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통한 교육
[정태성 /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소아치과 교수]
요즘 부모들이 아이의 교육을 위해 TV를 없애고 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최근 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아이를 위해 어른들이 고통을 감수하기로 했다면서 TV가 없어져 휑한 거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가 이제 세 살인데 벌써부터 그러나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모가 본보기가 되어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심어 줄 수 있는 좋은 교육방법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부모를 통한 행동의 교육은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말로써 이치를 가르치고 행동을 통해 아이들이 모방하도록 하는 ‘말과 행동을 통한 교육 방법’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눔 교육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가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녀들도 남을 위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의 ‘푸르메희망천사’가 되어주신 정태성 교수님(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소아치과 교수)도 나눔을 몸소 가르치시는 분들 중 한 분이십니다.
푸르메나눔치과의 운영위원이자 후원자이신 정태성 교수님은 2009년 부산 광안대교 마라톤(10 Km코스) 과 2010년 동아마라톤에서 진행한 푸르메재단 후원행사 참여 등, 마라톤을 통해 저소득 장애 어린이 치과 치료비 모금을 해주셨습니다.
▲ 2010년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정태성 교수님과 자제분들
"처음 도전은 큰아이(첫째 동민/남, 청심국제고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아이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5km 달리기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들어 중도에 포기하고 주저앉아 있었는데, 대회에 참가한 장애인들이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채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힘을 내서 5 Km를 완주한 경험이 마라톤을 계속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 (둘째 유지/ 여, 청심국제고 3학년)이 학교에서 숙제로 내 준 봉사활동 과제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즉, 달리기를 통해 모금한 돈을 기부함으로써 간접적인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취지로 함께 달리게 된 것이지요."
▲ 지난 2009년 마라톤을 통하여 모금한 돈을 재단으로 후원해 주셨다
정 교수님은 마라톤을 통해 가족의 건강을 지킬 뿐 만 아니라 아이들과 소통하며 인생에서 ‘베푸는 삶’이 가져다 주는 기쁨과 보람을 아이들에게 몸소 가르치고자 하셨습니다.
저소득 장애인을 위한 치료비 모금이라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고 호응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금상황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가 치과이므로 자연히 치과질환으로 고통 받는 장애인을 위해 모금을 하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로 모금을 시작한 첫 해에는 홍보부족으로 예상보다 호응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실망을 할까 걱정이 되어 알게 모르게 친척들과 주변의 지인들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해부터는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 아이들이 스스로 모금함을 만들고 취지를 설명하는 전단지를 제작하여 친척뿐 아니라 학교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홍보 하여 제법 의미 있는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교수님은 모금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졌었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보다 부모의 강요라는 생각을 하면서 주저하였지만, 기부 후 재단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기사가 나가고 예상외로 반응이 좋은 것을 느낀 후 스스로 나서서 주위에 나눔을 권유하게 되었고 기회가 되면 또 참가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고 하셨습니다.
▲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 푸르메희망천사결단식
아이들에게 나눔을 가르치고 또 몸소 실천하게 된 데는 교수님의 특별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약 30년 전쯤 건강하던 삼촌께서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시면서 현재까지 장애인으로 시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통원치료나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장애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대학의 전공분야(소아치과)에서도 장애인관련 부분이 있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현재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에게 ‘장애인치과학’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장애인치과 진료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계셨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추진하는 권역별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설치 사업을 유치하여 책임교수로서 센터건립 및 설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적인 봉사활동 수준에 머물러있는 장애인 치과진료와 관련한 제도를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합니다.
대학교수로서 제가 지닌 지식과 기술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도록 훌륭한 치과 의료 인력을 양성하여 세상에 기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푸르메나눔치과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기뻐하시며 수고를 부탁하셨습니다.
D. 피셔는 “한 인간으로 홀로서기, ’자립‘은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는 우리가 마냥 기댈 사람이 아니라, 더 이상 누군가에게 기댈 필요가 없도록 도와주는 존재라는 것 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나 스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가장 가까운 스승인 것 입니다. 가장 가까운 스승인 부모에게서 배우는 나눔은 마음에 깊이 남아,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가르침이 됩니다.
정교수님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나눔은 자신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부모에게서 나, 또다시 나에게서 자식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면 그 또한 기쁨이고 행복인 것입니다.
*글= 김수현 모금사업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