 상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질문을 잊지 않는 다면 역시 더욱 명확하며 답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현재 (2005년 4월)을 추억할 것이다.



용기있고 진실되게 뜻을 함께 할 세 명이 모이면 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피에르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더 큰 행복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들... 나는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다. 배움이란 것은 끝이 없다. 사람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나 역시 평생 연구하며 살고 싶다. 내 노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단지 그것뿐이다.



 


기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