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즐거움, 정기후원자 김주기님
12월의 어느 날, 푸르메재단은 후원신청서 한 장을 받았습니다.
매월 1만원을 기부해 주시기로 약정해 주신 분은 푸르메나눔치과를 방문하신 장애인 환자 김주기 님이십니다.
재활전문병원을 짓기까지 많은 분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필요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환자분(3급 지체장애인이자 국민기초생활 수급권자)께서 주신 것이라서 선뜻 받기가 어려워 사연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서울이 고향이신 김주기 님은 파독 간호사로서 1971년부터 78년까지 7년 동안 독일 하노버에서 생활하셨습니다. 그런데 귀국한 지 1년째 되던 1979년 갑자기 전신 신경이 마비되어 식물인간이 되셨고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갖게 되셨습니다.
“한달 후쯤 퇴원해서 그때부터 혼자서 치료를 했어요. 처음에는 방바닥을 기는 것부터 시작했죠. 몸이 불편해서 수도 없이 넘어졌고 이가 여러 개 부러져서 지금까지 좋지 않아요. 그나마 1994년 무렵부터는 말하는 것이 편해져서 다행이었죠.”
김주기 님께서 푸르메재단을 알게 된 것은 라디오를 통해서였습니다. 집안 일을 하면서 늘 켜 놓으신다는 라디오 방송에서 푸르메나눔치과 개설 소식이 나온 것이지요. 이가 아프셨던 김주기 님은 114에서 얻은 나눔치과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셨고 지난 10월부터 치료를 받아오셨습니다.
김주기 님께서는 12월 1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07 테마콘서트 희망 더하기’에 참석하셨다가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대한 김성수 이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후원금을 내야겠다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은 자기 수입의 1%도 기부하기를 어려워하는데, 김주기 님께서는 매월 생활비 33만원 중에서 3%가 넘는 1만원을 기부하시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부족해 언젠가 죽게 되면 시신을 기증하시겠다고 서약까지 이미 하셨습니다.
힘든 일을 오래 동안 겪으셨는데 어떻게 이렇게 밝은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간단해요. 매일 빼 먹지 않고 운동하고 먹는 것 욕심 내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돼요. 기독교를 믿고 있는데요, 저는 죽은 뒤에 있다는 천국을 바라지는 않아요. 제가 가진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것이 바로 천국이거든요. 저는 수급권자이지만 나름대로 부유하게 살고 있어요. 일도 안하는데 생활비가 나오고 이렇게 치과에 와서 도움도 받고 있잖아요.?”
몸과 마음의 건강은 하나라고 했던가요, 김주기 님께서는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계시지만 마음 건강에도 각별한 노력을 하고 계셨습니다. 바로 한 달에 5만원씩을 들여서 책을 사서 읽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긍정적인 생각’이란 어떤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생각을 갖는 것이라기보다는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김주기 님께서는 비록 가난하고 아프시지만 독서를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밝게 살아내고 계셨습니다.
“너무 액수가 적어서 부끄럽지만 재활병원 건립에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푸르메재단은 김주기 님의 기쁨이 다른 후원자님들의 기쁨과 만나 장애 환자가 주인 되는 푸르메병원 건립으로 실현되리라 확신합니다.
글/사진 이재원 푸르메재단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