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벅찬 오늘을 삽니다

배정수 기부자 인터뷰


 


새 학기 첫 등교, 친구들과 함께한 첫 여행, 신입사원의 첫 출근, 서툴지만 풋풋했던 첫사랑. ‘처음’이란 단어는 누구나 마음 설레고,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힘을 지닙니다.



“생애 첫 기부, 정말 가슴 벅찬 순간이었어요” 대학생이자 스타트업을 위한 플랫폼 개발자로 일하는 20대 청년 배정수 씨. 자신과 같이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장애청년의 자립을 위해 지난해 1년간 모은 돈으로 첫 나눔을 알리는 기적 소리를 울렸습니다.


특별한 순간을 맞을 준비


정수 씨의 기부는 오래전부터 계획된 일입니다. 2살 터울의 누나가 암으로 장애 판정을 받았을 즈음입니다. “누나가 장애를 갖게 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어요. 그들을 위한 배려와 도움을 진지하게 고민했죠. 예전부터 옳은 일이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거든요.”


학생이었던 그가 바로 기부에 동참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그래도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나부터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은 여전했습니다. 그 마음을 간직한 채 대학교 봉사단에 참가했답니다. 대학 연합 프로그래밍 동아리에서 배운 코딩 지식을 어린이들과 나누는 교육 봉사였지요. 불꽃처럼 타오른 열정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2020년 봉사단 회장직까지 맡을 걸 보면 짐작할 수 있어요.


동국대학교 융합교육원 HI-SW 봉사단에서 어린이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하는 배정수 기부자

기부할 기회도 이렇게 준비하는 이에게 주어지나 봅니다. “봉사단 회장에게 약간의 활동비가 지급돼요. 아무런 대가 없이 봉사하러 왔는데 재정적인 지원이 수반되니까 보상받고 있다는 불편한 마음이 생겨버렸죠” 활동비를 아껴서 이번 기회에 기부해야겠다고 결심한 정수 씨. 마침내 생애 첫 기부를 마주하게 됩니다.


잠 못 이룬 한 겨울밤


문제는 기부처를 결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기부자가 그렇듯 내가 지정한 곳에 나의 기부금이 온전히 쓰이길 바라기 때문에 투명한 기부처를 찾기 위해 힘썼어요” 기부를 하는 지인에게도 의견을 구하고, 인터넷 검색도 하며 기부처를 찾아보던 중 SNS에서 푸르메재단을 알게 됐습니다. “푸르메재단은 홈페이지에 수입과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더라고요. SNS를 통해 유명 인사들이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신뢰가 두터워졌어요”


처음 알게 된 푸르메재단이지만,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단과 14개의 산하기관을 살핀 끝에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답니다. “푸르메재단이 이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된 건 원칙적인 운영으로 잘 꾸려온 결과가 아닐까요?”



생애 첫 기부, 특별한 순간이지 않았냐고 묻자 가슴 벅찼던 그 날의 생생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크리스마스 새벽 2시에 기부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어요. 첫 번째 나눔을 확인했다는 푸르메재단의 문자를 받고 나니, 드디어 간절히 꿈꿔온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이 뒤엉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죠. 오래도록 저를 잠들지 못하게 한 생애 첫 기부였어요”


새 시각으로 느낀 장애인 자립의 필요성


정수 씨는 아픈 누나를 지켜보며 새로운 시선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다른 삶을 포기하고 오로지 누나를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를 바라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 후로 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장애가 있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조력자의 힘든 모습까지 보게 되더라고요” 장애인과 그들의 옆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조력자들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장애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그간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이나 이웃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거예요. 기술이나 제도적인 지원이 선행되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자리 잡길 희망해요” 그렇게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장애청년이 받는 사랑도, 주는 사랑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바라봅니다.


장애어린이와 장애청년,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정수 씨. 아팠던 가족사가 있었기에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겠지요? 가슴 벅찬 첫 기부, 그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푸르메재단도 당신이 전한 고마운 마음을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글= 이정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배정수 기부자, 이정훈 간사


 


생애 첫 기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