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이끌어 가겠습니다
김윤태 신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에게 주는 기쁨이 있습니다. 숨결 하나, 움직임 하나 그리고 존재 자체가 그렇습니다. 1만 여 시민과 500 여 기업이 함께 세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는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을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매년 성장하며 사회에 희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1일 제3대 병원장으로 김윤태 신임 병원장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습니다. 취임 한 달,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는 김윤태 신임 병원장과 만나 우리 병원의 비전과 계획을 들어봤습니다.
Q. 2012년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고 설립 및 운영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의 3대 병원장으로 취임한 소감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기 전부터 장애인 재활, 의료 분야에 관심 갖고 활동해 왔습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산하 의료분과(현 건강분과)에서 5년간 분과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앞서서는 1998년부터 장애권익문제연구소 이사로서 장애인의 건강권 옹호 활동을 하며, 서울 노원 지역 중심으로 주말 진료와 지역사회 중심 재활사업 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주민이 직접 장애이웃의 건강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함께걸음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조합의 1대 이사장을 이일영 초대병원장께서 하셨고, 제가 2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재활의학 전문의,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장애인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다보니 자연히 푸르메재단과 연이 닿았습니다. 먼저 인연을 맺고 활동하셨던 이일영 초대병원장께서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관련 자문을 해주면 좋겠다고 추천해 주셨습니다. 처음 재단의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소식을 들었을 때,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지만 항상 미흡하고 부족한 상태여서 뭔가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병원장으로 취임하고 비로소 진작부터 제가 있어야 할 곳에 왔다는 느낌이고 그동안 병원 설립과 운영에 애써 오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말 많은 분이 정성과 마음을 모아 만든 곳이기에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Q. 국내 유일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 개원 3년,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특히, 의료계 혹은 장애어린이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하십니까?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을 개원, 운영하면서 열악한 국내 소아재활의료서비스의 현실과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과 비전을 만들게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의료보험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던 시절, 장애인들은 거의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를 위해 굉장히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제가 재활의학 전문의가 된 후에도 장애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능력이 된다면 선진국으로의 이민을 꿈꾸는 경우를 자주 보았고, 실제로 많은 분이 이민 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다행히 급격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국내 재활의학이 발전하면서 소아재활도 성장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13년 국립교통재활병원 개원 준비단으로서 유럽과 일본 방문 시, 150~200 병상의 어린이재활전문병원을 견학한 경험이 있습니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설립 과정에서도 ‘과연 외국과 같은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와서 보니 의료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던 체계와 문화를 잘 구현하고 있어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병원을 더욱 잘 운영해 선진국을 뛰어넘는 치료체계와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과업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 현재 정부 정책으로 우리 병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권역별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어 기대하는 바입니다.
Q. 국내 성인재활 발전 규모에 비해 소아재활은 소외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인재활의 대상은 장애를 가진 환자 한 명이지만 소아재활은 기본적으로 장애자녀를 둔 부모도 치료가 이뤄져야 하므로 보다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고 치료 시 전문성이 더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급여수가는 성인과 별 차이가 없어 수익성이 낮고, 소아재활 전문의나 치료사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어 민간 의료영역에서 투자를 기피하는 분야입니다. 그러다 보니 소아재활은 아직까지 지역적으로 불균형이 심해 재활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고 성인재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하겠습니다.
Q. 정부는 최근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및 선정 공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아재활의 현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소아재활의료서비스의 선진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아재활병원의 지역적 불균형으로 ‘재활난민’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치료받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제 종합적인 청사진이 수립되고 관련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했으므로 이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또한 소아재활은 영유아기 아동뿐 아니라 성장기의 아동·청소년을 포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뿐 아니라 교육, 직업 등 통합적 재활을 지향해야 하기에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의 역할을 보다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병원이 경영,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범적으로 운영한다면 다른 재활병원에서도 우리와 같은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치료의 대상인 장애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치료와 재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지속적으로 갖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병원은 아동의 상태, 치료 내용 및 계획을 부모와 공유하고 함께 논의하는 가족참여회의를 진행 중입니다. 재활의학은 모든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 의학임을 인식하고 장애어린이와 부모의 참여를 확대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가체계에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정책적으로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며 소아재활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Q. 재활의학에 관심을 갖고, 전문의가 되겠다고 결심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경 미국의 러스크 박사가 평화봉사단으로 와서 국내에 재활의학을 소개하고 도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스웨덴의 지원으로 지금의 ‘국립재활원’의 전신인 ‘각심학원’이 세워져 전후 상이용사들의 의지장착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후 별 발전을 못하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야 재활의학이 의학의 전문영역으로 자리매김하며 성장했습니다. 제가 1989년 재활의학 전공의를 시작했던 시점에도 사실 재활의학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막연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문 의료서비스를 시행하는 곳으로 알고 별다른 생각 없이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재활의학을 공부하고 수련 받으면서 차차 그 의의와 역할에 대해 알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재활의학 전문의뿐 아니라 국민연금관리공단 장애정도 심사위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 푸르메재단 이사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어떤 계기로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계신지요?
저는 제가 장애를 가진 입장에서 장애인 권익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습니다. 또한 재활의학을 전공하다 보니 의료 현장에서 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입장이나 사회적 문제를 자연스레 접해왔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Q. 국내 19세 이하 장애 인구는 약 10만 명(보건복지부 장애인 등록 현황 자료, 2018년 기준)입니다. 국내 유일한 어린이재활병원으로서 우리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비전) 및 추진하시고자 하는 계획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은 설립 초기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유아기의 아동들을 위한 재활의료서비스는 잘 정립된 반면, 학령기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재활의료서비스는 아직까지 부족한 형편입니다. 이를 보완하고자 치료 대상 확대하는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이며, 장비와 인력을 마련하여 내년 중에는 학령기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재활치료도 시작할 계획입니다.
또한 교육 및 직업재활과의 연계로 통합적인 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재활기관으로 발돋움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병원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고려해 입원 및 낮병동 어린이 대상 병원학교도 설립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서부교육지원청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어린이들이 병원 안에서 치료를 받고 교육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마포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재활서비스를 지원하고 담당하는 공공 재활의료 중추기관으로 그 위상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역 내 등록장애인 중 재활치료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병원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입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치료 받는 어린이와 가족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의 기부와 후원으로 세워진 병원에서 일하는 자체가 기쁨이자 치료를 통해 기적에 동참하는 것이 큰 보람이라는 것을 알려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싶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어린이재활병원으로 우뚝 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를 가지고 노력해 갈 생각입니다.
Q. 우리 병원은 많은 시민과 기업의 기부로 설립,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 늘 관심을 기울이며 도움을 주는 기부자,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초기 설립이념대로 ‘매일 기적을 경험하고 만들어가는 병원’으로서 우리 병원이 설립되고 운영되는 데 기여한 수많은 사람의 염원과 열정을 생각하면 “혼자 꾸는 꿈은 꿈에 그치지만 함께 꾸는 꿈은 언젠가는 현실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 기부와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많은 시민과 기업에 이번 기회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 병원이 존재하고 운영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뜻과 정성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임직원 모두 하나 되어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는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꿈과 희망을 찾아 키워갈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사진= 이지연 간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