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부의 쌍둥이 육아 5화] NICU 졸업, 그리고 6개월 (1)


해와 달이는 크리스마스에 태어나 부활절(4월 중)을 전후로 신생아 중환자실(NICU)를 졸업하고 집에 왔다. 정확하게 달이는 부활절 시작 주에, 그리고 해는 한 달 조금 안되는 기간을 더 입원해 있었다. 달이는 집에 있고 해는 NICU에 있던 이 기간에 상당히 힘들었다.


같은 날 둘 다 데리고 집에 갔으면 했지만, 날 때부터 유독 폐가 약했던 해는 미숙아 망막증 소견으로 눈 수술까지 겹쳐 입원이 더 길어졌다. 또 이유없이 해의 컨디션이 갑자기 안 좋아지며 혈당수치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몇 번 있었던 터라 병원에서는 그 이유를 찾을 때까지 퇴원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웬만하면 산소줄과 수유용 콧줄, 둘 중 하나는 떼고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도 있었다.



짧게는 일주일,보통은 한두 달이면 중환자실에서 퇴원하는 아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건강해져서 퇴원하는 아기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혈당 체크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바람에 벌집이 되어버린 해의 발꿈치를 볼 때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나나, 내분비계 쪽 의사들과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부신피질호르몬 저하 문제에요. 왜 호르몬이 부족한 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약을 복용하면 해결되는 문제니까 집에 갈 수 있겠어요! 집에 가기 전에 부신피질자극 호르몬 검사를 하게 될 거에요. 그리고 응급주사를 처방해야 할 때도 있으니 내분비계 간호사가 관련 교육을 해 줄 겁니다."


한줄기 빛과 같은 소식.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구나!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나서 확실히 해의 컨디션은 날로 좋아졌고, 수유용 콧줄도 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번 폐가 닫혔던 사고의 여파로 해는 여전히 호흡수가 높았고 산소줄 없이 숨쉬는 것을 매우 힘들어했다. 달이와 비교해 보면 분유를 먹거나 직수를 할 때도 심하게 헐떡거렸다.


“산소줄을 가지고 집에 가는 건 흔한 일이에요. 산소통 설치, 주문, 연결, 교체 방법을 커뮤니티 간호사 팀이 상세히 알려줄 거에요. 관련 교육이 끝나는 데로 퇴원 날짜를 잡읍시다. 우리는 아기가 안전하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퇴원시키지 않아요. 퇴원할 수 있다는 건 해가 집에서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걱정 말아요.”


커뮤니티 간호사 팀은 퇴원 후에도 아기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해의 산소줄 교체 교육부터 집을 미리 방문하여 거치용 산소통을 어디에 설치하면 좋을지, 어떻게 사용하고 줄을 연결해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라이터, 향초 사용 금지 등의 주의사항이나 해를 가스레인지가 있는 부엌 쪽으로는 데려가면 안 된다거나 하는 안전 교육도 했다. 더불어 외출용 산소통 3개와 그걸 넣을 수 있는 가방을 업체에 주문해 주었다.



대망의 ‘해’가 퇴원하던 날.


폐가 닫힌 응급상황에서 침착한 마사지로 해를 살려내 주셨던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의사선생님을 끌어안고 펑펑 울며 퇴원 인사를 마쳤다. 정든 간호사들, 같은 병실의 아기 엄마들에게도 감사와 행운을 빌어준 뒤 미리 준비해온 외출용 산소통에 침착하게 해의 산소줄을 연결하고 어깨에 맸다. 그리고 카시트 바구니에 달랑 앉아있는 해를 들고 병원을 나섰다. 감격스러운 첫 외출이었다. 고맙게도 운전 중에 해는 눈을 동글 동글 뜨고 울지 않았다. 이 때 우리를 따라오는 차 한 대가 있었으니, 커뮤니티 간호사인 니키의 자동차였다.



집에 같이 와서 산소통 설치 상태, 산소줄 연결 상태 등을 점검하고 해가 새로운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하는지 확인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나나, 축하해요! 행운을 빌어요.’


*글, 그림= 나나 작가 (@honey_nana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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