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재활 치료하듯 성실하게
[네버엔딩 인터뷰] 일곱 번째 인터뷰... <푸르메재활센터> 고명숙 물리치료사
흔히 알고 있는 한자성어 중에 마부작침(磨斧作針)라는 것이 있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부단히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도끼처럼 큰 쇳덩이를 갈아서 작은 바늘을 만든다니 얼핏 들어선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이라는 가정 앞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인내의 시간이 경이로울 뿐이다.
네버엔딩 인터뷰를 위해 푸르메재활센터의 고명숙 물리치료사를 만났다. 인터뷰하는 도중에 사람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껴들었다. 부모의 재산이라면 좀 싱거울 것이고 타고난 재능이라고 하면 힘이 빠진다. 그런데 철저한 자기관리라고 하면 왠지 힘이 난다. 누구나 노력은 마음먹기에 따라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노력자(者)에게 존경을 표하게 된다. 인터뷰를 하면서 고명숙 물리치료사는 자기관리의 교과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없이 자기를 조련하며 마부작침의 자세로 오늘의 고명숙을 만든 그녀의 성실함을 들여다보자.
Q1. 고명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시 인터뷰 한다는 것은 알고 계셨나요?
A1. 안녕하세요. 그럼요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언제 연락이 오나 걱정하면서 기다렸습니다. (하하하) 제가 웹진을 항상 꼼꼼하게 읽습니다. 나오는 기사도 좋고 재단 소식도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평범한 저를 인터뷰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2. 웹진을 보실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2. 1992년도에 졸업하고 20년 넘게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물리치료사와 치료교육부 센터장으로도 잠시 일했습니다. 2013년 1월부터 푸르메재활센터에서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근무 중에 있습니다. 저는 경기도 하남시에서 시부모님과 남편, 사랑하는 두 딸들과 함께 6명이 살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제가 일과 공부를 하는 동안에 며느리를 도와주시겠다는 시부모님 덕분에 아이들을 맡기고 있습니다. 저는 등산과 수영을 좋아합니다. 요즘에는 푸르메센터 3층에서 아침, 저녁으로 2km씩 런닝머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10K 미라클런 대회에 꼭 참가하고 싶습니다.
Q3. 곽재복 관장님이 추천해 주실 때 일찍 출근하시는 자기관리를 말씀하셨는데 운동까지 하시려면 정말 바쁘게 사실 것 같아요?
A3. 집이 멀어서 보통 5시에 집에서 나옵니다.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종로 푸르메센터로 출근해서 운동도 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퇴근은 보통 9시 정도에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업무에 능숙한 편이 아닌 것 같아요. 밀린 업무도 마무리하고 또 공부도 합니다. 제가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보니 잠자는 시간을 줄이게 되는 것 같아요. 워낙 습관이 되어서 이제 괜찮습니다.
Q4.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또 물리치료사로서 느끼는 보람을 묻고 싶습니다.
A4.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재활치료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있으니까 후배들을 위해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물리치료사로서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 연구를 계속하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운 방법을 아이들에게 적용하고 좋아지는 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욕심을 내서 박사과정을 공부 중에 있습니다. 이제 논문만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그 동안 배려해 주신 푸르메재활센터 직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싶어요.
물리치료사로서의 보람은 당연히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때 있습니다. 특히 푸르메재단으로 직장을 옮길 때 재단의 꿈을 보고 쉽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재활병원을 함께 짓고 그 비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Q5. 물리치료사로서 경험이 풍부하신 것 같습니다. 재활 치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A5. 처음 물리치료를 배우던 시절이 80년대라서 우리나라에 체계적으로 학문적 적립이 안 되었던 시기였습니다. 캐나다에서 선교를 위해 들어오셨던 구애련 교수님이 그런 문제를 걱정하셨는지 캐나다 교수들을 데리고 오셔서 가르쳐 주시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대학 3학년 때 세브란스 병원에서 근무하시던 두정희 실장님에게 아동물리치료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누구보다 전문적인 아동물리치료를 배웠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교재도 외우고 공부도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졸업하고 서울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할 때 지방에서 치료 한 번 받으려고 올라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에만 있어서 관절의 구축이 심하던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바우처 등 사회서비스도 생겨났고 부모님들도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Q6. 기존에 근무하시던 복지관과 재활센터에서의 치료법에 차이가 있는지요?
A6. 복지관은 어린이보다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많이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접근 프로그램을 통한 가족지원 서비스와 지역 사회에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며 사회통합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푸르메재활센터는 어린이의 치료가 이뤄지는 의원이기 때문에 심리, 언어, 작업 치료가 병행되고 아이들의 재활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Q7. 그동안 많은 분들을 치료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요?
A7. 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김태연이라는 스무 살 청년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때 만나서 치료를 하다가 성인이 되어 다른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지력이 떨어지고 글을 읽지는 못하지만 사회성이 뛰어나서 콜택시를 혼자 불러서 타고 다닐 정도로 능력(?)이 좋은 청년입니다.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지난달에는 택시를 타고 재활센터까지 찾아올 정도로 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Q8.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8. 아이의 잠재력을 가장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는 분들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가 힘드시겠지만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위해서라도 부모님들이 누구 보다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Q9.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본인의 장점 또는 단점은?
A9. 글쎄요. 장점은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생활이 되었지만 부지런하고 성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은 감정을 미리 읽지 못해서 상처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그게 아닌 것을 알게 되면 너무 힘들어하고 다른 일에도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Q10.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힘든 경험을 하게 됩니다. 고명숙 선생님께서도 그런 경험이 있으셨는지요?
A10. 물론입니다. 1997년도에 뉴스에 나올 정도로 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에 대학 동문들과 워크숍을 다녀오던 길에 고속도로에서 연쇄충돌이 있었고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저는 크게 다쳤습니다. 3개월을 입원했다가 퇴원하니 기억력이 희미해질 정도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7개월간 휴직하면서 제가 출근하던 복지관에 나가서 매일 재활치료를 받았습니다. 재활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고 물리치료사로서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둘째 아이를 가지고 싶었는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잘 안 생겼습니다. 그래서 첫 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터울이 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Q11. 앞으로의 꿈이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A11. 저의 비전은 ‘지속적으로 배움으로써 역할을 다하는 치료사가 되고 아는 것을 나누는 바르고 이성적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박사과정을 마무리 중에 있으며 매주 금요일은 겸임교수로 대학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푸르메재활센터에 근무하면서 종로지역의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의 통합연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빨리 또래의 친구들과 만나서 자신의 능력을 표현하면서 지내길 바랍니다.
Q12.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 주자를 생각해 두셨나요?
A12. 종로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시는 이종덕 팀장님이 궁금합니다. 매일 먼저 인사도 해주시고 운동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운동기능팀이라서 그런지 그룹 프로그램 및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구상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재활치료를 받는 아이들까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모습에서 훌륭한 인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종덕 팀장님, 인터뷰에 응해 주실 거죠?
*글, 사진= 한광수 팀장 (홍보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