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원정대가 미소를 선물합니다!
“15년 만에 처음 치과진료를 받았어요. 나처럼 누워서만 지내야 하는 장애인들은 이렇게 찾아오지 않으면 치과치료를 하기 위해선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병원까지 가는 것은 무리예요. 이렇게 찾아와줘서 감사합니다.”
지금 만나러갑니다
거동이 불편해 양치질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이가 아파도 이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참을 수밖에 없는, 치과치료에 소외되어 있는 장애인을 찾아가는 미소원정대가 활동을 시작된 지 3년이 되었습니다.
2010년 봄, 변화를 꿈꾸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미소원정대가 꾸려졌고 그 해 6월 드디어 첫 발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첫 방문지인 중증장애아동생활시설 라파엘의 집을 시작으로 20여 곳의 서울· 경기도에 있는 장애인 단체와 시설에 찾아갔습니다. 중증장애인과 가족 등을 대상으로 구강검진과 충치치료, 스케일링, 불소도포 등의 치과진료와 함께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비도움과 병원연계 등의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3년여 동안 148명의 미소원정대원이 장애인 612명의 치아를 살폈습니다.
▲ 2010년 라파엘의 집 진료 모습, 진료 뿐 아니라 올바른 칫솔질 교육 등 아동 구강 교육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엄마도 아이도 진료 받을 수 있는 찾아가는 진료실
“우리 아이가 병원은 너무 무서워해서 전혀 갈 수 없었어요. 그래도 여기는 자기가 항상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까 혹시나 하고 데리고 와봤어요”
주간보호센터에 진료실을 차린 날 한 어머니께서 장성한 아들을 데리고 방문하셨습니다.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광경에 겁을 먹고 살짝 움츠렸지만 자신이 늘 앉던 곳으로 슬며시 자리를 잡습니다. 눈도 안 마주치며 모른 척 소파에 앉아있던 아들은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입을 열어 구강검진을 할 수 있었고 무사히 진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이를 돌보느라 병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어머니도 이 기회에 치과 검진을 받았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여 감사하다고 말하고 환하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모자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감동이 밀려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치과>이지만, 어떤 누구에게는 너무 멀기만 한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임시로 차린 진료실에는 미소원정대의 열정과 사랑이 가득합니다.
아름다운 이름, 미소원정대
치과를 벗어나 진료소를 차리다보니 어렵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장애인들의 생활공간 한쪽에 만들어진 임시 진료소에서, 때로는 집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집으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도저히 각도가 안 나오는 의자에서 진료를 하다 보니 허리는 쑤시고 산악용 헤드랜턴으로 안 보이는 환자 입 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니 눈은 아프지만 언제나 기쁨으로 정성을 다해 진료하는 미소원정대원들이 참 감사합니다.
얼마 전 가정방문으로 미소원정대를 다녀온 후 재단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번에 오셨던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는지 아세요? 그때 보니까 치아가 다 상했던데... 제가 치료비를 좀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어려운 가정형편에 치과는 못가시고 동네로 찾아온 무허가업자에게 치과시술을 받아 그나마 남은 치아까지도 못쓰게 된 할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었나 봅니다. 슬며시 말을 꺼내는 미소원정대원 자원봉사 선생님의 말씀 속에는 장애인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있습니다.
▲ 지역 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어르신을 방문해서 진료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꼭 다시 한번 방문해주세요.
겨우 구강검진과 치료를 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또 다른 걱정이 있습니다. 장애로 인해 구강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장애인들의 애타는 마음을 알지만 이미 이동진료를 신청한 여러 기관들은 미소원정대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 터라 다음 번 방문은 약속하지 못한 채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장애인 치과진료에 마음을 같이 하는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치과진료, 스스로의 구강관리가 어려운 장애인들에게는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의 지속적인 관리가 더욱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지난 3년 간 이동진료를 했던 곳들, 미소원정대는 서울 및 경기 이곳 저곳을 열심히 다녔습니다.
미소원정대는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효율적인 활동’이 아닙니다. 치과 진료소가 이동을 하고 한 명을 진료하기 위해 의사, 치위생사 뿐 아니라 진료 등을 비춰주는 사람, 불안해하는 장애인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동원됩니다. 한 시간에 겨우 한 명을 진료하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이 무모한 원정을 계속해야할까요?
요즘 전남 해남에서, 강원도에서 미소원정대의 방문을 요청하는 전화가 심심찮게 오곤 합니다. “죄송한데요...” 로 시작되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서는 간절함이 가득합니다.
어디가 아픈지 표현하기 어렵고, 이동하기도 어렵고, 경제적으로 어렵기만한 장애인들에게 먼저 찾아가서 손 잡아드리고 아픈 이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만져주는 것이 미소원정대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남은 2012년과 내년, 장애인들에게 미소를 찾아드릴 수 있을지 도움이 필요하신 곳이면 어디든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미소원정대가 되길 바래봅니다.
*글=박세나 후원사업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