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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아니 ‘가치’를 배웁니다

최보갑 기획팀 간사,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 베이킹 실습 현장

 

“저 다음주에 가루영웅베이커리로 빵 배우러 가요”

기획팀 막내 최보갑 간사가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합니다. 바로 전날 서촌의 유명한 빵집에서 스콘을 앞에 두고 ‘스콘’이 뭐냐고 물어본 ‘빵·알·못’ 최 간사이기에 놀라움이 더 큽니다.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은 푸르메재단 직원들에게 익숙한 빵집입니다. 여주 초입에 위치해 푸르메소셜팜 건립 업무로 오가며 꼭 들르는 곳이죠. 푸르메소셜팜의 장애직원들에게는 선물 같은 곳입니다. 재단 직원이 방문하는 날마다 빵을 한 아름 안겨주거든요. 열심히 일한 후 출출해진 직원들에게 그 빵은 큰 기쁨입니다.

최근 푸르메소셜팜에 들어설 베이커리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를 고민하던 기획팀. 페이스트리류로 방향을 잡더니 여주의 가루영웅베이커리에 교육을 청했습니다. 레서피를 공유해야 하는 쉽지 않은 부탁을 기꺼이 허락해준 대표님 덕분에 최보갑 간사가 2월 14일 여주로 떠났습니다.

최보갑 간사의 첫 베이킹 도전

교육 기간은 총 일주일. 그 고난을 함께할 이는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의 베이킹 파트를 총괄하는 연승민 실장입니다. 매일 만드는 수십 종의 빵이 제때 나오도록 관리하는 동시에 베이킹의 ‘ㅂ’자도 모르는 초보 최 간사에게 밀가루 종류부터 알려줘야 하는 힘든 과업을 맡았습니다.

최보갑 간사의 베이킹 실습 장면
최보갑 간사의 베이킹 실습 현장

4차까진 아니지만 3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빵집의 주방에서는 1차 반죽부터 발효까지 기계가 많은 일을 대신해줍니다. 재료 배합에만 신경을 쓰면 되죠. 문제는 2차 반죽입니다. 얇고 바삭한 빵결이 생명인 페이스트리는 반죽을 차갑게 유지한 상태에서 버터를 넣고 파이롤러 기계로 미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일정한 두께와 길이를 맞춰야 합니다. 반죽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다시 냉장고에 넣어 식힌 후 앞의 과정을 반복해야 하죠.

문제는 연 실장이 롤러로 밀 때는 일정한 길이로 등장하던 반죽이 최 간사의 손만 닿으면 길이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분명 실장님과 같은 기계를 가지고 배운 대로 했는데… 왜 다를까요?”

버섯과 토마토를 넣은 몽블랑
버섯과 토마토를 넣은 몽블랑

해결하지 못한 의문을 가득 안고 흥미로운 테스트를 하러 넘어갑니다. 푸르메소셜팜에서 생산한 방울토마토와 표고버섯을 활용한 빵을 만들어보는 것이죠. 메뉴 개발을 위한 응용과정이라고 할까요? 2차 발효까지 끝난 반죽의 절반에는 생토마토와 구운 토마토를, 나머지 반에는 건표고버섯을 넣고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얼른 구워지기를 기다려봅니다.

결과는 조금 아쉽습니다. 아름다운 결을 변형시키고, 토마토와 버섯의 맛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 덕분에 재료를 갈아서 넣거나 크림과 함께 위에 올려보면 좋겠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가루영웅베이커리에서 배우는 성공 노하우
‘원칙을 지키는 것’

“정해진 원칙은 꼭 지키려고 하는 가루영웅베이커리의 철학이 정말 좋았어요. 단순한 베이킹 교육 이상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연승민 실장과의 짧은 인터뷰만으로도 최보갑 간사의 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버섯과 토마토를 넣은 몽블랑
버섯과 토마토를 넣은 몽블랑

“저희는 100% 유기농 밀가루만 써요. 일반 밀가루보다 3~4배 비싸지만 재료에 돈을 아끼지 말자는 것이 대표님의 원칙이에요.”

“당일 생산한 것만 판매합니다. 재고가 많이 남는다고 다음 날까지 판매하는 일은 없고 생산량을 줄이는 일도 없어요. 가루영웅베이커리의 원칙입니다.”

전날 남은 빵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모두 나누면서도, 그 선행을 알리는 것도 극구 만류한다는 나진호 대표. 그가 꼭 지키는 마지막 원칙은 ‘사람’입니다.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 직원들은 장애직원을 포함해 모두 정규직입니다.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면 아낌없이 비용을 지원해줍니다. 지역빵집으로서는 참 드문 일이죠.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도, 남은 빵을 나누는 것도, 어떤 이득도 없이 최보갑 간사에게 자신들의 레서피를 흔쾌히 공유하는 것도 모두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루영웅베이커리의 원칙 때문일 것입니다.

처음의 원칙을 오랜 시간 변함없이 지켜온 여주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빵집이 된 비결을 알 것도 같습니다. 푸르메소셜팜 베이커리카페도 다시 오고 싶은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원칙을 세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어떤 빵과 커피로 고객의 방문을 유인할 것인지보다 앞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요. 그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는 철칙과 함께 말이죠.

장애인이 아니라 제빵사입니다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에는 현재 3명의 장애직원이 근무 중입니다. 3월부터는 1명이 더 입사해 총 4명이 근무하게 되지요. 나진호 대표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지켜온 스스로의 약속입니다. 여주의 많은 장애인이 이곳을 거쳐 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딛었지요. 장애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보무리가 가루영웅베이커리 출신의 최고 스타입니다.

최보갑 간사의 교육을 전담한 가루영웅베이커리 연승민 실장
최보갑 간사의 교육을 전담한 가루영웅베이커리 여주점의 연승민 실장

“함께 일하다 보면 이들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해요. 집중력이 좋고 알려준 대로 하기 때문에 성형(모양을 잡는 것)을 할 때는 비장애인보다 나을 때도 있어요.”

연 실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마냥 이해해주거나 배려라는 이름으로 방임하지 않습니다. 까다로운 업무도 가르쳐보고 잘못하면 혼도 냅니다. 노력하는 모습에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직원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와 역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몰라 허둥대는 일도 없지요. 선배로서 새 직원의 교육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도중 눈 깜짝할 사이 수십 개의 빵을 만들어내는 직원을 발견합니다. 도자기를 빚다가 50대의 늦은 나이에 입사했다는 발달장애 직원 안흥수입니다. 그의 하루는 어떨까요?

“제가 만든 빵을 손님들이 사갈 때가 가장 행복해요. 빵을 만드는 것도 행복해요. 제가 행복해야 그 빵을 먹는 사람들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푸르메소셜팜 장애직원들에게 응원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멋진 답이 나옵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나도 고객도 행복해질 거예요.”

실습 그 후

스승인 연승민 실장과 안흥수 제빵사에게 빵 만드는 센스가 있다고 인정받은 최보갑 간사. “반죽은 생명 다루듯 해야 한다는 어느 고수의 말처럼 섬세함이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첫 베이킹에 대한 평을 합니다.

적성에 잘 맞았던 걸까요? “어휴 아니요. 저는 섬세하지 않은 사람이라… 푸르메재단 기획팀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래도 이번 경험을 통해 얻고 느낀 점이 많답니다. “페이스트리에서 확장해 장애인 직원들이 모든 과정을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스콘이나 케이크류를 메뉴로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카페와 베이커리의 총괄 관리자 자질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푸르메소셜팜 베이커리카페의 밑그림이 점차 완성되어 갑니다. 그 위에 푸르메의 가치와 원칙으로 채색하는 작업이 남아있지요. 오는 6월, 여주의 푸르메소셜팜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탄생할 베이커리카페를 기대해주세요.

[후일담] 여주에 산다고 다 도자기 빚는 줄 아니?

이천에서 도자기 만들다가 선배 따라 빵집을 차렸다는 나진호 대표님. 그래서인지 가루영웅베이커리 이곳저곳에서 도자기를 팔고 있습니다. 말없이 반죽을 다루고 핵심만 뽑아 집중교육하는 연승민 실장님은 마치 오랫동안 빵을 만들던 장인처럼 보였는데요. “오랫동안 도자기를 빚다가 대표님 제안으로 빵을 만들기 시작”하셨답니다.

아, 대표님이 도자기를 하시던 분이라 주변 지인 중 도예가가 많은가보다 싶었지요. 그런데 현장에서 바로 섭외한 장애직원 안흥수 씨 역시 이곳에 입사하기 전 10년간 도자기를 빚었다고… 여주에서 일하려면 도자기 정도는 빚을 줄 알아야 하는가 봅니다.

*글, 사진= 지화정 대리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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