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사회공헌 전략
백경학 상임이사의 미국 연수기 4편 <구글(Google) 사회공헌본부> 인터뷰
구글, 매년 200억 달러 상당의 자원봉사 미국에 집중키로
한국에서 1조원 넘는 수익 올리지만 사회공헌 계획 없어
구글은 199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IT기업이다. 매일 10억건 이상의 검색이 구글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 구글은 2006년 유튜브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지주회사인 알파벳(Alphabet Inc.)을 설립하면서 인터넷 검색에서 광고, 앱, 지도, 안드로이드로 영역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에 투자하면서 구글이 인류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구글은 독립된 재단을 두는 대신 구글닷오알지(Google.org)라는 조직을 만들어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매년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상당의 사회공헌활동을 약속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구글닷오알지(이하 구글 사회공헌본부)를 방문해 한국을 포함해 앞으로의 사업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전략팀 로빈 스펜서(Robin Spencer) 씨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마리아 라릭(Marija Ralic) 씨가 화상으로 연결돼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인터뷰는 8월 1일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잇는 다리가 보이는 (하워드 스트리트에 있는) 구글 빌딩 미팅룸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며칠 전 오클랜드에 있는 <어빌러티 나우>라는 장애인기관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구글이 만든 장애인 제품을 출시하기 전 불편한 점이 없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데모)를 하고 있었다. 좋은 인상을 받았다. 구글 사회공헌본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스펜서 : 구글 수익 중 1%를 과학기술을 사용하기 어려운 회사에 지원해 이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가 한국바둑기사와의 대결에서 승리해 충격을 줬다. 구글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는가?
스펜서 :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의 영향력을 조사한 뒤 최근 개발된 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원금의 절반은 인공지능 연구를 위해 세계에 있는 각국 재단을 통해서 배분하고 나머지 절반은 구글 엔지니어 인력을 통해 비영리단체에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하루 동안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몇 달 동안 책상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 두 그룹에 관여하면서 도와주는 것이 구글 사회공헌본부의 역할이다.
푸르메재단은 자폐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울 근교에 돌봄(케어) 기능을 갖는 스마트농장(Smart Farm)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이 첨단기술과 데이터를 지원했으면 좋겠다.
스펜서 : 푸르메재단에서 그런 농장을 세운다니 기대된다.
구글 사회공헌본부는 몇 명인가?
스펜서 : 모두 29명이다.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 아니다 보니 최소한 적게 유지하고 있다.
본사만 29명인가? 아시아태평양지역 등 다른 곳을 합한 것인가?
마리아 : 전 세계를 통틀어서 그렇다. 한 사람이 여러 나라 혹은 여러 사업을 맡고 있다.
2016년 한국에서는 <구글임팩트챌린지>라는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았다. 구글의 지원으로 장애인과 여성, 청년 등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발굴됐다. 이를 확대하거나 계속할 계획은 없는가?
마리아 :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혹시 어떤 NGO인지 아는가? 한 곳은 장애인들이 편히 다닐 수 있는 지도를 그려주는 곳이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임팩트 프로그램을 계속할 계획이 없다.
스펜서 : 지난해 10월 <인공지능 챌린지>가 끝났다. 20개 팀이 우승했다. 상금 2500만달러(약 300억원)를 나눠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사업을 평가한 뒤 확대할 것인지, 어느 나라에서 개최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최근 구글이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의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1765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역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구글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인가?
스펜서 :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주택 부족으로 거주지를 찾는 사람(저소득층과 노숙자)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구글 투자로 이들이 주택을 구하는 시간이 40% 줄었고, 더 많은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국민들은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글이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사회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스펜서 : 구글은 글로벌하게 일하기 때문에 어떤 나라에서 어떤 일을 해야할 지 평가를 거쳐서 결정할 것이다.
그 때문에 구글의 사회공헌 활동을 기대하는 것이다.
스펜서 :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엔지니어들을 통해 소통하고 지원할 것이다.
한 보고서(앱애니 2017년)에 따르면 구글이 플레이를 통해 낸 국가별 수익에서 한국은 3위를 기록했다. 2016년도를 기준으로 한국에서 4조원 이상의 매출과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검색 광고가 구글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본부로 가고 있다. 하지만 유한회사인 구글코리아가 얼마의 세금을 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 구글의 사회공헌사업도 2016년 <구글임팩트챌린지>를 통해 30억원을 지원한 것을 빼고는 이렇다 할 것이 없다. 한국 NGO계에서는 한국에서 매년 1조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만큼 구글이 이에 걸맞게 한국사회에 기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스펜서 : 실패가 곧 도전이고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려는 시도이다.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걱정하는데 그런 걱정이 바로 장점이 될 수 있다. 구글 재단에서는 IT자격증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립해 여러 회사의 기술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구글 사회공헌본부에서 자발적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가?
마리아 : 여기(사회공헌본부)에서 보는 것하고 각 지역에서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큰 틀은 회의를 통해 수립하고 있다.
사회공헌본부의 올해 예산은 얼마인가?
스펜서 :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다. 지역별로 나누어 배정된다.
마리아 : 2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2년 전 앞으로 5년 동안 1000억달러를 기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엔지니어들은 10억 시간 지역사회를 위해 자원봉사할 계획이다.
주로 미국에 집중되는 것이 아닌가?
스펜서 : 관심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주로 미국에 있기 때문에 대상도 미국이 될 것 같다. 사회공헌본부에서는 미국 외 지역에서 일하는 구글러(구글소속 직원)에게도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려 노력하고 있다.
마리아 :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만 하더라도 사정이 달라서 아우를 수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힘들다. 구글 사회공헌본부 직원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문제에 집중하기는 어렵다. 각 국가가 직면한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고 소통을 많이 하겠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알고 싶었지만 대답은 원론적인 부분에 그쳐 아쉬웠다. 다만, 인상적인 것은 로비에 있는 키오스크.방문자 이름과 방문 목적, 만날 사람을 기입하자 출입증이 자동으로 발급됐고 약속 당사자에게도 연락이 갔다. 난초와 다육식물이 담긴 작은 화분들이 복도 벽에 붙어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자석처럼 붙어 있어서 정기적으로 다른 장소로 옮기곤 했다.
*대담 및 정리=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사진=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구글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