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7화] 찾아오는 재활 프로그램_물리, 작업 편


NICU(신생아 중환자실)를 졸업하기 전, 달이는 MRI 검사상 백질연화증로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이 무척 더딜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달이는 순한 아기였다. 아침에 NICU에 가서 ‘달아’ 하고 부르면 자다가도 눈을 반짝 뜨고, 엄마인 줄 아는지 품에 가만히 안겨 자고, 모유 수유, 분유 수유 가릴 것 없이 잘 먹었다. 주먹을 꼭 쥐고 있기는 했지만 보드랍고 유연한 달이의 손과 발에 강직이 온다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달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어떤 재활운동을 시작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우리 부부가 NICU 졸업 후 집으로 온 쌍둥이의 먹고 싸고 자는 일과를 챙기느라 정신 없을 때, 달이의 MRI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이 알아서 우리 집으로 날아들었다.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가 배정이 됐고, 센터에서 만나 두 분이 제일 처음 한 것은 달이가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V 쿠션을 머리와 어깨에 둘러준 것이다. 엄마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느끼는 편안한 압박감(?)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상태에서 다리와 팔 등을 만져 보셨다. 노래도 나지막이 부르고 살랑 살랑 모빌도 흔드시면서. 그리고는 근육 강직 조짐이 조금씩 보인다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동작을 알려주셨다. 옆으로 누운 자세, 앉아 있는 자세를 만들어 줄 때 좋은 쿠션 위치도 꼼꼼하게 알려주셨다.



처음에는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몰랐다. 현재까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물리치료사는 달이의 근육 강직, 척추 모양, 관절 움직임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도움이 되는 재활 운동을 알려준다면, 작업치료사는 달이가 그 나이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결국 아기들은 노는 게 일이고, 놀면서 대근육과 소근육이 발달하니, 소아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는 보통 한 팀이 되어 움직였다. 치료 시간에 가면 달이는 두 분과 신나게 놀았다. 북도 치고, 피아노도 치고, 그네도 타고, 공도 차고…


보통은 각 지역에 있는 센터에서 만났지만, 가끔 집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물리치료사의 경우 주로 스탠딩 프레임이 달이에게 잘 맞는지, 서있는 다리 각도는 어떠한지, 달이가 서는 운동을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목적이었다. 작업치료사는 달이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러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장애아동용 하이체어를 맞춰주고, 목욕 의자를 주문하는 것도 그들의 역할이었다.



모두 감사한 인연이지만, 특히 작업치료사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 부부와 신생아 때부터 특별한 도움이 필요했던 달이 사이에 균형을 잘 잡아주었다는 점에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처음 센터에 방문해서 부피도 크고 여러 개의 벨트가 이리저리 있는 장애아동용 하이체어를 보았을 때, ‘달이에게 정말 이런 것까지 필요한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나보다 더 충격을 받은 신랑의 표정을 보고 작업치료사는 일반 하이체어와 비슷하지만 충분히 달이가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를 골라주었던 것이다.


‘조금 비싸 보이는 하이체어네요! 뷰티풀! ^_^’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려깊음에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이분들을 만난 건 달이에게, 우리 가족에게 정말 행운이구나’ 싶다. NICU에서 졸업하자마자 만났던 이 인연들은 달이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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