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를 키우는 행복


“남자아이라 말이 느리다고만 생각했어요.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아보면 좋겠다는 어린이집 교사의 말이 서운하고 원망스러웠죠.”


4살까지 입을 떼지 않았던 승재였지만 엄마 효선 씨는 특별히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았던 병원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입니다. 또래보다 발달이 늦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때만 해도 치료를 받으면 정상 발달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장애가 선물이 되기까지


6살에 승재에게 내려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으로 엄마를 비롯한 가족의 삶은 이때껏 상상해본 적 없던 곳으로 휩쓸렸습니다. 가족 모두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엄마는 깊이 슬퍼할 수도, 길게 고민할 수도 없었습니다.


“7년간 다닌 직장에 바로 사직서를 내고 승재의 재활치료에만 집중했어요. 승재의 삶이 개선돼야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엄마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전혀 말을 하지 않던 승재가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학교생활에도 문제없이 적응하면서 가족들도 이전과는 다르지만 새로운 규칙 속에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저는 승재가 학교에 있는 오전 시간에만 일할 수 있는 새 직장을 찾았어요. 동생에게 늘 엄마를 양보해야 했던 첫째 아이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데이트도 하고 있고요. 꾸준한 재활치료로 승재가 일상의 삶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도 있었습니다. “반복적인 말이나 행동 패턴 등의 자폐의 성향을 이해하고 승재를 그 자체로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누구를 만나도 그만의 개성을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대인관계도 긍정적으로 변했고요. 승재가 준 선물이지요.”


‘내 아이는 커서 무엇이 될까?’


승재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특수학교인 교남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엄마는 승재를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 외의 선택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아이에게 학교에서까지 동생을 돌봐야 하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승재에게도 자신의 장애를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특수학교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고요.”



승재와 엄마가 향해가는 첫 목적지는 직업을 가지는 것입니다. 승재에게 맞는 직업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엄마는 컴퓨터, 아이패드 등 미디어기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승재가 ‘혹시 대기업의 제조업에 근무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행복한 꿈도 그려 본답니다.


눈앞의 성적과 옆의 경쟁자만 신경 쓰다가 결국 전공도, 직업도 성적에 맞춰가는 현 교육의 현실과 비교해보니 그 상상이 참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 없이 내 아이가 사람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생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고민해온 장애 자녀의 부모들이 어쩌면 삶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이 아닐까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애교 많은 승재 덕분에 늘 행복하다며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보이던 효선 씨. 그녀 역시 한때는 장애 자녀를 키우게 된 부모들이 대부분 그렇듯 우울증을 겪기도 했습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자라는 장애 자녀와 비장애 자녀 사이의 관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효선 씨는 그 감정을 그대로 묵히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에게 심리상담을 받고 자신의 상황을 먼저 겪은 엄마들과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해결방법을 찾았습니다.


“많이 힘들고 슬플 거예요. 그 감정을 직면하고 슬퍼할 시간도 물론 필요해요. 그런데 그 늪에서 혼자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칠수록 점점 더 깊이 들어가 버리거든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꼭 전문가나 장애 자녀를 먼저 키워온 선배 엄마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으면 해요.”



장애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흔히 찾아오는 우울의 늪. 자녀의 손을 꼭 붙들고 홀로 발버둥 치는 부모들에게 간절한 것은 단 한 명이 내민 손입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엄마들이 자신의 행복도 소중히 지켜갈 수 있도록 함께 해주세요.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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