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눌러앉히는 인연의 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유기연 약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유기연 약사는 밝은 미소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병원을 환하게 밝혀주는 분입니다. 개원 초기부터 약국 운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한 능력자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 ‘함께 걷는 사람들’ 유기연 약사의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동행기를 들었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진료지원팀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유기연입니다. 주업무는 조제와 마약류 관리입니다. 그밖에도 의약품 주문과 재고관리 약무행정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나요?
이화여자대학교 약대를 졸업하고 이대 부속병원, 국민은행 본점 의무실, 개업약사,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요양병원 등에서 약사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2년 정도 중고등 학생에게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했어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자란 부분은 채워가면서 교육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성대결절이 생겼어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즈음에 대학 동기가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개원 소식을 알려줬어요. 개원하는 병원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재충전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해 지원했어요.
돌이켜 보면 푸르메와는 인연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가장 화두는 학원을 잘 마무리하는 거였어요. 마침 훌륭한 인수자 분이 나타나서 모든 일이 원만하게 해결됐기 때문에 제가 여기 있을 수 있었어요.
Q.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곳에서도 근무하실 수 있으실텐데 푸르메와 함께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아청소년과 진료시작 후에 원내조제가 꾸준히 증가하였고 혼자서 조제를 하다 보니 결국 관절에 무리가 왔죠. 힘들어서 병원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총무팀에서 약무보조를 채용해서 계속 근무하기를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여서 계속 근무를 하게 됐어요. 현재 보조 선생님과 함께 근무하고 있어요. 이제는 손도 안 아프고요.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제안해주시고 음양으로 도움을 주시는 총무팀 선생님들과 진료부를 비롯해 수많은 인연이 이곳에 있어요.
저는 커리어를 쌓으면서 한 번도 공백이 없었어요. 이직을 계획하면 항상 다음이 있었죠. 일반 약국이나 요양병원에서는 지금 보다 짧게 근무해도 급여는 비슷한 수준으로 받을 수 있어요. 조제 업무나 마약류 관리 업무도 분화되어 있어 단순해요. 그런데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서만큼은 자꾸 발목이 잡혀요(웃음). 소중한 인연들이 푸르메의 기적에 동행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Q.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개원 때부터 약국을 담당하셨습니다.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해부터 자동정제포장기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어요. 개원 시 구비했던 것으로, 진료가 늘어나면서 사용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되었어요. 약사 1명과 약무보조 1명이 감당하기에는 과한 업무량이지만 기계장비를 도입해 자동화를 실현하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요. 기계가 1명분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덕분에 행정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 병원은 요양병원에 속하는데 실제 약국 업무는 종합병원 수준이에요. 요양병원은 입원약 조제와 마약류 관리만 하는 반면, 우리 병원은 입원약 조제는 물론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통합치과진료센터 외래환자 조제가 굉장히 많아요. 많을 때는 하루에 80명분의 조제를 하기도 해요. 특히 마약류가 33종이나 되어 어려움이 있어요. 마약류 조제가 일반약 조제 시 보다 피로감이 높고, 관리 역시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어요. 소아약(가루약) 조제가 많아 손가락 관절에 무리가 오기도 했어요. 다행히 병원 모든 분들이 협조를 해주셔서 잘 극복하고 있어요.
Q. 병원 직원들이 ‘긍정에너지를 주시는 분’이라고 설명해주시던데, 유기연 약사의 긍정에너지원은 무엇인가요?
모든 사물의 존재 그 자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해요. 그러면 상대방을 비교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불만이나 불평이 최소화돼요. 당연히 대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다 보니 주변에서도 저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Q. 우리 병원 최고의 패셔니스타이십니다. 패션센스를 공유해주세요.
감사합니다(웃음).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고 2000년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패션에 신경 썼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소중한 제 자신에게 매일매일 예쁜 옷을 선물하는 마음이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하루가 새로운 탄생이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높아지고 기분도 밝고 환해져서 활기찬 하루를 보내게 돼요. 감정이 전달되는지 저와 만나는 분들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씀해 주세요.
전 누군가에게 선물 받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선물하고,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화사한 색상이나 아름다운 꽃이 들어간 의상을 골라요. 옷을 마음에 들게 입으면 일에 집중도 잘 되고 효율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요.
Q. 요즘 관심 갖고 있는 분야 또는 즐거움을 느끼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주말농장에 가서 흙냄새를 맡으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에요. 땅 파고, 풀도 베면서 농사를 짓는데 노하우는 어머니께 많이 전수 받았어요. 제가 20대 때부터 원예를 좋아했어요. 작은 스마트팜을 만들어서 사시사철 소박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꽃도 가꾸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해 그 공간에서 책 읽고 영화 보고 산책하고 저를 찾는 소중한 이들과 소통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래서 지난해 이대평생교육원에서 15주 과정으로 원예치료사 과정을 수료했어요. 꽃을 가꾸고 싶어서 배웠지만 덕분에 더욱 안락하고 편안과 행복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밀 수 있을 것 같아요.
Q. 유기연 약사에게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원래 의대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피를 보면 떠는 트라우마가 있어서 어머니께서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약대에 진학하게 됐고 약사고시에 합격해 약사가 되었어요. 저에게는 단순한 직업일 뿐 의미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제게 직업인으로서, 약사로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에요.
병원 개원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일어나는 기적을 저는 생생하게 볼 수 있었어요. 휠체어만 타고 다니던 아이가 걸어서 들어오고, 작은 아기가 성장해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와요. 어머니들과 소통하고 함께 기뻐하면서 우리 병원이 정말 기적의 병원이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지인들에게도 “우리 병원은 기적의 병원”이라고 말해요. 제가 직접 경험하고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Q. ‘함께 걷는 사람들’의 다음 인터뷰이 추천과 그분에게 하고 싶은 질문도 부탁드립니다.
김희나 간호사를 추천합니다. 마음 따뜻한 분 같다는 생각과 함께 홀로 여행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희나 간호사에게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 지’와 선생님에게 ‘푸르메어린이 병원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글, 사진= 이지연 간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