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사람을 살리는 골든타임
신형진 기부자
주말이나 연휴에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대형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가게 되지요. 하지만 ‘만원’일 때가 허다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동네 상가에서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는 병원이 있습니다. 연중무휴에 야간진료도 불사합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치료받길 원하는 환자들의 필요를 늘 만족스럽게 채워주는 판교연세의원입니다.
경증 응급환자의 곁을 든든히 지키다
이곳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장문의 안내문이 먼저 눈에 띕니다. ‘중환자들만 가야 할 대형병원 응급실에 경환자들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과밀화됩니다. 경증의 응급질환은 모두 저에게 오십시오. 제가 해결해 드리지 못하는 질환이라면 상급병원의 진료를 무리 없이 받으실 수 있도록 책임지고 의뢰해 드리겠습니다.’
판교연세의원 신형진 대표원장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환자를 보느라 바쁩니다. 주말은 물론이고 특히 설과 추석 같은 명절 연휴는 눈코 뜰 새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운영 철칙은 확고합니다. “응급 환자들이 저를 필요로 하시는 한 절대 쉴 수 없습니다.” 대형병원 응급실 봉직의로 일하다 2016년 12월 의원을 개소한 신 원장은 1년 반 동안 혼자서 진료하다가 규모가 부쩍 커진 현재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이서 교대로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판교연세의원의 진료영역은 응급의학과,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신경과까지 넓습니다. 무엇보다 응급의학과의 특성을 살린 진료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접근하기 쉬운 내과계 질환 이외에도 부러지고 다치고 찢어지고 화상을 입어 응급실을 가야 하는 외상환자에게도 열려있습니다.”
“시간적, 공간적 문제로 대형병원 응급실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지만, 막상 응급실을 가면 홀대받기 일쑤에요. 응급실 의료진들은 중환자를 보기에도 벅찬 상황이죠.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는 중환자 위주로 응급실을 방문하도록 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경환자는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바로 그런 부분을 책임지고 케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가 인력이 부족하고 근무 환경도 열악한데 소아재활도 비슷하다고 신 원장은 안타까워합니다. “장애어린이들에게 적시에 치료를 제공하는 소아재활도 꼭 필요하지만 적자 운영으로 아무도 나서서 하려고 하지 않는 소외된 진료 분야이니까요.” 시민의 기부금으로 지어진 국내 첫 어린이재활병원을 어떻게든 응원하려는 이유입니다.
365일을 ‘승환이 형’처럼
지난 4월, 신 원장은 하루 1만 원씩 365일 동안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해 기부하는 ‘션과 함께하는 만원의 기적’ 캠페인 기부자가 됐습니다. 무려 4구좌나 됩니다. 아내와 중학생 큰 딸, 초등학생 아들 두 자녀의 이름으로도 신청해 ‘가족 기부자’로 동행하게 된 것입니다. 푸르메재단은 신 원장의 생애 첫 기부단체.
가족들이 나눔을 습관처럼 여기길 바란다는 신 원장.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장애어린이를 돕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좋겠어요. 삶에서 나눔을 당연하게 여기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자연스레 교육하는 효과가 있어요.”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워 나무로 자라듯 자녀들에게 나눔도 깊이 뿌리내릴 거라 믿습니다.
수많은 비영리단체 중에 왜 푸르메를 선택했는지 묻자 “기부를 어디에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좋아하는 가수 션이 홍보대사로 활약하는 곳이라 관심이 가더군요. 이사장님이 강지원 변호사란 것도 놀랐는데 아내 분이 김영란 전 대법관이시더군요. 부정청탁금지법을 제정하신 분인데 신뢰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라고 강조합니다.
또 빈곤과 질병에 처한 상황을 자극적으로 노출해 모금을 유도하는 소위 ‘빈곤 포르노’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은총철인3종경기대회’나 ‘미라클365런’처럼 쉽고 재미있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푸르메재단의 모금 방식이 마음에 와 닿는다고 덧붙입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기부증서 액자가 반깁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뒀어요. 매일 마음에 새기려고요.” 가수 션은 신 원장에게 인생의 롤모델입니다. “션은 지누션으로 활동할 때부터 좋아했어요. 지누션의 노래를 들으면서 학창시절을 보냈거든요. 그 분은 저를 모르지만 제가 ‘승환이 형’이라고 불러요(웃음). 아직 부족하지만 션 형님의 행보를 본받으려고 노력해요.”
우리 아이와 함께하는 심폐소생술 교육 ‘재능기부’
그는 진료 틈틈이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을 재능기부로 해왔습니다. “심폐소생술을 익히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나라 심정지 환자 중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6.5%로 매우 낮아요. ‘설마 우리 가족에게 그런 일이 생길까?’ 하면서 심폐소생술이 나와는 상관없다고 느껴서죠. 전체 급성 심정지의 6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하지만, 심폐소생술을 배웠어도 당황해서 초동대처를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쳐버립니다. 최근에 한 초등학생이 집에서 자다가 심정지가 온 아빠를 심폐소생술로 건강하게 살려냈다고 하죠. 가족 전체가 함께 배우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중요한 이유에요.” 어린이재활병원의 환아와 보호자에게도 이런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는 그의 두 눈이 반짝입니다.
한 가지 꿈이 있다면 자신의 의원이 하나의 모델이 되어 분당과 판교 지역을 시작으로 점점 더 많은 지역에서 경증의 응급질환자들이 치료받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계속 나누다보면 문턱을 낮출 수 있겠죠.” 진료도 365일, 나눔도 365일. 삶을 관통하는 ‘365일’의 실천! 그의 원대한 꿈이 이루어질 날을 목격하고 싶습니다.
*글, 사진= 정담빈 대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