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목사 김정식
혹시 1980년대 코미디를 주름잡던 코미디언을 기억하는가? 단신에 오동통한 몸집으로 온 국민에게 웃음을 주었던 김정식이란 이름을 가진 코미디언.
그는 1990년 후반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TV속으로 사라졌고 대중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가끔씩 그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방송에서 그의 근황을 듣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니 열심히 살고 있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TV 밖에서 목사로서, 장애인들의 친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김정식 목사
‘장애인’으로 이어진 길
그는 여전히 작은 체구지만 에너지만큼은 넘쳐흐른다. 때로는 목사로, 때로는 라디오 방송국 본부장으로, 때로는 교수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러나 하고 있는 일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결국은 한 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갑자기 왠 장애인?’이라며 어리둥절하겠지만 이미 그는 꽤 유명하다. 다만 양지로 안 나왔을 뿐이다. “제 개인적인 명예와 부를 위한 언론노출은 안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니 일부러 밝힐 필요가 없죠.” 라고 말하는 그다. 그렇다고 숨어 다닌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뿐이다.
그는 1998년 방송 은퇴선언을 한 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그 곳에서 영화기획 및 제작에 관한 공부를 하다가 200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뒤 영상제작 공부와 함께 청소년 시절 때부터 관심을 자고 있던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나환자촌, 고아원 등에 공연하러 다녔기 때문에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환자촌으로 봉사활동 하러 갔을 때 , 나환자들에게 서슴없이 손을 내밀었다고 하니 그에게는 어쩜 소외계층에 대한 ‘편견’이 아예 없나보다.
그 후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면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홍보영상을 만들게 되었고 청각장애인들에게 보내는 ‘Fax보내기 운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봉사활등을 했다. 그 때 영향으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들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자비를 들여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영상제작’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목사 안수를 받아 정식으로 목사가 되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다 보니까 저절로 신학에도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래서 신학공부도 병행했죠. 어떻게 보면 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싶어서 목사가 된 것 같아요.”
사랑과 행복나눔-장애인들의 수술비 모금을 위한 방송
음지에서 양지로 이끄는 전도사
현재 그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라디오 21TV(http://www.radio21.tv)’에서 ‘밤의 대통령’이란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밤의 대통령’은 선교와 봉사를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토요일 저녁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진행한다.
처음에는 2005년 사랑의 소리방송에서 활동했었다. 사랑의 소리방송 본부장으로서 장애인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그러다 라디오21 TV로 옮겨 MC겸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라디오21 TV로 옮길 때 조건이 있었습니다. 올 연말에 라디오21 TV를 선교복지 방송으로 전환하고 PD, 작가 등 스텝들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는 조건이었죠. 제 주변에 미디어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들이 많거든요.”
KEPAD volunteer단과 분당 글로리아 교회가 함께 개최한 '2006 행복 콘서트'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김정식 목사
그는 장애인들과 만나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자꾸 음지로 숨으려 한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당당히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의 “장애를 이해하는 마음”과 장애인들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비를 들이면서까지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방송을 은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나오는 것은 ‘이해시키기’위해서입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장애’를 장애인들에게는 ‘경험의 중요성’을 말이죠. 우리가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은 ‘설득’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이처럼 김목사는 장애인과 함께 하는데 아낌이 없다. 한때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유명 코미디언이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던 연예인이었다.
그러나 그때보다 ‘목사’김정식의 삶이 훨씬 즐거워 보이는 이유는 진정으로 장애인을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장애인과 일터' 9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