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활기찬 소통 공간

티아트에 가다



"아메리카노는 어떤 분께 드릴까요?"

테이블 한 쪽에 쟁반을 내려놓은 종업원이 묻는다. 주문한 남자는 "저요" 하고 대답한다. 종업원이 알아듣지 못했는지 아직도 대답을 기다리는 표정이다. 남자는 아차 싶었는지 다시 "저요" 하면서 한 쪽 손을 들어 보이며 남자를 마주 본다. 그제야 종업원은 싱긋 웃으며 남자 앞에 커피를 내려놓는다. 그때부터 일행은 종업원이 자신이 주문한 메뉴를 말하면 손을 들고 종업원을 마주보며 싱긋 웃는다.


소리가 아닌 '방법'으로 말하기



아주 작고 간단한 일에서도 새로움이 느껴지는 이곳은 종로구 누상동에 위치한 '티아트'다. 커피가 점령하다시피 한 서울사람들의 입맛에 도전장을 내민 홍차전문점. 그리고 해외여행을 온 듯이 조심스러워지는 '말하기'에 대한 긴장이 기분 좋게 다가온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직원 덕분이다. 다행히 자리를 안내받고 나서는 긴장을 조금 덜 수 있다. 종업원이 건네는 아이패드를 통해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이곳에서 아이패드는 하나의 보조기구라 할 만하다. 차의 종류와 설명을 눈으로 보고 선택하면, 우유나 설탕을 추가하거나 차의 진하기도 선택할 수 있다. 소통의 벽을 낮추기 위한 세심한 노력이 느껴진다. 뿐만아니다. 자리마다 비치된 호출벨을 누르면 직원은 진동 수신기를 통해 알아챌 수 있다. 차를 만들고 주문자에게 전달하는 일상적인 일에서는 조금의 불편함도 없다.

함께하기 위한

홍차, 홍차를 위해 함께하기.



티아트의 박정동 대표는 "'홍차'를 가지고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회상에 잠겼다. 인도여행 중 들렀던 한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이 모두 말을 잘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이었다고. 수화도 할 수 없어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즐겁게 일하고 해맑게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즐거운 공간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사회적기업 '티아트'였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겐 일자리를, 지역주민에게는 사회서비스를, 청년들에게는 창업기회를 제공하는 자립 및 참여형 복지 방안 중 하나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라고 했던가. 차를 만드는 직원을 바라보는 박 대표의 눈빛이 따듯하다. 청각장애가 있는 직원들과 소통이 어렵지 않은지 묻자, 2년 전부터 수화를 배워 간단한 의사소통은 수화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윤을 내기 위해 고용한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기에 가능한 세심함 때문일까. 차를 만드는 직원의 표정이 진지하고 밝다. 이날 일하고 있던 편예준(25세) 씨에게 만들고 있는 차에 대해 묻자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름을 하나씩 알려줬다. 그 모습이 참 자신감 있어 보였다.


일하면서 무엇이 재미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특별히 재미있을 건 없다"며 수줍어했다. 하지만 이내 "앞으로

언제까지 티아트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을 시작하며 티아트에 대한 애정이 담긴 속내를 내비쳤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면서 받던 지원금도 없고, 손님도 많지 않은 것 같아 불안했던 모양. 티아트는 적어도 우연히 얻은 일자리가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오래도록 일하고 싶은 직장인 모양이다.


 


향긋한 홍차와 '소통'이 있는 곳



마음을 다해 일하는 박 대표와 청각장애 직원이 함께 일하는 티아트는 사회적기업이기 이전에 홍차가게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홍차브랜드 딜마(Dilmah)의 차를 제공한다. 선주문 후생산 방식으로 신선한 품질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 유통하기로 유명하다. 수익의 일부는 차 생산지의 구호활동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홍차를 마시면 우리도 모르게 착한 소비를 하게 되는 셈. 게다가 티마스터가 만들어주는 홍차의 맛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차를 주문하고 나면, "고맙습니다", "맛있었어요" 하고 간단한 수화로 인사를 건네는 것도 시도해볼만 하다. 진지하던 직원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소리 내어 말하지 않더라도 대화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봄 햇살 좋은 오후에 슬렁슬렁 걸어 티아트를 찾아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참고하세요!


* 아이폰 이용자라면 앱스토어에서 '티아트'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 간단한 수화를 배우고 싶다면 한국수화사전(http://222.122.196.111/)뿐 아니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보고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 티아트는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에서 하차하여 9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옥인아파트)에서 내리면 바로 보입니다.

* 티아트에 방문하시면 근처에 소박한 볼거리가

있는 산책코스가 다양합니다.

(예 : 옥인동 돌아보기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urban&idx=11247)


*글=이예경 기획홍보팀 간사 / 사진=김수민 기획홍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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