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마음, 작가 고정욱


 


1. 동화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남 2녀를 두고 있다. 어릴 때 부터 동화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읽은 동화책 속에 장애인은 없더라. 다른 사람들이 다 쓰는 왕자와 공주 얘기보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장애에 대한 것을 쓰기 시작했다. 혹시 지구에서 사라진 질병이 뮌지 아나? 천연두와 소아마비다. 이제는 없어져 가는 뇌성마비에 대한 기록도 남기고 싶었다. 다행이 발표한 작품들에 대한 반응도 좋았고 해서 계속 쓸 수 있었던 것이다.


2. 백경학 이사와는 이번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나?

개인적으로 알아왔다. 대학동창인 김성구 샘터사 사장에게서 백 이사의 사연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 멀쩡하던 가족이 갑자기 사고를 당한 뒤 혼란과 고통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푸르메재단에 기부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책을 통해 재단을 알리고 인세를 기부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한 권 팔릴 때마다 작가가 1%, 그림작가가 1%씩 자기 인세 받는 것에서 떼어서 기부하고 출판사가 1% 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돈도 돈이지만 사람들이 동화책을 읽고 푸르메재단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 내 의도이다.


3. 현주라는 아이가 주인공인데 실제 주인공과는 어느 정도 닮아있나?

글쎄, 50% 이상 정도라고 생각한다. 백 이사 가족 얘기는 많이 들었고 글을 읽기도 했다. 글을 쓰기 위해 가족을 인터뷰했다.


4. 쓰신 동화책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아주 특별한 형」이라는 동화가 애착이 많이 가고 「가방 들어주는 아이」도 애착이 간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내가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준 작품인 것 같다.



5. 장애 친구들을 소개한 선생님의 동화책을 읽고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내 책을 읽은 뒤 장애인 친구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는 말이 가장 반갑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강제로 안 된다. 스스로 느껴야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어려서 읽은 책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속에 남아있지 않은가? 내 동화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뀐 아이들이 , 20년 후 어른이 되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할 것 이다. 동화책의 장점이 거기 있다. 그런 심정으로 동화를 쓰고 있다.


6. 나무를 심는 마음이라 할 만하다.

맞다. 푸르메 나눔치과도 그런 것 아닌가. 나중을 위해 씨를 뿌리는 거다. 아마 20~30년 후에는 푸르메 나눔치과도 없어져야 하는 세상이 올 거다. 장애인치과가 따로 있지 않아도 되는 세상 말이다. 그러면 나도 더 이상 장애를 주제로 동화책을 쓸 필요가 없을 거다. 장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린다.


7. 우리사회에 아직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적은 것 같다.

그렇다. 선진국에서 마트에 내가 나타나면 사람들이 하던 동작을 멈춘다. 비켜주는 것이다. 카트를 멈추고 선반 쪽으로 물러서서 내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만큼 배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물건 집기에 바쁘고 심지어 카트에 부딪힌 적도 많다. 그러한 것들이 당장 해결되기는 힘들고 시간이 지나야 될 거다. 지금도 정말 많이 좋아진 게 사실이다.


8. 장애인 작가나 예술가 작품에서 장애가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작품에 대해 퀄리티를 의심하고 편견을 가지고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장애를 소재로 하는 것과 작품의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이다. 장애를 다룬 많은 창작물들이 대중에게 외면 받게 되는 이유는 보편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편성이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기 힘든 이유가 있다.


어려서부터 비장애인과 격리돼 살아가게끔 강요받고 있다. 나는 운이 좋았다. 어머니에게 업혀서 일반학교를 다녔다. 일반학교를 졸업해 대학교를 다녔다. 장애인들도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제도권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받을 권리, 이동권, 접근권이 보장되야 한다. 소설을 쓰려면 취재도 해야 하고 이 곳 저곳 가봐야 되지 않겠느냐.


9. 통합교육이 정말 필요하다. 6년간 업어서 학교에 보내주신 어머님에 대해 쓰신 글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랬다. 만일 그 당시 특수학교에 다녔다면 지금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아파도 학교에서 죽겠다는 결심으로 다녔다.


비장애인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나이에 이미 깨달았다. 어머니는 건강하게 살아계신데 잘 못해드린다. 장애를 가진 아들로서는 독립해서 신세안지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효도이고 많은 장애인들의 목표다. 사실 주위의 장애인들은 나에게 ‘넌 장애인도 아냐’라고 한다. 직업도 가지고 돈도 벌고 가정도 꾸리고 독립해서 잘 살고 있으니 그렇게 얘기한다.



10. 장애를 극복한 사람의 한 명으로 인정받는 것 같다. 그러한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장애극복이나 성공장애인 등의 개념은 안 좋아한다. 물론 장애인이 인정받는 사회로 가기위한 첫걸음으로는 초기에는 성공한 장애인에 대해서 자꾸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특히 어린이들에게 있어서는 성공장애인이나 장애극복에 대해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다.


11. 「나 때문이야」 읽어보고 눈물이 핑 돌더라. 어른에게도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이번 책도 뜨거운 반응이 있을 것 같다. 반응은 조금 있나?

아직 나온 지 얼마 안되서 반응을 느끼지는 못하겠다. 출판사가 마케팅을 잘 하는 곳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될 것 같다. 많이 팔려서 기부 많이 하게 되면 좋겠다.


고정욱 선생님은 자신의 작가 인생에 대해서 운이 좋았던 거라고 강조했다. 그 얘기 뒤에는 다른 장애인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짙게 깔려있었다. 아이들이 변화하고 조금씩 생각이 변화해야 장애인의 미래가 변화할 거라는 생각에는 나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 현주가 “나 때문이야”라고 외치지만 사실 현주 때문에 그렇게 큰 고통이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강조하고 있다. 그들의 고통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없는 사람들의 시선과 열약한 복지․ 의료 체계 때문임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나 때문이야」는 아이들 이전에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인 것 같다.


<글▪사진=성용욱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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