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달려라! 기적의 두 바퀴

[2021 미라클365 버추얼 런] 송사무엘 러너 인터뷰


 


매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장애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기적의 레이스 ‘미라클365 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작년처럼 비대면 형태의 행사로 치러졌습니다. 눈 깜짝할 새 모여든 러너 365명은 언제 어디서나 기적을 향해 달리며, 5주년을 맞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과 장애어린이들에게 밝은 기운을 불어넣었지요.



기적의 시작, 내 작은 한 걸음으로


“누구보다 장애어린이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열심히 달렸어요” 희귀난치 질환을 갖고 태어난 송사무엘 씨는 휠체어를 타고 2021 미라클365 버추얼 런에 참가했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단단한 의지와 열정을 장애가 막을 순 없었지요.


션 홍보대사의 SNS 계정을 통해 어린이재활병원 소식을 자주 접했다는 사무엘 씨는 병원 건립 초기 때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힘든 시간을 보내서 자연스럽게 장애어린이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어요” 자신과 비슷하게 유년기를 병원에서 보낼 아이들에게 따뜻한 공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고 진실했을 겁니다.


SNS에 인증한 2021 미라클365 버추얼 런 완주 기념사진

SNS 계정에 줄줄이 올린 행사 홍보, 기념품 언박싱, 그리고 러닝 완주 인증 게시물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는 러닝 기간 내내 기부 마라톤에 진심이었습니다. “휠체어를 움직이며 손으로 달려야 한다는 게 처음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걷는 게 달리기로 바뀌었을 뿐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어요. 처음에 한강공원에서 5km를 달렸는데, 기간이 남아 3km도 달렸어요. 가볍게 전력 질주로!”


긍정의 힘이 불러온 새로운 변화


어린 시절의 송사무엘 씨. (우측) 중학생 무렵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방문한 롯데월드 봉사단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사진제공 = 송사무엘 씨)

사무엘 씨는 선천적으로 척수의 발생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희귀난치 질환 척수이형성증(이분척추증)을 앓고 있습니다. 생후 7개월부터 수술을 받으며, 신경외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등 여러 진료과를 전전했지요. 학창 시절 기억 속 자신은 항상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수술 없이 지낸 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예요” 한창 멋지고 아름다울 나이에 많은 수술을 거쳤고, 그러면서 발생한 문제로 다시 수술실을 찾기도 했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번번이 좌절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30대 끝자락에 독립한 후로 혼자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스스로 버텨낼 체력이 필요했어요. 꾸준히 운동하기로 마음먹었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모든 게 멈추었고 두 바퀴로 할 수 있는 건 산책뿐이었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행사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한 장소에 모여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마라톤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거리를 달리는 언택트 버추얼 런으로 바뀌었지요. “휠체어가 일상인 저에게 버추얼 런은 누군가와 함께 뛸 기회였어요. 물리적, 심리적으로 참가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낮아졌죠. 아마도 한데 모여 달리는 레이스였다면, 기부 런은 생각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는 그렇게 기적을 향해 달리는 365명의 러너가 되었습니다.



“직접 해보니까 장애어린이를 도우면서 즐겁게 달리고, 제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삼조’더라고요. 어려울 게 하나도 없어요. 감염병 유행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지만, 제게는 언택트 기부 런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지요.” 장애가 있음에도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이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긍정이 긍정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요. 독립하고 나서 활동이 많아지고, 종종 산책이나 뛰는 걸 즐겨서 그런지 예전보다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나이는 들었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장애어린이를 돕기 위해 시작한 기부 런 덕분에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었습니다”


내가 받은 사랑에 보답하는 길


“휠체어 전동킷이 있으면 언덕 같은 곳도 쉽게 이동할 수 있어요. 물론 달릴 땐 사용하지 않았어요(웃음)”

사무엘 씨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독립 축하 선물 ‘휠체어 전동킷’(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전환하는 휠체어 동력 보조 장치)을 자랑합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홀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그동안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답니다.


지금까지 헌신했던 어머니와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고 싶다는 사무엘 씨는 건강이 좋아지면서 나눔에도 부쩍 관심이 늘었습니다. “그동안 도움을 준 분들의 기도와 응원이 제 인생에 용기가 됐어요. 받기만 했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단 마음을 품게 됐죠. 저도 누군가의 삶에 행복을 주고 싶어요” 그래서 기적의 러너들과 발맞춰 두 바퀴로 레이스를 펼치기로 했습니다.



수많은 수술과 치료, 재활…. 이 과정을 어릴 적부터 겪어온 장본인으로서 어린이가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은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사무엘 씨. “장애어린이들이 재활치료를 잘 인내하길 바라는 응원의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어요. 병원 5주년 기념일을 다 함께 축하하며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기회를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글, 사진= 이정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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