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장애어린이를 키우려면
[푸르메인연] 정기기부 100회 돌파 서경주 기부자
‘지영엄마’로 불리길 더 좋아하는 서경주(48) 씨. 매달 일정액을 100회 이상 납부한 기부자를 찾다가 발견한 친숙한 이름입니다. 푸르메재단 어린이 홍보대사로 활약한 지영이는 기부자들에게 감사패를 당당하게 전달하고, 어린이재활병원 첫 삽을 뜰 때에 감사편지를 또박또박 낭독했었습니다. 햇살 좋은 오후, 모녀를 만나러 서대문구 홍제동 자택을 찾았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거실엔 지영이가 션 홍보대사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서경주 씨가 지영이에게 “션 아저씨 기억나?”라고 묻자 “푸르메! 사진 찍은 사람”이라고 기억해냅니다. “우쭐해 해요(웃음). 기억은 잘 못하지만 굉장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나 봐요.”
다운증후군이 있는 지영이는 2008년부터 2012년 초까지 푸르메한방장애재활센터를 다니며 인지능력이 눈에 띄게 나아진 1기 졸업생 출신. 사춘기에 접어든 16살 지영이는 학업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활동보조인의 권유로 시작한 성경 필사를 한 후 특수학교에 갔다가 재활치료와 수영강습을 받으면 하루가 금방 지나갑니다.
늘 딸의 곁을 지키느라 일과가 빽빽하지만 서경주 씨는 틈틈이 장애 자녀를 둔 가족으로서 보탬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2013년부터 맡고 있는 푸르메재단 재활치료비 배분심사위원.
“장애인 가족 당사자로서 심사를 할 때 아이를 양육하는 가족 환경을 꼼꼼하게 봅니다. 아이의 가족 구성원, 형제자매의 상태, 가족들이 앓고 있는 질병 등 전반을 고려해요. 지원을 통해 가족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지를 두루 살피는 것이죠.”
기적을 만든 ‘숨은 공로자’
푸르메재단이 한창 어린이재활병원 부지를 물색하던 중 서경주 씨는 마포구 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이 탐방했던 ‘괜찮은’ 부지를 제안했었습니다. 지금의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설마 성사가 될 줄은 몰랐는데 백경학 상임이사님과 직원 분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서 이뤄낸 거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이 되어버린 지영이는 이용할 수 없는데도 왜 그토록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바랐을까요. “먼 훗날 성인이 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도 그만큼 더 나아질 거라 믿거든요.” 모금 운동, 주민 설득, 건축에 이르기까지 ‘고생한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고 합니다. 특히 그토록 꿈꿔왔던 성인 직업재활시설이 생겨서 무척 반갑답니다.
장애어린이를 묵묵히 뒷받침하는 가족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서경주 씨는 경험으로 압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장애어린이를 키우려면 마을을 넘어 더 많은 손길들이 필요합니다.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과 상실감을 어루만져줄 때 아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나눔은 빚을 갚는 것
매월 푸르메재단 정기기부는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행동과도 같습니다. “지영이가 인연을 맺고 활동하게 된 것도, 다운증후군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 갖고 보게 된 것도, 어린이재활병원이 들어선 것 모두 빚이에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빚이라고 생각하니까 끝까지 함께하는 거죠.” 뿐만 아니라 소액이라도 장애인 분야라면 기꺼이 힘을 보태려 합니다.
기부자로서 씨앗에 물주고 가꿔가는 심정으로 장애어린이와 가족들에게 폭넓게 쓰이는지 꼼꼼히 본답니다. “감시라기보다는 관심의 표현이죠. 푸르메재단은 가급적 많은 이들에게 지원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사용내역을 볼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기부를 중단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서경주 씨는 수학교사를 그만두고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NGO와 자조모임 활동가로서 오랫동안 실무를 경험해왔지만 그래도 부족함이 느껴져 시작한 도전. 사회복지사가 되어 장애어린이 관련된 일을 하게 되길 바랍니다. 단체 하나 차리셔야겠다고 하자 “통 큰 기부자가 기금을 내준다면 가능하겠죠?”라며 미소 짓습니다. 서경주 씨의 꿈이 열어줄 넓은 세상이 기대됩니다.
*글= 정담빈 간사 (커뮤니케이션팀)
*사진= 정담빈 간사, 푸르메재단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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