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복지 선진국 스웨덴에 가다
육아 복지 선진국 스웨덴에 가다
여성에게 많은 부담이 주어지는 육아와 어마어마한 교육비가 두려워 ‘결혼해도 아이 없이 딩크족으로 살리라’ 결심해왔던 기자는 스웨덴에 다녀온 후 ‘스웨덴에 가서 아이를 낳고 살아야지’로 마음을 바꾸었다. 전형적인 저출산국이었던 스웨덴의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 경제 활동 비율 80%의 성 평등 국가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인 스웨덴의 육아 정책에 대해 알아본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육아 휴직을 계획하다
군나르손씨 댁_ 아빠 퍼(36세)+엄마 자네트(32세)+올리비아(1세)
소프트웨어 회사의 마케팅 디렉터인 퍼 군나르손 씨와 컴퓨터 게임 회사 마케팅 매니저인 자네트 씨 부부. 이들은 스톡홀름 시내에 살고 있는 스웨덴의 전형적인 신세대 부부로, 비즈니스 관련 커뮤니티에서 만나 3년 전 결혼한 후 지난해 딸 올리비아를 낳았다. 스웨덴에서는 출산을 하면 2개월의 출산 휴가가 주어지고, 4백50일 동안 육아 휴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네트 씨는 현재 2개월째 육아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 여기에 더해 아빠에게도 출산 휴가와 육아 휴가가 주어져, 8월부터는 퍼 씨가 육아 휴직을 신청해 부부가 함께 아이를 돌볼 예정이란다.
아빠도 출산 휴가와 육아 휴가를 쓸 수 있다니 놀라워요.
(남편)스웨덴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 중 누구라도 총 4백80일의 유급 휴가를 쓸 수 있어요. 휴가 기간 동안에는 임금의 80%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고요. 또 육아 휴직 기간 중 60일은 남자가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육아도 함께할 계획인가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손이 많이 갈 때인데, 가사 분담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아내)현재는 제가 출산 휴가 중이고 모유 수유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올리비아를 돌보는 일은 제가 좀 더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집안일은 평등하게 나누는 편이죠. 기본적으로는 요리도, 빨래도 모두 같이 해요.
그럼 자네트 씨는 1년 후에 직장으로 돌아갈 생각이신가요?
(아내)물론이에요. 올리비아가 18개월쯤 되면 아이를 국가에서 운영하는 데이케어센터(국가에서 운영하는 탁아 시설)에 맡기고 일을 할 생각이죠.
1년 정도의 오랜 공백을 가진 후 직장에 복귀하면 업무 능력이 떨어지게 될 텐데, 직장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나요?
(아내)오래 쉬었으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금방 다시 잘할 거라 생각해요.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8세가 되기 전까지는 일의 양을 80%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부담스럽지도 고요. 일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남편도 도와주기 때문에 일을 다시 시작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해요. 다만, 24시간 보던 아이와 떨어져 있으려니 그게 조금 걱정이죠.
스웨덴 엄마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의 육아 용품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젊은 엄마들은 패셔너블한 육아 용품에 관심이 많아요. 유모차나 아기용 캐리어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생각하기도 하죠. (남편)스토케는 핸들링이 좋아 도시에서 쓰기 적합하고, 베이비뵨 캐리어는 편안하고 실용적이라 인기예요. 특히 캐리어는 아이를 안고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가 있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하나씩 갖춰두고 있지요. 패션을 생각해 색깔별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답니다. 저희 집에도 통풍이 잘 되는 여름용과 보온성이 좋은 겨울용을 갖춰두고 있지요.
아, 이렇게 엄마랑 아빠가 하루 종일 함께 있어준다니 올리비아가 참 좋아할 것 같아요.
(남편)하지만 이런 것이 일반적인 건 아니에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은 둘에게 동시에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한 명씩 번갈아 휴가를 쓰는 것이 보통이거든요. 하지만 저희 부부는 지원금보다 아이와 함께하며 생길 추억이 더 소중할 거라는 생각에 같이 휴직하기로 결정을 내렸답니다.
교육은 국가의 몫, 부모는 사회성을 가르친다
린드블롬 씨 댁_ 아빠 라스(42세)+엄마 말레나(41세)+칼러(6세), 오스카(4세), 프리다(2세)
린드블롬 씨 부부는 아이 셋을 기르는 맞벌이 부부로, 남편은 컴퓨터 관련 회사에서, 아내는 육아 용품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말레나 씨는 아이가 8세가 되기 전까지 근무 시간을 80%로 줄일 수 있다는 법에 따라 하루 6시간만 근무하고 있는데, 큰아이가 6세이니 벌써 6년째 파트타임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가 많아 맞벌이를 하기 어려울 법도 한데, 직장에 있는 동안은 세 아이가 집 근처에 위치한 데이케어센터에 있고, 일하는 시간도 줄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돌보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한다. 근무 시간이 줄어 적어진 급여는 정부에서 보충해주기 때문에 교육이나 육아 비용에 대한 부담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복지가 잘 되어 있어도 맞벌이를 하며 아이 셋을 키우려면 힘들 것 같아요.
낮에는 아이들을 데이케어센터에 맡기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어요. 남편이 오후 4시경에 퇴근하면서 아이들을 태워서 데려오고 매일 저녁도 준비하죠. 그래서 요즘에는 남편이 더 요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6년째 근무 시간을 줄여 일을 하고 있는데요, 줄어든 일은 누가 대신하나요. 한국에서는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일이 전가되기 때문에 눈치를 보기도 하거든요.
오, 스웨덴 엄마들은 대부분 1년 정도 육아 휴가를 쓰기 때문에 회사에서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구해요. 다른 사람들의 일이 늘어날 염려가 없죠. 만약 사람을 구하지 으면, 그 고용주는 법으로 처벌을 받아요.
한국에서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에게 태권도, 피아노, 영어 등을 가르치곤 하는데, 스웨덴에도 선행 학습이나 아이들에게 꼭 가르치려는 것들이 있나요?
외국어나 그 밖의 교육은 학교에 가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데이케어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을 잘 해줄 거라 믿어요. 스웨덴 엄마들이 관심을 두는 부분은 공부보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사회에 잘 어우러지는 사람으로 기르는가예요. 사회성이나 대화법을 가르치는 게 가장 큰 관심사예요. 스포츠도 가르친다는 것보다는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해요. 우리 가족의 경우는 겨울에 아이들과 같이 집 근처에 있는 삼림 지역으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하러 가거나 수영, 축구 등을 한답니다.
그렇다면 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사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나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데이케어센터뿐이고, 학교에 들어가면 방과 후에 아이를 돌봐주는 애프터 스쿨이 있어요. 애프터 스쿨에서는 스포츠 같은 야외 활동을 하거나 그림 그리기 등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취미 활동을 하게 되죠. 학교도 공립과 사립이 있지만 둘 다 들어가는 비용도 비슷하고 커리큘럼도 같기 때문에 굳이 사립을 보내려 애쓰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사회성 좋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엄마가 하는 것, 또는 안 하는 것이 있나요?
한국에서는 아이에게 바른 말 가르치려고 일부러 존대어만 쓰는 엄마들도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연습을 시켜요. 예를 들어 아이들끼리 싸움을 했을 경우엔, 한 명씩 자기 입장을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그리고 말을 시작하기 전에(만약 칼러가 잘못했다면) “나는 엄마, 아빠, 프리다, 오스카 그리고 나를 사랑해요”라고 말하게 한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게 해요.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나요.
남을 존중하고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의사나 변호사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니까요.
육아를 분담하는 국가 기관, 데이케어센터
스웨덴은 국제아동보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어머니와 아이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다. 교육과 의료, 아동 보육에 요한 모든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한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으면서 출산율도 높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1~5세 이하 아이들은 퍼스콜라(Fo..rskola, Preschool), 6세 아이들은 퍼스콜라클래스(Fo..rskolaklass, Preschool Classes)라 부르는 유아 학교에 보내지게 되는데, 대부분 두 시설이 함께 있으며 흔히 둘을 통칭해 데이케어센터라 부른다. 데이케어센터는 우리나라의 탁아소, 유아원, 유치원이 합해진 형태로, 단순히 아이를 돌보아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까지 담당한다. 하지만 학교에서처럼 공부를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아이들의 사회성을 기르고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어 수업 내용도 숲에 가서 친구들과 나비에 대해 배우기처럼 자연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공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통 집에서 5분 거리 이내에 하나씩은 데이케어센터가 위치해 있고, 오전 7시부터 유기농으로 만든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보통의 부모들은 출근하며 아이를 데이케어센터에 맡기곤 한다. 사립이나 공립이나 교육비가 비슷하고 국가에서 지정한 커리큘럼을 똑같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입소문 난 유치원을 찾아다니거나 사교육을 시킬 요가 없는 게 가장 부러운 부분. 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료인 스웨덴에서 유일하게 교육비를 부담하는 곳이지만, 보통 부모 임금의 1~2% 수준으로 큰 부담은 없다. 월 상한액이 82유로(13만원) 정도이고 비용상한제로 발생하는 손실은 정부에서 부담하며 부모가 무직일 경우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