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디자인
‘수혜자 관점’이 아닌 ‘사용자 관점’의 디자인
※ 휠체어 장애인만을 위한 지정석
※ 왼손잡이를 위한 가위
※ 외국인을 위한 영어 안내 표지판
※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
▲ 유니버설 디자인(사진출처:http://printway.tistory.com/856)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은 선한 마음일 것 입니다. 하지만, 그 배려의 마음이 자칫 선을 그어 놓은 차별이 될 수 있다면 생각이 복잡해 집니다. 위에 열거한 생활 속의 아이디어와 연구, 디자인과 시설물들은 분명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배려심’이라고 선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세심하고 솔직하게 바라보자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다수의 권리로 소수자들을 한정하여 isolation(고립)시키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익숙하고 편하며, 상대적으로 마음의 부채를 덜어 줄 합리적인 정당성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에서 생활 속의 필수요소인 디자인, 그것도 요즘 이야기되는 유니버설 디자인 (Universal Design)을 어설프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즉 배리어프리(barrier free)된 디자인으로 정의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범용(汎用) 디자인'이라고도 불립니다. 배리어프리 디자인된 도구, 시설, 설비 등은 장애가 있는 사람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것이지요. 장애의 유무와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구, 시설, 설비를 설계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공용화 설계)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공공교통기관 등의 손잡이, 일용품 등이나 서비스, 또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등 넓은 분야에서 쓰이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용어의 정의에서 보듯이 유니버설 디자인은 특정그룹이나, 특정인, 특정계층을 위한 한정적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위에 열거한 아이디어 디자인은 유니버설 디자인의 범주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모두’가 사용하는 디자인입니다. ‘모두’의 범주란 차별 없는 ‘모두’를 말합니다. 이 ‘모두’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최소점, 최하점, 그리고 가장 예외의 경우를 모두 포함하여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사용자 관점에서 모두 동일한 디자인의 혜택을 받는 것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손 힘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위
(사진출처:http://blog.naver.com/logohelp/40156874891)
이는 민주주의 사회, 정치적 의미의 ‘평등’과 다른 범주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정치사회적인 ‘평등’이란 ‘합리적 차별’을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즉,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서 소외되고 상대적 소수자들에게 특별한 차별적 수혜를 제공함으로써 세상의 무게 중심을 바로 잡는 개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정치적 정책이나 제도가 ‘유니버설’한 기준의 디자인과 시설물을 지원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공공에서 인증하는 BF(Barrier Free)시설 인증의 제도적 마련이 이러한 사회인지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 부당한 특혜라고 여기어 지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똑같지 않지만 다르지 않은......
나이 70을 바라보는 할머니는 생전 자전거라고는 타 보지 못했습니다. 할머니의 젊은 시절에는 여성이 자전거를 배우고 타는 일은 보편적인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이 다 커버리고 살림마저 손 댈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무척 자전거가 타고 싶어 졌습니다. 이따금 아니 아주 자주, 집 근처 천변 자전거도로에서 맞바람 맞으며 신나는 주행을 그리곤 합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탈 줄 모르니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 손자 녀석의 자전거가 자꾸 눈에 들어 오고,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손자녀석 자전거 뒷바퀴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보조바퀴가 그렇게 듬직해 보일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할머니는 생각합니다. ‘저 보조바퀴가 내가 탈 수 있는 자전거에 달려 있으면 정말 좋겠다.’ 하고 말입니다. 그런 할머니와 손주가 연령과 신체적인 한계와 상관없이 탈 수 있는 자전거, 그런 자전거의 디자인이 바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합니다.
▲ 2005년 미국 퍼듀 대학에서 산업 디자이너 세 명이 개발한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SHIFT"라고 부르는 이 자전거는 정지했을 때에 자동으로 뒷바퀴 두 개가 밖으로 벌어져 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사진출처:http://www.epochtimes.com/gb/5/5/5/n911884.htm)
앞서 열거한 요소들을 유니버설 디자인의 관점에서 다시 답을 정해 볼까 합니다.
※ 휠체어와 유모차가 어려움 없이 드나드는 식당 인테리어
※ 양손으로 사용할 수 있고, 손가락 근력이 없어도 사용 가능한 가위
※ 언어에 상관없이 표현되는 픽토그램
※ 시그널과 동시에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안내판
이러한 고민들이 현실화 되는 세상, 그 세상이 바로 모두가 똑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다르지는 않은 그런 세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와 나는 똑 같지 않지만 우리는 다르지 않은 그런 세상을 위해 한 번 더 살펴 보고 생각하는 일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박철웅 모금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