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도 즐거운 별에서 온 그녀
[네버엔딩 인터뷰] 13. 푸르메재단 모금사업팀 백해림 팀장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80년대 인기 있었던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의 노랫말을 떠 올리면 처량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슬프지만 울지 않고 견뎌내겠다는 어린 캔디의 태도가 대견스럽다. 캔디처럼 나에게 닥친 시련과 슬픔에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볼 수 있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긍정의 힘’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푸르메재단에는 늘 웃는 여자가 있다. 바쁘고 피곤한 순간에도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힘을 얻게 된다. 내가 바뀌면 세상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별에서 온 그녀. 백해림 팀장을 만났다.
Q1. 백해림 팀장님 안녕하세요. 늘 함께 일해서 잘 아는 것 같지만 팀장님의 개인적인 것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푸르메재단과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A1. 안녕하세요. 2012년 7월 1일. 그러니까 세종마을 푸르메센터가 완공되고 바로 입사했습니다.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났고 건물의 나이와 저의 재단 근무 기간이 동일하네요. 모금사업팀의 김미애 팀장의 권유로 입사를 했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다른 기관에서 한 5년쯤 일하다가 자유를 찾고 싶어서 3개월 정도 해외여행을 다녔어요. 입사 제의를 받았지만 당시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기관의 투명성과 리더십이었습니다. 1개월간 나름의 조사를 하였고 푸르메재단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Q2. 최근 끝난 드라마 ‘미생’을 보면 영업3팀이 배경인데요. 푸르메재단의 영업3팀이 바로 모금사업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금사업팀의 자랑을 부탁드립니다.
A2. 드라마 미생의 영업3팀처럼 모금사업팀도 활발하게 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원도 영업3팀처럼 4명으로 동일하네요. 두 명의 간사는 푸르메재단을 알리고 함께하는 분들을 모집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기부하신 금액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리고 관련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세 명의 간사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모금사업팀 특성상 행사가 많고 주로 주말이나 저녁에 진행됩니다. 신기한 것이 저희 팀원들이 한 번도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말을 안했던 것 같아요. 새벽 6시에 도착해야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요. 집이 수도권 외곽이라서 이동 자체가 어려웠던 한 간사는 친구 집에서 자고 5시 반에 도착한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열정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팀원들이 자랑스럽습니다.
Q3. 완벽해 보이는 팀장님, 푸르메재단에 근무하며 혹시 잊지 못할 일이 있을 것 같아요.
A3. 완벽해 보인다구요? 설마요. 제가 무슨 물건이든지 잘 흘리고 다닙니다. 다이어리, 컵, 핸드폰을 하루에도 몇 번 씩 흘리고 다닙니다. 수백 번을 잃어버려도 대부분 저를 찾아오는 것이 신기합니다. 며칠 전에도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체국을 가는 팀원을 돕는다고 지하주차장까지 따라 갔다 사무실에 왔는데 뭔가 허전했습니다. 핸드폰과 지갑이 보이지 않아서 샅샅이 뒤졌는데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자포자기하며 혹시 우체국에 간 팀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한 번 찾아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잠시 후 전화가 왔고 차 위에서 지갑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핸드폰은 매끄러운 재질이라서 도로에 떨어졌고 나의 건망증 때문에 영영 잃어 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포기하는 마음이었지만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봤습니다. 신기하게도 핸드폰이 경사로 한 가운데 떨어져 있었습니다. 차가 다니는 길인데 바퀴에 깔리지 않고 멀쩡한 것이 기적이었습니다. 다른 팀원이 보더니 이렇게 튼튼한 핸드폰은 처음 봤다며 다음날 저와 같은 기종으로 바꿨습니다. (하하하)
▲ 3km를 달린 차량 위에서 발견한 백해림 팀장의 지갑, 핸드폰은 주차장 경사로에서 찾을 수 있었다.
Q4. 팀장님은 항상 밝고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습니다. 채춘호 팀장도 찡그리지 않는 팀장님의 마인드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혹시 비법이라도 있는지요?
A4. 제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세상이 좀 더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제 능력으로는 타인은 물론 주어진 상황도 바꿀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찾다가 제 자신은 그나마 바꿀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변화는 내가 바뀌는 것에서부터 시작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비밀을 알게 된 후 제가 바뀌면 기적이 시작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제가 웃으면 주위 사람들이 웃고, 제가 즐거우면 우리 팀원들도 즐거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즐겁게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일을 합니다.
Q5. 솔로인데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짝 궁금합니다.
A5. 솔로이기도 했다가 요즘 말로 ‘썸’을 타기도 합니다. 솔로일 때는 동네친구와 놉니다. 주로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전시회에 갑니다. 커피숍에서 수다 떠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행복입니다. 썸을 탈 때는 애인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거나 근교로 드라이브를 갑니다. 친구도 애인도 안 놀아줄 때는 그냥 집에서 책을 보거나 밀린 청소를 합니다. 저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한 10년쯤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생기고 재미있는 일들이 무궁무진 많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Q6. 키가 무척 크세요. 보통 남자보다 큰 것 같은데 키와 관련된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A6.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어요. 운동도 좋아하고 잘 먹어서 덩치도 남부럽지 않을 정도였어요. 고등학교 영어회화 시간에 원어민 선생님이 상대방을 묘사하는 과제를 주셨어요. 짝이 된 남학생은 코끼리에나 쓰이는 거대하다는 뜻의 ‘huge’라는 단어로 저를 묘사했고 너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친구와는 그 사건을 계기로 더욱 친해지게 되었고 졸업 후에도 가끔 연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7. 책을 좋아하시니까 이 질문을 꼭 드려야 할 것 같아요. 혹시 ‘나를 바꾼 한마디’를 책에서 발견하셨는지요?
A7. 고등학교 때 도서관을 기웃거리다가 홍세화 씨가 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똘레랑스(관용)’에 대해 설명한 구절이 있는데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음을 크게 흔드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라는 말이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새기는 말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와 다양성의 가치를 이보다 잘 설명한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Q8. 기부와 관련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푸르메재단 기부자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분을 소개해 주세요.
A8. 울산에 사는 스무 살 여학생, 김OO 씨가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어요. ‘만원의 기적’ 캠페인의 경우 하루에 만 원 또는 천 원씩 기부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번거롭기 때문에 월 1회 30만 원 혹은 3만 원씩 기부가 되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학생은 용돈을 아껴서 매일매일 1천 원씩 은행에 직접 들려 기부해 주시고 계세요. 담당 간사가 직접 통화를 했는데 장애어린이를 매일 떠올리며 마음을 보내는 캠페인이니 계속 이렇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2년 넘게 유지해 주고 계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특한 생각이 듭니다. 모금을 하다 보면 지치게 되는데 위로하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은 언제나 기부자 분들이신 것 같아요. 기부자분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불끈 힘이 납니다.
Q9. 팀장님 오늘 인터뷰 너무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 대상을 추천해 주세요.
A9. 저는 푸르메센터 4층에 위치한 식당을 너무 좋아합니다. 맛도 좋고 정성도 듬뿍 담긴 것 같아요. 물론 가격도 훌륭합니다. 참고로 만족도 조사에서 항상 100점을 주는 곳입니다. 장애인과 가족들 또한 직원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하는 아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고생하시는 식당 식구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 같아요. 아침 일찍 출근해서 맛난 밥을 준비해 주시는 조리사 안영수 선생님이 궁금합니다. 얼마 전 결혼하셔서 떡도 돌리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신혼 재미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하하하)
*글, 사진= 한광수 팀장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