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섬 위에 펼쳐진 장애인 스포츠 천국-일본 오사카 마이시마 스포츠 센터

연수단을 태운 미니버스가 바다를 건넌다. 유니버설 스투디오 옆으로 대양을 향해 출항을 앞둔 한 척의 배를 형상화한 독특한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마이시마 스포츠 센터. 오사카가 자랑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체육시설이다.


무엇보다 연수단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압도적인 규모. 사물의 외형이 비록 본질과 직결된다고 장담할 수 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막대하고도 수준 높은 시설은 일본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배려하는지에 대해 부분적이지만 충실하게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스포츠센터가 자리잡은 곳은 인공섬이다. 올해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 대회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조성됐다고 한다. 올림픽 개최가 물건너 간 뒤에 그 터의 상당 부분을 이 스포츠센터가 차지하게 되었다. 역사에 가정을 세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우리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면 잠실벌에 장애인 시설을 지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의 돛을 형상화한 마이시마 스포츠센터. 세상을 향한 장애인들의 거침없는 발걸음을 시작하는 터전임을 상징한다.


우리를 맞은 사람은 바로 스포츠센터의 관장인 요시무라 씨. 평생을 장애인 체육에 몸 바쳐 온 분으로 견학시간 내내 차분하고도 세심하게 연수단을 이끌어주었다.


지난 97년 문을 연 마이시마 스포츠센터는 부지 조성비를 제외하고 건립비로만 87억 엔이 들었다. 연간 7억 6천만 엔의 재정이 오사카시로부터 투입된다. 면적은 1600㎡로 보통 축구장보다 1.6배나 크다. 내부 스포츠 시설은 모두 국제 공인규격에 따라 마련되었다. 이 점이 전국 26곳의 장애인 스포츠센터 가운데 이곳이 자랑하는 가장 큰 장점이다. 견학 당시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을 준비하는 네덜란드 배구팀과 농구팀이 이곳을 전초기지 삼아 훈련을 하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본에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난 64년 도쿄올림픽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 영향으로 세워진 일본 최초의 장애인 전용 스포츠센터가 오사카 나가이 지역에 설립되어 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오사카 남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문제가 돼서 이곳 마이시마 스포츠센터가 추가로 문을 열게 되었다.


>> 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널찍하게 확보된 복도공간. 시설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 센터에서 장애인이 즐길 수 있는 체육종목은 실로 다양하다. 수영은 물론 양궁, 볼링, 탁구, 축구, 헬스, 좌식배구, 요가, 요트, 사격, 게이트볼 등 원하는 운동은 거의 다 배울 수 있다. 이를 위해 개인별 지도를 위한 스포츠 지도원이 배치된다. 장애인 이용자가 센터를 이용하고자 하면 곧바로 지도원이 따라붙어 적합한 체육활동을 찾아주고 종목별 기술을 가르쳐준다.


물론 모든 시설을 마련함에 있어서 장애인의 ‘눈높이’를 철저하게 감안했다. 따라서 경기장은 물론 대기실이나 식당, 화장실, 주차장 등 모든 시설은 다양한 장애형태와 수준에 맞추어 설계되었다.


그럼 내부 시설을 한 번 둘러보자. 먼저 이용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수영장을 살펴보자. 이곳은 휠체어를 타고도 물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로가 마련되어 있다. 물론 시설의 모든 규격은 국제기준을 따랐다.


>> 휠체어를 타고도 들어갈 수 있는 수영장. 도우미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한 장애인의 표정에서 시설이 주는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실내 체육관의 경우 농구 코트 두 개가 들어간다. 관람석은 평소에 골대 뒤편에 접혀있다가 필요한 경우 전동식으로 펼쳐지게 된다. 실내 체육관 주변으로는 2층 높이에 조깅을 할 수 있는 140m 길이의 트랙도 마련되어 있다. 시각장애인들도 안전하게 달리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꾸몄다.


>> 농구코트 2개가 들어가는 실내 체육관. 농구는 물론 다양한 종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층 난간에는 조깅 트랙이 구비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밧줄을 잡고 혼자서도 달릴 수 있다.


볼링장의 경우 경기 진행상황을 전해주는 음성 서비스가 제공된다. 어떤 핀이 쓰러졌는지 손으로 만져서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꼼꼼함이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장애인 볼링장이 설치된 스포츠센터는 곳은 일본 전국에 나가시마와 요코하마 등 3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 일본 장애인 스포츠 시설 중 단 세 곳 뿐이라는 볼링장. 음성 및 촉각 서비스를 통해 시각장애인도 볼링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곳은 장애인이 아무런 불편 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과 함께 빼어난 주위 경관을 활용한 호텔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꼭 장애인 가족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구든 여기 와서 운동과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스스럼없이 장애인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이 이 시설의 설립 취지인 것이다.




>> 4~6층은 호텔이다. 중증 장애인이 이용하는 경우를 대비해 침대에서부터 화장실까지 리프트를 타고 오갈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다.(위) 장애인 가족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가족 욕실도 마련되어 있다.(아래)


일본의 장애인 수는 400만명을 넘는다. 오사카만 해도 265만 시민 가운데 13만7천여 명이 장애인 수첩을 소지하고 있다. 20명 가운데 한 명 꼴로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일본 역시 장애인들은 시 외곽의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 평생을 살 수 밖에 없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장애인 친화성이 지속적으로 증대되된 결과 지금은 장애인 역시 지역 공동체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여기서 마이시마 스포츠센터 같은 장애인 체육시설의 시대적 의의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는 자치구별로 생활공간과 인접한 곳에 다양한 체육시설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요시무라 관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생활공간에 설치된 일반 스포츠시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아직도 존재하는 만큼 이 같은 스포츠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장애인들로서는 마음이 편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문턱’과 ‘경계’가 사라진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조금이라도 불편함 없이 서로 어울리는 것이 옳다. 그러나 ‘현실’과 ‘당위’ 사이에는 여전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요시무라 관장의 생각이다.


“집에만 머물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문 밖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관문’으로서 장애인 전문 스포츠 센터는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집 근처에 있는 일반 스포츠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게 편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다는 차원에서 장애인 전용시설의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시무라 관장(우) 장애인이 마음 편히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관문'으로서 장애인 전용시설의 존재가치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부지제공은 물론 건립과 운영까지 완벽하게 책임지는 마이시마 스포츠센터. 그 크기와 시설수준에 연수단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우리와의 경제력의 격차만으로 설명이 어려운 대목이 많았다. 공공의 자산을 장애인에게 우선 배정하고 비장애인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장애인 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애과 비장애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일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끝)


글=정태영 푸르메재단 팀장 / 사진=이재원 푸르메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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