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삶
김 유 미
푸르메재단 간사
늦은 밤 버스에서 내리는데 밤공기의 냄새가 너무 좋았다. 오랜만이었다. 밤공기가 이렇게 상쾌하게 느껴 본적은...적당히 습기차있으면서도 상쾌한 밤 이였다.설 연휴가 짧았던 탓에 설 연휴 내내 이곳저곳 인사드리러 다니느라 버스에서도 내내 졸고 너무 피곤해있었던 몸도 한결 가뿐해진 기분 이였다.
밤공기에 기분이 좋아진 것과 동시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는 많은 것 을 평소엔 많이 지나치면서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나는 불평불만이 꽤 많은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안 되면 내 탓 보다 남의 탓 을 더 많이 하고, 내 스스로에게 콤플렉스도 많고 바라는 것도 많았다. 한마디로 나는 뭔가가 늘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푸르메재단은 처음엔 나에게 2달간의 일자리였을 뿐 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나의 인식은 그저 불쌍하고 힘없는 사람들이라는, 누구나 생각하는 그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고, 내가 장애인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일하기란 나에겐 어려운 일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진심으로 호소를 해야 할 많은 상황에서 내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을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달라고 말하긴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기후원을 신청 할 때도 내 마음에 약간의 작은 갈등이 있었다. 만원이라는 돈이 나에게 쓸 때는 작은 돈 이지만 남을 위해서 쓸 때는 큰돈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며칠 전 강도를 잡아서 받은 포상금을 푸르메재단에 기부했던 양병수씨의 아들을 경찰청에서 초청해서 푸르메재단과 함께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양병수씨의 아들은 다운증후군이었는데, 핫 쵸코가 맛있다며 환하게 웃는 얼굴과 처음 보는 나에게 주저 없이 내미는 손이 참 인상 깊었다.
행사 후에 찍은 그 아이의 사진들을 보니, 사진들은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부장님 말로는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 해서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다운증후군을 ‘행복한 병’이라고 한다고도 했다.
잠깐이었지만, 그 아이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가끔은 울적하고, 가끔은 속상해하며 지냈는지, 내 스스로를 반성해보게 되었다.
내가 매일 보는 일상을 단 한번이라도 보기를 소망하는 이들도 있을 테고,
한번이라도 사랑하는 이나 가족의 목소리를 듣기를 바라는 이들도 있을 테고,
멀쩡한 두 다리로 자신이 원하는 모든 곳을 가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리고 세상엔 이보다 더 많은 장애들이 있을 텐데...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인 듯 감사하며 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르메재단에서 만난 장애인분들은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활기차고, 밝으신 분들이었다. 불편한 몸으로 더 힘드신 분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자원봉사 하시러 오시는 분들을 보며 마음이 따뜻했다.
이들은 봉사라기보다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남들이 마다하는 것을 진심으로 웃으며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봉사정신만으로는 부족한 일 일 거라는 내 생각이지만 말이다.
나는 내가 푸르메재단 에서 느낀 것이 두 달간만의 마법이 아니라 앞으로도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것임을 스스로 다시 되새겨 본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내 스스로의 행복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나누는 사랑이 얼마나 큰 것 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