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보다 폼 나게 낼 수 있는 것, 기부

 



2011년 9월 푸르메재단 ‘삼일투명경영대상’ 비영리부문 수상을 돌아 보며




▲ ’세리들’ – 이탈리아 작가미상의 그림 16세기 추정


‘세금=징벌’??!


현대 사회에서 소득을 얻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덜 내고 싶은 건 인지상정입니다. 성경에서조차 세리(稅吏)는 부정적으로 그려지니 세금이란 정말 주기 아까운 것임에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연말 정산 때 환급을 못 받고 세금을 더 내면 바보 취급을 당하기도 하니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납세가 기껍지는 않아도,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건 곤란합니다.


사실 납세는 가장 손쉬운 사회적 기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납세자 덕에 벽촌에 보건소가 생기기도 하고, 무상급식도 하며, 나의 노후에 약간의 편의도 제공해 주게 됩니다. 그런데도 납세가 자랑이 아닌 손해처럼 느껴지는 건 몹쓸 학습효과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 허투루 쓰이는 걸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감시와 견제 덕에 큰 구멍이라고 할 수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는 끊어 내긴 했어도, 잘못 된 정책과 안일한 공무수행으로 아까운 세금이 줄줄 세어 나가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납세에 대한 인식을 뒤튼 근본적 요인은 세금의 징벌화 개념의 확장에서 그러합니다. 최근 정치권 경제민주화 논의의 현실적 종착점은 세금이 될 가능성이 큰 것도 그러한 이유입니다. 정치적 포장을 있는 자에 대한 공격 무기처럼 하는 바람에 ‘세금=징벌’의 도식은 더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멋있게 낼 수 있는 세금이 있다면...



이러한 시점에서 조금은 색다른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고 싶다면 이왕이면 멋있게 낼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부자만의 일도 아닐 수 있습니다. 고령화를 감안하면 앞으로 중산층도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일반인 눈높이에 맞춘 세금 사용 명세서가 필요해 집니다. 정부 예ㆍ결산서는 너무 어렵습니다.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처럼 손에 잡히는 명세서가 필요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집 아이 보육비 지원에 내가 낸 세금 얼마가 들어갔는지를 구체적으로 보고 싶고, 내 이웃의 복지에 얼마큼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낸 사람은 뿌듯하고, 혜택 받는 사람은 이게 공짜가 아니란 걸 느낄 수 있게 말입니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은 사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부’입니다.


‘기부’는 현대사회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준 조세’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최근 국가단위의 정부정책으로 운영되는 모금과 기금들이 그러한 오해를 붉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단체들이 투명하지 못한 기금운용을 하고, 직원들의 각종 비용처리의 오용이 드러나면서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부는 더욱 폼 나게 해야 합니다. 되도록 목적사업이 분명하고, 그 기금의 운영이 투명하게 공개되며, 보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운영효율성을 보유한 비영리기관이나 단체에게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종로구 신교동에 위치한 푸르메재단 사무국 입구에 걸린 ‘삼일투명경영대상’ 현판


푸르메재단 2011년 9월 ‘삼일투명경영대상’ 수상


푸르메재단은 2011년 9월 15일 삼일미래재단(삼일회계법인이 출자한 공익재단)이 수여하는 ‘삼일투명경영대상’ 장애ㆍ의료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비영리 기구(NPO)의 모금과정 및 기금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09년 제정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외부기관에서 NPO들의 회계투명성을 검증하고 심사ㆍ평가하는 제도는 이 상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진과 실무진의 약력과 담당 업무, 연락처 들을 소상히 공개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운영의 자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모든 수입과 지출을 매달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원윤리 규정과 재무회계 기준을 마련해 준수하고 자발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수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 2011년 9월 제3회 ‘삼일투명경영대상’ 장애/의료부분에 푸르메재단이 선정되었다.



▲ 삼일투명경영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푸르메 재단 강지원 대표와 재단 관리운영팀


수상 1년이 채 안돼 가는 2012년 7월, 푸르메재단은 주요 목적사업 중 하나인 종로 ‘세종마을 푸르메센터’의 완공과 개관을 이루어 내었습니다. 개관시점과 맞물려 재단은 보건복지부에서 수감하는 모금관련 정기감사를 받았습니다. 이번 감사에서도 큰 지적 사항은 물로 작은 권고사항도 거의 없이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푸르메재단은 기금의 모금과 그 사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처리에 있습니다. 법과 윤리적 테두리 내에서 모금행위를 하고 있는지, 3천 여명의 고귀한 손으로 모아 준 기금의 운영을 허투루 쓰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필요한 물품을 사고 정말 필요한 인원을 운영하는지를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보건복지부 감사를 위한 수감자료들


지키면 지킬수록 어려워지는 살림살이


성실한 투명경영에 대한 의무는 고귀한 일입니다. 하지만,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 비영리기관, 그것도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장애인 의료재활시설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에게 그 기준은 때로는 가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투명경영에 대한 인센티브도 화끈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범 경영법인에게 운영에 필요한 특별 지원금을 지정한다든지, 공동모금회의 비지정 기탁금에 대한 배분우선순위를 배정한다든지 하는 인센티브를 생각해 볼 때입니다.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어려운 고액 기부자 순위 발표도 재검토할 만합니다. 확정되지 않은 재산인 주식 평가액까지 합한 재산 규모는 툭하면 발표되는데, 기부를 통한 기여는 도통 접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비영리기관의 살림을 한 숨 펴게 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내밀어 주시는 작은 한 손, 한 손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밀어 주시는 손의 크기는 상관이 없습니다.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저 손잡아 함께 걸어 주시면 됩니다.



▲ 푸르메재단 사무국 사무실에 걸린 신영복 선생님 ‘처음처럼’ 휘호. 작은 유혹과 실수에도 흔들리지않는 ‘처음처럼’ 근무하는 재단 직원들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 글=박철웅 기획홍보/모금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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