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8화] 찾아오는 재활 프로그램_언어 편


달이에게 찾아온 세 번째 인연은 언어치료사였다. 달이가 이유식을 시작할 즈음 언어치료사와 첫 번째 약속이 있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아는 일이지만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는 말문이 트이는 시기보다 훨씬 앞선다.


처음엔 일정이 일찍 잡혔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첫 약속은 달이가 어떻게 먹고 마시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언어치료사는 달이가 어떻게 씹고 삼키는지, 기침을 하지는 않는지 등을 면밀히 살폈다. 달이는 요거트나 으깬 아보카도도 잘 먹었고, 숟가락으로 사과를 긁어준 것도 곧잘 먹는 편이었다. 언어치료사는 잘 먹는 것이 좋은 신호라며 격려했고, 달이가 다양한 음식으로 씹고 먹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표를 만들어 주었다.


이후 6개월에 한 번씩 언어치료사와 만났다. 두 돌이 되기 전, 달이가 우유나 물을 마실 때 기침을 종종 하고 폐렴에 자주 걸린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한가지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어린이 병원의 Fluoroscopy 검사를 예약해주었다. 급한 건 아니라 몇 달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Fluoroscopy 검사는 쉽게 말해 엑스레이로 짧은 동영상을 찍는 것인데, 음식에 약간의 금속성 물질을 섞어서 삼킬 때 목에서 어떻게 넘어가는지, 혹시 기도로 넘어가는 음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큰 장비들 사이에서 내가 왜 이걸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시종일관 짜증을 내던 달이. 당시 달이는 나와 떨어지기는 걸 너무 힘들어 하던 시기였고, 나는 엑스레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거운 ‘납조끼’도 입어야 했다. 그 와중에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음식을 먹도록 달래느라 진땀이 났다. 달아 도와줘…



걱정했던 대로 달이는 점도가 낮은 액체, 즉 물을 마실 때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조금씩 기도로 들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폐렴에 자주 걸렸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 때부터 달이는 물에 점도 증진제라는 것을 섞어 마시면서 폐렴과는 작별했다. 해보다 폐가 더 튼튼한 달이가 왜 폐렴에 더 자주 걸리는 지 항상 의문이었는데, 그걸 알게 돼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지금은 두유 정도의 점도만 돼도 잘 마시게 되어 기쁠 뿐이다.


달이는 두 돌이 조금 넘어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다. 그 기적 같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요거트를 먹는 것에도 칭찬을 했던 언어치료사는 한 단어, 두 단어… 말할 수 있는 단어들이 늘어날 때마다 박수를 아끼지 않으셨다. 달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자 각 단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조언들을 건넸다.



사물을 나타내는 단어가 가장 쉬워요. 그 다음에는 동작, 상태 등의 단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를 들어 사물 -  apple,  동작 - drop,  상태 – on 처럼요. 기본적인 의사소통인 ‘더 주세요’ ‘다 먹었어요’ ‘네’ ‘아니오’ 등은 말하면서 수어와 함께 동작을 보여주시고…


기본이 부족한 엄마표 영어로 언어치료를 했음에도 언어치료사의 도움으로 달이는 한국어와 영어를 둘다 알아듣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집에서는 대부분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에 아마도 달이의 영어 의사소통 실력은 어린이집에서 1:1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많이 늘었을 것이다. 언어치료사가 어린이집에도 가끔 방문해서 선생님에게 달이의 언어 자극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먹고 마시는 것도 확인해줬다. 또 다른 감사한 인연이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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