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변화, 늘 놀라워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이한비 물리치료사
첫 직장, 첫 출근, 첫 월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때의 설렘을 기억하십니까?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설레고 긴장되던 그 느낌말입니다. 개원 후 첫 대졸 신입직원으로 입사한 이한비 물리치료사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처음’이라는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 소아재활 치료가 가능한 기관만 지원했다던 그와 우리 병원의 동행은 당연한 만남이 아니었을까요? 우연이 아닌 필연(?)인 이한비 물리치료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처음으로 대졸 신입직원을 채용할 당시, 입사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우리 병원에 지원하셨나요?
고등학생 때 생물을 좋아해서 뇌과학반에서 CA활동을 했어요. 그때 담당 선생님이 가지고 있던 「운동화 신은 뇌」(존 레이티, 에릭 헤이거먼 저/이상헌 역/북섬)라는 책을 통해 물리치료학을 알게 됐어요. 운동을 하면 뇌의 기능이 향상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었어요. 뇌는 우리 몸을 통솔하는 신체기관인데, 운동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이후 관련된 직업이 있는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그것이 물리치료사였어요. 그때부터 물리치료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이과를 선택했어요. 수학은 못 했지만요(웃음).
물리치료에도 많은 분야가 있지만 그중 소아재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취업을 준비하면서 소아재활 치료를 하는 기관에만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에 합격하여 입사하게 됐어요.
Q. 소아재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학부 때 지도교수님께서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민간활동의 일환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개별화 과학교육 프로그램’ 연구사업을 학술동아리와 함께 진행하셨어요. 당시 학술부장으로서 연구사업에 2~3년간 참여하면서 장애어린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이전부터 아이들을 좋아해서 대학 전공을 유아교육학과 물리치료학 중에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물리치료학에서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 반가웠죠. 덕분에 물리치료사가 되어야겠다고 꿈을 더욱 확고하게 굳힐 수 있었어요.
Q. 우리 병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3년 차입니다. 학생 시절과 무엇이 가장 달라졌나요?
직접 해보기 전에는 물리치료사가 이렇게까지 육체적인 힘이 많이 드는 직업인지 몰랐어요. 학교에서는 역학적인 이득, 좀 더 쉽게 움직이고 안전하게 힘을 덜 쓰는 방법을 가르쳐줘요. 학과 수업은 대부분 성인 기준으로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은 몸집이 작으니까 성인보다는 체력적인 면에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치료를 진행하면서 환자의 몸집은 상관없다는 걸 피부로 느꼈어요. 한 타임(30분)이 끝나면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근육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팔근육이 많이 생겨서 학교 동기들을 만나면 깜짝 놀라요.
Q. 이한비 물리치료사가 생각하는 우리 병원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요?
우리 병원에 환자가 많아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실전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병원 프로그램이나 시설 등 콘텐츠가 엄청 풍성해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도 많아요. 다른 치료실에서 하는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는 작업치료실 스터디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자세하게는 몰라도 보호자가 물어보시는 것에 대해서 얕게라도 설명할 수 있게 됐어요. 더불어서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이 있는 우리 병원 내 모든 선생님들의 노고를 잘 알게 되었죠.
무엇보다 동료 선생님들이 다 좋으세요. 다른 병원, 시설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와 비교하면 우리 병원 선생님들은 너무 좋으세요. 제가 동료 복이 있는 것 같아요.
Q. 근무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담당 환자가 정해지고 1:1 물리치료를 시행하기 전까지는 전기치료를 비롯한 다양한 치료 기구가 있는 통합치료실에서 조금 긴 시간 동안 근무했어요. 똑같은 물리치료사인데, 어떤 어머님께서 “여기 계신 분들도 물리치료사인가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마치 다른 직종의 비전문가처럼 여기신 거죠. 1:1 치료를 하지 못하다 보니 손도 둔한 것 같고 보는 눈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물리치료사냐는 말까지 들으니까 아쉬움이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통합치료실에 있으면서 배운 점도 많아요. 아이들이 기구를 이용할 때 조금이라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려고 노력했고, 부모님 응대라든가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스킬이 많이 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다른 신입 물리치료 선생님들도 입사 직후에는 일반적으로 통합치료실에서 근무하는데, 1:1로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저보다는 좀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 혹은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모든 아이들이 기억나요. 안겨서 입원했는데 걸어서 나간 아이도 있고, 처음에는 상호작용이 잘 안되었는데 나중에는 눈 마주치고 웃는 아이도 있었어요. 이론적으로 어떤 원리이고 기준인지 공부했지만 실제로 만나면 늘 놀랍고 새로워요.
아이들이 신체적으로만 바뀌는 것이 아니고 우리 병원에서 작업, 인지, 언어 등 다른 치료를 함께 받으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퇴원한 지 좀 지났는데, 제가 치료했던 10살 친구는 중도 손상으로 입원해 인지가 좋지 않은 편이었어요. 이름도 못 외우고, 앉아 있다가 누워 보자고 해도 눕지 못하고 아프다고 울기만 했어요. 그러던 아이가 퇴원할 때는 혼자 체중을 옮기고 발가락을 들어 올리고 농담까지 하더라고요. 작업치료 선생님께 들으니 움직이지도 못했던 그 아이가 젓가락질도 했다고 해요.
보호자 분도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저를 그저 새로운 물리치료사라고만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아이를 담당하는 물리치료사로서의 지지보다는 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하셨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기능이 향상되는 걸 눈으로 확인하시면서 “〇〇〇야, 선생님 말 들어야지” “선생님 아프게 하면 안 돼!”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저 역시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아껴주셨어요.
저에게도 변화가 있었어요. 다른 사람의 변화에 둔감한 편이라서 아이들을 상대로 괜찮을까 걱정을 했어요. 친구가 앞머리를 자르거나 염색해도 잘 몰라 봤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의 변화는 알아채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달라지는구나’라고 느꼈어요(웃음).
Q.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조건 혼자 시간을 보내요. 프랑스자수, 코바늘 등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정성만 가득했지만 프랑스자수를 해서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기도 했어요.
Q. 요즘 관심 갖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얼마 전에 한국영아발달조기개입협회에서 개최한 이른둥이와 가족 국제 콘퍼런스 ‘이른둥이의 소리’에 참석했어요. 우리 병원에서는 이른둥이의 신체・인지・정서발달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이른둥이 조기중재 지원사업 ‘우쑥우쑥’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른둥이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앞으로의 계획 혹은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당분간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올해 초 대학원 졸업하고 그간 계획했던 것들을 다 해서 앞으로는 치료시간에 만나는 아이들에 집중하고 싶어요.
Q. ‘함께 걷는 사람들’의 다음 인터뷰이 추천을 부탁드려요. 그분에게 전하고 싶은 질문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영양사 최민영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저는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사람인데, 최민영 선생님은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어떤 스케줄로 움직이시는지 속으로만 궁금해했어요. 이번 기회에 여쭤보고 싶어요.
*글, 사진= 이지연 간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