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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달장애인 이야기

발달장애인의 행복한 일자리 <스마트팜> 이야기 上

 

런던 발달장애인 청년 이야기

2013년 성인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위한 연수로서 영국의 발달장애인 대상 고등전문학교(specialist college) 중 농업중심학교 몇 곳을 방문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학대와 결핍, 중복장애가 있는 자폐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러스킨 밀 대학(Ruskin mill college)이었다.

잔디밭을 정리하는 발달장애학생
잔디밭을 정리하는 발달장애학생

견학 도중 헤드폰을 쓰고 잔디를 깎는 덩치 큰 청년을 보았다. 잔디를 깎는가 싶더니 갑자기 잔디 깎는 기계를 내팽개치고 큰소리로 잔디밭을 구르며 잔디를 잡아 뽑아 던졌다. 청년의 움직임이 매우 거칠었기 때문에 연수단 일행은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1시간 정도 농장을 견학하고 나서 다시 잔디밭으로 왔을 때 그 청년은 매우 열심히 또 정확하게 자신이 맡은 구역의 잔디를 거의 다 깎았다. 심지어 일을 다 마치고 편안한 표정으로 동료들이 있는 다른 장소로 차분히 이동했다.

작업 중 휴식하고 있는 러스킨 밀 대학 학생들
작업 중 휴식하고 있는 러스킨 밀 대학 학생들

청년의 전혀 다른 모습에 의아해하자 기관 관계자가 그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영국 도시의 아파트에 살던 청년은 공격성이 높은 행동 때문에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는 수많은 부정적인 말과 시선을 받게 되었고 점점 자해와 타해가 심해졌다고 한다. 결국 전문가로부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아 이곳에 왔는데,러스킨 밀 대학에선 그가 자연 속에서 아무리 소리치고 던지고 뛰어 다녀도 자연은 그의 공격적인 행동에도 반응이 없었고 부정적인 자극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점차 스스로를 인정하고 좋아할 수 있고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부터 공격성이나 도전적인 행동이 감소하고 타인과 함께 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독립적 수행능력이 향상되는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 청년의 변화는 아마도 자연이 우리에게 준 편안함, 위안, 기쁨, 그리고 용서였다는 것을 그도 알았을 것 같다.

한국 발달장애인 청년 이야기

2년 전 주간보호 이용자 중 참기 힘든 괴성과 함께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뛰어 오르는 과격한 행동을 하는 청년이 있었다. 1층에서 지른 괴성이 5층까지 들릴 정도여서 다른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자 결국 어머니는 주간보호서비스를 중단했다. 어머니 또한 장애자녀 양육으로 오는 심한 스트레스로 자율신경이 조절되지 않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그 청년을 떠나보내면서 뭐라 말할 수 없이 마음이 무거웠던 적이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 최중증 발달장애인 낮 활동 시범사업을 하면서 다시 그 청년을 만나게 되었다. 개별 지원 서비스였기에 낮 동안 근처의 숲이나 공원을 자주 산책할 수 있었는데 지원 교사가 얘기하길 소리치며 뛰는 행동이 완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원인이 긍정적 개별 지원 서비스도 행동에 변화를 줬을 수도 있지만, 자연이라는 환경이 준 영향이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별지원 서비스를 시작한지 3~4개월이 지나자 청년은 물론, 어머니의 표정에서도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장애인이 치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얻게 되는 행복은 곧 가족 모두의 행복이라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농업과 자연을 통한 발달장애인의 성장과 치유

앞서 언급한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바로 농업과 자연을 통한 발달장애인의 성장과 치유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발달장애인에게는 감각적 자극과 부정적 자극이 최소화된 자연 환경 속의 일자리가 필요하며, 특히 농업과 같은 활동은 날씨, 흙, 거름, 먹이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 작업이기 때문에 자연에서의 교육은 다른 것과의 관계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온실에서 작업 중인 러스킨 밀 대학 학생(왼쪽), 닭과 소통하는 자폐학생들(오른쪽)
온실에서 작업 중인 러스킨 밀 대학 학생(왼쪽), 닭과 소통하는 자폐학생들(오른쪽)

러스킨 밀 대학 청년의 경우, 예전 교육 환경에선 실패와 부정적인 경험만을 얻었다면 자연 속에서 생활한 이후 여러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채소와 동물을 키워내고, 스스로 생산한 농작물이 음식과 상품으로 완성돼 시민들에게 판매되는 마지막까지 성공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농작물을 기르면서 자신이 다른 생명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체험은 성취감, 자신감을 획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 실패한 존재, 사회에 필요 없는 존재로 여기기보다는 누군가에게 기여되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편견이 없는 식물,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관계성 인식과 성취감 제공은 그들의 행복이라는 힐링, 치유의 과정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과 스마트팜
‘좀 더 지역 가까이, 쾌적하고 안정된 일자리’

농업이 주는 다양한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발달장애인의 농업 일자리 창출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전통적인 농업환경에서는 많은 면적의 땅이 필요했고, 투자되는 땅과 제반 노력에 비해 더 많은 생산량을 기대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감각적으로 예민성이 높은 발달장애인에게 비와 바람 등 변화하는 날씨와 거친 작업 환경은 농업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에는 다양한 저해요인이었다. 젖은 흙의 감촉이 싫거나 햇빛이 눈부셔 농업 일자리에 적응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고, 농업을 할 수 있는 넓은 토지가 있는 곳은 대체로 지역주민들과 떨어져야 한다던가, 친숙한 지역 환경이나 가족, 친구와 분리되는 상황 때문에 발달장애인이나 가족들은 농업형 일자리를 쉽사리 선택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었다.

직접 재배한 농산품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학생들
직접 재배한 농산품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학생들

그러나 최근 대두되고 있는 ‘스마트팜’은 일정 공간에서 최대한의 생산을 꾀하므로 지역과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쾌적하고 규칙적인 제어 시스템이 주는 고정된 작업 활동이 예측하길 좋아하는 자폐성 장애인과 단계별 단순작동이 가능한 지적장애인의 특성에 더욱 적합한 일자리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기계화된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팜은 장시간 에너지가 집중 투하되는 일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해서 그들이 스트레스가 낮은 환경에서 행복한 일자리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재배한 생산품을 조리‧판매하는 학생들
직접 재배한 생산품을 조리‧판매하는 학생들

발달장애인과 시민이 함께 즐기는 공동체를 꿈꾸다

발달장애인이 생산하고 시민이 소비하고 함께 즐기는 공동체를 꿈꾸며 지난 몇 년간 다녀온 영국, 독일, 스위스의 농업중심 발달장애인 일자리‧공동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음료수를 만들기 위해 유리병을 세척하는 학생(왼쪽), 농가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담소를 나누는 지역주민들(오른쪽)
음료수를 만들기 위해 유리병을 세척하는 학생(왼쪽), 농가레스토랑에서 식사 후 담소를 나누는 지역주민들(오른쪽)

발달장애인의 생산품에 대한 소비를 지역사회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발달장애인의 욕구에 맞는 다양한 역할을 위해 농업생산 이외의 판매와 서비스 산업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인의 도전에 지역사회의 많은 시민들이 이웃으로 기꺼이 협력하고 응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다르고, 부러웠던 환경이었다.

학생들이 재배한 농산물 판매 마켓
학생들이 재배한 농산물 판매 마켓

25년 동안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일하며 만났던 많은 발달장애인들은 내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역할과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발달장애인은 생산자보다는 역할이 없는 무기력한 시민으로 평가되는 게 현실이다.

카페 이용주민을 위해 커피를 만드는 학생
카페 이용주민을 위해 커피를 만드는 학생

그런 점에서 ‘푸르메 에코팜(스마트팜)’은 발달장애인 농업형 일자리 창출을 넘어 농작물 가공‧판매하는 공간이자 희망의 공간으로 시민들이 함께 하며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긍정적 역할을 목격하는 곳으로 활용되기를 소망한다. 발달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웃의 시선이다. ‘푸르메 에코팜’이 발달장애인이 가치 있는 역할을 하는 존중받는 시민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사회 전반적으로 그 인식을 넓혀나가는 출발선이 되길 바라며, 농업과 자연을 통한 발달장애인의 성장과 치유 그리고 행복한 일자리 스마트팜을 응원한다.

*글= 최미영 운영지원실장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사진= 사회복지법인 유린보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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