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모금으로 운영하는 장애인 학교-오스트리아의 장애인교육


광고부착된 스쿨버스

주차장에서부터 야트막한 경사로가 건물로 이어져 있다. 유럽연합(EU)의 법에 정해진 대로 만든, 경사가 4도인 경사로다. 우리나라의 법정 경사로는 6도 이하다. 3~4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아이들이 휠체어를 사용하여 이 경사로를 오른다. 3분의 1 정도는 일일이 옆에서 도와주어야 하는 중증 장애어린이들이다.


잘츠부르크 장애인학교는 꽤 규모가 커 보이는데 학생 수는 30명이다. 5명씩 한 반을 구성해 6개 반으로 운영된다. 의무교육은 6세에서 15세지만 정부에 신청해 허가증을 받으면 3년 더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학교에는 6세부터 18세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다닌다.


회의실로 들어가자 오스트리아 연방 사회복지부 산하 잘츠부르크 담당관인 라이문트 아르(Raimund Ahr) 씨가 우리를 맞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잘츠부르크 교육제도, 장애인학교의 재원조달과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학교모습

※ 찰즈부르크 학교 현황










































구 분


학교 수 장애 학생 수
초등학교 (1학년~4학년) 24 140(통합학교)
상위학교 (5학년~9학년) 12 179(통합학교)
특수학교 (1학년~9학년) 7 379
직업학교 6
중학교 9
고등학교 20



“장애인 문제는 나의 문제”..주민부조로 운영


 


잘츠부르크의 통합교육은 두 가지 면에서 이루어진다. 먼저 외국인을 오스트리아와 통합하는 문제이고 두 번째가 장애인과의 통합이다. 21% 주민이 외국인(2006년 1월1일 기준)이기 때문에 외국인과의 통합을 위하여 일반학교에 독일어 코스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유일하게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교육시키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잘츠부르크 장애인학교는 1980년, 27년 전에 생겼다. 지금의 건물은 2003년 한 통신사로부터 사들여 개조한 것이다. 장애인학교의 재원은 특이하다. 장애인을 위해 모금된 주민부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장애인 문제는 우리 문제”라는 인식하에 한 사람당 0.05유로씩을 낸다. 이 밖에 정부 지원 등 1년에 총 20만유로의 재원이 30명의 학생에게 투입되고 있다.


※ 장애인학교 재원조달

























구분 비율

잘츠부르크 시 재원


46%


주 지원

22%

16개 조약지역의 지원


22%

조약지역 외의 지원

10%

이어서 하메스 리글레(Hames Liegle) 교장선생님이 장애인학교의 시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는 오스트리아 장애인 교육의 산 증인과 같은 사람이다. 탁심통합학교에서 장애인 교육의 이력을 시작했는데 그곳은 오스트리아에서 거의 최초로 장애인 교육이 실시된 곳이다.


이 학교에는 6개 반에 8명의 교사가 있다. 6명의 담임교사와 특수 과목 교사 그리고 종교 교사가 있다. 과목별로 선생님을 두지 않고 담임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유는 학생들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교사 연봉은 4500유로라고 한다. 그 밖에 3명의 물리치료사와 2명의 작업치료사가 있다. 작업치료사는 특활담당으로 오후에 학교로 온다. 그리고 학생들의 식사와 휠체어 이용 등을 도와주는 사람이 7명 있다. 그외 관리인 1명, 청소담당 2명이 있다.


잘츠부르크 장애인학교는 종일학교로 7시50분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수업이 끝난다. 학습은 수업, 치료, 학습, 자유시간 등으로 구성된다. 1년에 2번 의사의 진단을 받는다. 이때 학생들이 다른 학생과 잘 어울려 지내는지 하는 문제까지 점검한다. 학부모는 오후에 어떤 것을 교육시키느냐(추가교육)에만 비용을 지불한다.


커뮤니케이션 교육 강조


교육은 의무교육과정과 신체 장애를 위한 교육과정으로 나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의무교육 과정에서도 읽고 쓰기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립생활에 필요한 것을 주로 교육한다. 신체장애 교육과정에는 ①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교육 ②컴퓨터 교육 ③운동교육(일반학교의 체육하고는 달리 혼자서 화장실 가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특수장치를 이용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다) ④수영 교육이 있다. 2주에 한 번씩 실시하는 수영 교육 때에는 학생들이 시설이 있는 곳으로 한꺼번에 방문한다. 특수학교 내에 수영장을 건설하자는 계획도 세웠으나 아이들이 너무 갇혀서 사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위해서 다른 시설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림책을 보며하는 수업장면

학교에서는 신체장애인을 위한 여타 특별 교육도 함께 이루어진다. 학교 들어오기 전 가정에 담당자를 파견하여 학교에 대해 설명하고 “이런 교육을 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담당 선생님 교육도 한다. 컨퍼런스도 개최하며 학생들에게 적절한 학교를 판별하고 추천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신체장애는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많다. 신체장애와 정신장애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복잡하다. 뇌에 이상이 있는 경우, 선천성 이상, 호흡장애를 겪는 학생 등이 있다. 해가 갈수록 몸의 기능이 약해지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은 결석이 많다.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몸이 아플 경우 집에서 쉬라고 한다. 감기라도 전염될 경우 위험한 학생들이 많다.


반은 연령이 아니라 인지능력에 따라 나뉜다. 1년에 한 번 반 편성을 새로 한다.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의 신경전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들의 상태에 따라 5명씩 한 반에 배치된다. 6개 반의 교실은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교실 안에 그네가 놓여 있는 등 놀이기구가 방의 중심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고, 일반 교실처럼 칠판과 책상이 한 방향을 향하여 놓여져 있기도 하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배려


학생들이 피곤하면 언제라도 누울 수 있도록 한쪽에는 매트리스가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이 배고픈 것도 금방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교실마다 한 켠에 작은 부엌이 있다. 교실에 마련된 개수대는 아이들의 키에 맞춰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한 학생이 수업을 받다 지쳐서 교실에 마련된 매트리스에 누워있다.

인지 정도가 높은 학생들의 반(11살~15살 학생으로 구성)은 일반학교의 교실과 비슷하다. 칠판 역할을 하는 스크린이 앞쪽에 놓여 있고 학생들이 3명, 2명으로 나뉘어 두 줄로 자리에 앉는다. 학생들이 앉은 자리에는 특별히 제작된 컴퓨터가 놓여져 있다. 책상 자체에 모니터가 부착되어 있다.


소아마비와 뇌 관련 장애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반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방문한 날 이 반의 학생들 5명 중 3명이 결석을 했다. 출석한 한 학생은 17살인데 정상학교에 다니다가 뇌암이 발견되어 이 학교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막 입학한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 주위에서 공부를 한다. 한켠에 놓인 옷걸이의 옷과 가방이 앙증맞다. 방문단이 이 교실로 들어서자 한 아이가 갑자기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8살인데 몸무게가 3.5kg밖에 나가지 않는 크리스티앙이라는 아이다. 가냘프지만 휠체어를 다루는 것도 능숙하고 힘도 세서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꾼다. 크리스티앙은 돌아다니다가 자신이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래” 하며 선생님에게 간다. 선생님이 이리 오라고 하자 정확하게 “나인”(아니오)이라고 말한다.


친구들과 함께한 크리스티앙

같은 반의 칼라는 컴퓨터 앞으로 가서 컴퓨터를 켜고 자신이 작업한 문서를 프린트해서 우리에게 건네준다. 칼라는 읽을 줄은 아는데 말은 못한다. 칼라가 작업하는 컴퓨터가 특이하게 생겼다. 왼쪽 편으로는 동그란 공모양의 마우스가 있어서 그것으로 손쉽게 원하는 위치로 갈 수 있다. 키보드 자리에 단단한 조각이 놓여져 있다. 조각 사이 구멍으로 손을 넣으면 글자가 쳐진다. 여러 개를 누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음식을 연습하는 교실에는 조리도구를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혼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중요한 수업이다. 오븐은 아래쪽에 놓여 있다. 조리도구의 탁자는 돌려서 높낮이를 맞출 수 있다. 불판은 음식을 데울 때에도 뜨거워지지 않도록 특별하게 설계되었다. 찬장은 밑에서도 무엇이 놓여 있는지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만들어졌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는 특이한, 낮고 작은 개수대가 보인다. 장애 정도에 따라 각자 알맞은 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누워서 샤워할 수 있는 도구도 마련되어 있다.


운동실에는 매트리스와 각종 기구가 놓여 있다. 천장으로부터 그물침대가 내려와 있다. 만져서 느끼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느낌이 독특한 천을 사용했다. 휠체어 보조 연습도구도 있다. 휠체어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 연습하는 도구다. 센서가 앞쪽에 부착되어 있는데 누워서 이동할 수 있다. 센서 작동을 고개만 잠깐 움직이는 것으로도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용기를 주게 된다.


에르고테라피(작업치료)를 위한 교실에선 작업치료실처럼 물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불을 끄고 음악을 연주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이 앉으면 뒤쪽으로 병풍처럼 놓인 기구를 두드려 귀를 자극하는 음악도구도 있다. 반응이 없던 아이도 소리를 들으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외에도 작은 배려들이 눈에 띈다. 복도에 여러 가지 재질의 것들을 놓아서 아이들이 걸으면서 느끼로록 한다. 휠체어 아동을 위해서 자동문을 설치해놓았는데 위험할 수 있어서 선을 그어 선 밖에서 기다리도록 해놓았다.


통합교육의 선택권은 장애학생에게 있다


장애학생이 원한다면 일반 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이 원칙이다. 잘츠부르크에는 청각장애와 언어장애 학교는 있는데 시각장애어린이를 위한 특수학교는 없다. 시각장애학생은 통합학교에 다닌다. 그럴 때 부모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때 학생들을 어디로 보내느냐를 상담해주는 것이 장애인학교 리글레 선생님의 역할이기도 하다.


리글레 선생님은 또 인근 탁삼 초등학교로부터 자주 상담 요청을 받는다. 장애인학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알프레드 벡 탁삼 초등학교(Volksschule Alfred Bäck Taxham, Intergrationsschule)는 오스트리아 통합학교의 초기 모델이다. 1969년 설립된 이 학교는 1975년에 통합과정이 설치되었다.


탁삼 초등학교 현관

장애어린이들이 온다는 방침이 정해진 직후의, 통합교육 초기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사비네 로이더(Sabine Roider) 교장은 “장애 아동이 온다고 손해보는 게 없었기 때문에 항의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장애아 부모의 요구를 수용해 이들을 받게 되었다. 내 아이도 정상아들과 함께 공부하게 해달라,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통합교육이 실시되면서 이 학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물리치료실과 작업치료실 등이 갖추어졌다.


탁삼 초등학교에는 257명의 학생 중 19명의 장애학생이 있다. 신체장애, 지능장애, 행동장애 등 장애종류는 다양하다. 이 중 3명은 3개 반에 1명씩 들어 있다. 장애아로 특별하게 인식되는 게 싫다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한 개 반에 한 명씩만 배치되었다. 그외 16명의 학생은 한 반에 5~6명씩 배치된다. 장애아가 있는 반에는 일반 교사 외에 한 명의 특수교사가 배치된다. 장애학생들은 통학차로 등하교를 하는데 이 비용은 시에서 댄다.


통합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의 잘 어울리고 있을까. “잘 도와주냐”는 말에 로이더 교장선생님은 “도움 없이 해야 된다고 가르친다”고 말한다. “비장애 학생에게도 도와줘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비장애 학생들에게 장애 학생과 어울리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주 후에 야외농장에 가는데 휠체어를 타는 애를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 등을 학급 회의 등을 통해서 결정하도록 한다. 글씨를 읽지만 생활에 다른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스스로 판단해 장애인학교로 옮긴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교장 선생님의 안내로 학교를 둘러보았다. 체육관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는 통합반을 참관했다. 이 반은 9살 학생들 반으로 총 20명 중 7명이 장애아동이다. 다운증후군과 행동장애, 지능장애 등의 학생이 포함되어 있다. 체육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특수교사가 계속 수업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교한 뒤 집에서의 상황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원을 한다. 연방주와 시가 50대 50으로 재원을 조달해서 지원한다. “휠체어가 필요하다” 등등의 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면 지원을 결정한다. 시각장애학생에게 듣는 것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컴퓨터를 지원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구둘래/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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