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고 소박한 집밥처럼
김진숙 기부자
“서비스로 계란말이 드릴게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찌개와 맛깔난 반찬으로 차려진 밥상에 그릇 하나가 더 놓입니다. 가정식 백반집 ‘다래식당’을 20년째 운영하며 푸르메재단에 오랫동안 기부해온 김진숙(59) 씨에게 나눔은 배고픈 손님들을 위해 매일 차려온 푸짐한 식사와 닮아 있습니다.
20년 내공의 든든한 한 끼 식사
푸르메재단 맞은편에서 자하문터널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너 군데의 식당 중 빨간 바탕의 큼지막한 다래식당 간판이 반겨줍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 집밥처럼 정갈하고 소박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공사 현장 노동자, 택시 기사, 직장인으로 늘 붐비는 이곳의 하루 평균 손님은 100여 명이나 됩니다.
“반찬이랑 밥 더 드려요?” 손님이 밥 한 공기를 다 비울 무렵, 김진숙 기부자가 말을 건넵니다. 괜찮다고 하자 “누룽지 드릴게요”라며 곧바로 구수한 숭늉 한 사발을 내옵니다. 후식으로 요구르트까지 말끔히 비운 손님 입에서 맛있게 먹고 간다고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푸르메재단 직원들도 많이 오시죠. 백경학 상임이사님은 김치찌개에 사리면 넣는 걸 좋아하세요”라며 오랜 단골 입맛도 잘 압니다.
김진숙 기부자의 일과는 새벽 4시에 시작됩니다. 첫 손님이 5시 30분이면 오기 때문에 음식을 준비해놔야 합니다. 평일‧주말 아침장사는 오전 8시까지, 점심장사는 10시 30분~3시, 저녁장사는 5~8시입니다. 식사 사이에 재료 손질과 정리로 쉴 틈이 없습니다. “우린 김치도 직접 담가요. 얼마나 맛있는데요(웃음)!”
손님 푸르메… 생애 첫 기부처
김진숙 기부자는 2009년 푸르메재단 직원들이 손님으로 찾아오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세종마을 푸르메센터가 건립되기 전, 담쟁이로 둘러싸인 1층 작은 건물에 있을 때부터입니다. “한 번은 직원 분들이 기부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함께하겠느냐고 제안했어요. 작게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 싶어 흔쾌히 동의했죠.” 생애 첫 기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동전모금함으로 시작했습니다. 손님들이 한 푼 두 푼 넣은 동전을 모아 푸르메재단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다 액수가 얼마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이름으로 정기기부를 신청했습니다. 집이 근처라 출퇴근길 푸르메센터에 내걸린 현수막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미소는 돈이 들지 않는다’는 글귀가 인상 깊었답니다. 음식하랴 계산하랴 앉아있을 겨를도 없이 바쁘지만, 우편으로 오는 장애인 잡지 ‘열린지평’은 챙겨봅니다.
“종교가 불교라서 평소에 남에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잘 된다고 믿거든요. 온전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는 비장애인으로서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는 장애어린이에게 관심을 가져야죠. 기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요.”
나눌수록 커지는 희망
결혼 전에 간호사로 일했던 김진숙 기부자는 몸이 불편한 사람을 보면 먼저 가서 부축해주고 싶고, 농학교‧맹학교 학생들과 장애인들이 손님으로 올 때면 식사 자리가 불편하진 않는지 음식이 괜찮은지 마음을 더 쏟게 된다고 합니다. “이웃을 늘 배려해야죠. 우리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김진숙 기부자는 남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평온해진답니다. “딸들과 남편도 제가 기부하는 거에 대해서 좋아해요. 기부금을 가치 있게 써주면 바랄 게 없죠. 푸르메재단을 떠올리면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죠. 작은 나눔을 모아 희망을 만들어주세요.” 찌개에 들어갈 재료는 단번에 알지만 기부는 잘 모른다며 쑥스러워하던 김진숙 기부자의 진심입니다.
인터뷰 도중, 김진숙 기부자는 기부금을 증액했습니다. “그동안 기부금이 적어서 마음에 걸렸어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크게는 못 하더라도 작게나마 더 하고 싶네요.” 기부할 곳이 바로 옆에 있어 흐뭇하답니다. “손님들이 다래식당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할 때 뿌듯해요. 가진 게 없는 사람도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남고 싶어요.” 오늘도 맛있는 밥을 지으며 나눔을 실천하는 김진숙 기부자가 있어 푸르메재단은 행복합니다.
*글, 사진=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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