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나눔치과 상근의사 이가은 선생님
얼마 전부터 푸르메나눔치과에서 들려 오는 소리입니다.
11월초부터 상근의사로 일하고 계시는 이가은 선생님께서
장애인 환자들을 치료하시면서 내시는 소리입니다.
치과에 오신 분들은 모두 치료를 무서워하기 마련인데
이가은 선생님의 귀여운(?) 말투를 듣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고 치료도 한결 쉬워집니다.
환자를 진료중인 이가은 선생님
이가은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치대를 졸업하시고 종합병원 치과의 구강외과에서 과장으로 계시다가 푸르메나눔치과의 상근의사로 오셔서 일하고 계십니다
말이 느릿하다는 특징 때문에 '보노보노(일본 애니매이션의 해달 캐릭터)'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은 선생님.
세상을 알고 진실을 알고 싶다는 그를 만나 봅니다.
우선은 중, 고등학교 내내 막연하게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수능시험이 다가오면서 부모님께서 현실적으로 여자가 하기 좋은 일이라며 강력하게 추천을 하셔서 선택하게 되었죠.
중,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것은 없었던 것 같아요. 과학시간에 실험이나 실습을 할 때면 좀 '과감한(?)' 편이었거든요. 개구리나 쥐 해부 실험을 할 때 너무 잘해서 '강심장'이라는 말도 들었죠.
학교 공부는 적성에 잘 맞았어요. 그런데 의사라는 직업에 막연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인지 약간 실망감도 들더라구요. 저는 의사가 도덕성과 지성을 겸비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육 과정이 대부분 기술적인 부분에 한정되어 있었거든요.
공부 외에는 치대 안에서 동아리 활동을 여러 개 했어요. 학기 중에는 영어회화반 활동을 했고, 주말에는 밴드부에서 베이스를 연주했죠. 방학 때는 연극부에서 활동했어요.
본과 4학년 때, 그러니까 2004년 1, 2월에 호주 맬버른 치대에 교환학생으로 간 적이 있었어요. 그곳에서 실습 교육을 받았는데, 참 인상적이었던 것이 그곳에서는 환자를 참 오래 진료하더라구요. 한 환자 당 평균 2시간 정도 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무엇보다 환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2005년 2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부터 올해 2월까지 2년 동안 상계 백병원 치과에서 구강외과 수련의로 있었어요. 구강외과는 당직도 많고 다른 과에 비해서 쉽지 않았지만, 구강 외에도 전신을 다루기 때문에 범위가 넓고 집중력을 발휘해서 몰입할 수 있는 점이 좋았어요. 2월에 백병원에서 나온 후에는 10월까지 베스티안 화상병원 안에 있는 구강외과에서 과장으로 일했어요.
제가 석사 1년차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병원에서 저를 많이 배려해 주셨지만 학교와 병원이 너무 멀고 병원 일도 많아 공부와 함께 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치과협회 사이트에서 푸르메나눔치과 기사를 읽었어요. 치과 의사들이 자원봉사로 장애인들을 진료하고 있다는 소식이었죠. 집 근처에 새로 생긴 푸르메나눔치과가 항상 궁금했는데 어떤 곳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세상을 알고 싶고 사람들의 진실을 알고 싶었어요. 치과의사로서 일의 보람도 느끼고 싶었지만 환자들을 만나서 서로 진심을 나누는 일을 해 보고 싶었지요. 푸르메나눔치과에서는 이런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달간 고민을 하다가 10월에 결심을 했어요.
무엇보다도 진료에 좀 더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환자들에 대해서는 측은지심보다는 같은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치과에 오시는 분들이 장애인 분들이라서 비장애인과 다르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픈 사람은 다 똑같거든요.
지체장애를 가진 어떤 아저씨 환자가 생각나네요. 이가 많이 썩어서 신경을 우선 제거하는 치료를 해 드렸거든요. 그런데 아저씨께서 고맙다며 블루베리 잼 빵을 사다 주셨어요.
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굳이 꼽는다면 고등학교 다닐 때였던 것 같아요. 제가 약간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어서 혼자 놀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잠이 많아서 아침에 지각을 자주 했는데 그때 만난 '지각 동기(?)'들과 친해졌고 이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죠.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푸르메나눔치과 상근의사 임명장을 들고
"저는 장애인 환자분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에게는 그냥 치료가 필요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아픈 사람일 뿐이에요."
인터뷰 내내 이가은 선생님은 '평범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자신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그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은 의사일 뿐이고
나눔치과에 오시는 장애인분들도 치료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가진 평범한 환자일 뿐이라고요.
선생님께서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의사와 환자의 평범한 만남'은
거의 모든 병원이 수익성에 목을 매고 의사가 환자를 돈으로 세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그 어떤 강경한 비판보다 날카로운 비판이었습니다.
이가은 선생님께서 앞으로 환자들과 많은 '평범한' 만남 가지시길 바랍니다.
글 정리/사진 : 이재원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