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오길순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푸르메나눔치과에 나타나

화통한 목소리와 씩씩한 행동으로

치과의 분위기를 한층 높여 주시는 자원봉사자가 계십니다.


바로 오길순 선생님이십니다.


오길순 선생님은 약 30년간 간호사 생활을 하시다가 은퇴하신 베테랑 자원봉사자십니다.

화통하고 씩씩한 언행으로 '남자답다'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으신 분이지만

치과에 내원하시는 장애인 환자분들을 따뜻하게 돌보시는 섬세하고 정이 넘치는 분이십니다.


30년의 경험을 나누어주시는 오길순 선생님을 만나봅니다.



나눔치과에서 봉사하고 계신 오길순 선생님



안녕하세요?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자원봉사하는 오길순입니다.


일하는 자세를 보면, 딱 '각'이 나오지요?

이래서 과거(?)는 못 속이나봐요. 제가 간호장교 출신이거든요.


국군간호사관학교에 진학한 이유는, 국비로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제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구요. 지금도 남자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때부터 호탕했나봐요.



군사훈련 사진


이때가 76년 6월이에요. 간호사관학교에서는 보통 여름방학 전에 군사훈련을 받거든요.

간호사관학교는 지금은 4년제인데 제가 다닐 때만 해도 3년제였어요.

저는 74년 3월에 입학해서 77년 2월 15일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해서

수도통합병원(수통)에서 일을 시작 했답니다.



국군수도통합병원 사진


이때는 77년 봄이네요. 수통에 임관해서 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에요.

저는 수통에서 내과 암병동, VIP 병동 등에서 근무했어요.


네? 미인이라고요? 사진 속 인물이 저인지 아닌지 잘 모르시겠죠?

누구나 젊을 때는 예쁘지요. 뭘. 저도 꽃다운 시절이 있었답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일요? 소위 때 암병동에서 1주일에 3명씩 죽는 걸 봤죠.

씩씩하게 활동해야 할 청년들이 백혈병 같은 걸 걸려서 죽는 걸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청년기에 걸린 백혈병은 정말 낫기가 힘들거든요.


이건 91년 3월에 전역하던 날 축하파티 장면이에요.

14년을 간호장교로 일하다가 대위로 예편했지요. 시원 섭섭했어요.




전역하는 날


결혼요? 지금 남편은 수통에 입원했던 환자였어요. 장교는 아니었고 병사였죠.

많은 환자들을 돌보는 입장이라 누가 누군지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했는데

병원에서 저를 봤나봐요. 처음엔 무시했는데 자꾸 좋다고 좇아다녀서 제가 만나준 거죠. 호호.



 샘병원 근무 사진 - 2004년 7월


이때는 2004년 7월 3일이네요.

어떻게 날짜를 정확하게 아냐구요? 저 뒤에 칠판에 써 있잖아요.


저기는 샘 안양병원이에요. 전역한 후에 잠깐 쉬고 있는데 간호사 모집 공고가 났어요.

집 근처라서 딱 지원했지요. 간호부장 찾아가서 그랬어요.

간호장교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산부인과랑 소아과만 빼고 다 잘 안다고요.


네? 정말 잘 알았냐고요? 에이~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전부 다 잘 알겠어요?

그냥 그렇게 말한 거죠. 자신감이 뭐 별건가요? 일단 부딪히고 하면서 쌓아나가는 거죠.


샘 병원에서는 중환자만 10년을 돌보았어요. 한방병원에서도 일했구요.

수간호사로 재미나게 일하다가 올해 봄에 퇴직했네요.


아직 일을 더 할 수는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조금은 여유롭게 살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자원봉사도 하고요.



자원봉사 사진


친한 간호사 친구가 성가복지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했어요. 그 친구 영향을 받아서 저도 남부시립아동보호소에서 봉사를 했지요.


그러다가 조선일보에 난 푸르메나눔치과 기사를 읽고 전화를 했슴다.


푸르메나눔치과에서 기억나는 환자 분요?


울산에서 올라오셨던 할아버지 환자가 생각나네요. 그 멀리서 찾아오시는 걸 보면서 장애인들에게 치과 치료가 정말 필요하구나 생각했어요.


앞으로 계획요? 지금까지처럼 재미나게 살고 싶어요.


재취업하고 싶은데 너무 빡빡하게 살기는 싫고요 일주일에 2일 정도만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푸르메나눔치과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그러고 싶어요.


올해 초에 퇴직하고 나서 스페인에 여행을 갔어요.

순례자의 길이라고 하는 길인데 야고보가 걸었던 길이래요.

말은 잘 안통했지만 외국인들과 농담따먹기도 하면서 친구가 되었지요.


혼자서 그 멀리 어떻게 갔냐구요?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놀라요.

저 마라톤도 해요. 지금도 7km 정도 뛰는 건 문제 없어요.



JSA방문행사 시 자원봉사사진 - 홀트학교 임웅학생화 함께


거침 없는 입담과 당당한 태도로

푸르메재단에서 '남자같은 분'으로 인식되고 있는 오길순 선생님.


씩씩하고 당찬 여성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 씩씩한 모습 아래에는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10월 10일에 장애청소년과 함께 갔던 판문점 방문행사에서도

홀트학교에서 온 파트너 웅이와 십년지기 친구처럼 다정하게 손잡고 다니셨지요.


오길순 선생님! 씩씩+따뜻한 그 모습 변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이재원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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