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혜성을 보았습니다.

 



혜성을 보았습니다.

아틀란타에서 인천공항으로 운항 중이었습니다.

북위 79도, 서경 176도, 앵커리지로부터 1,800KM, 북극으로부터 1,300KM,고도 10,600M, 소련 마가단 상공에서 정말 운명처럼 혜성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007년 1월 10일 오전 9시 36분경입니다. 


약 두 시간 전에 나타났다가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그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의 항로를 바꾸니 사라졌던 혜성이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났습니다. 너무 멋있는 꼬리를 달고 있었습니다. 혜성에는 아무도 살지 않기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물을 수 없지만 혜성은 어디론가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어느 별로 흡수(아마 충돌, 영어로 딥 임팩트)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별과 충돌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혜성을 보았습니다.

아틀란타에서 인천공항으로 운항 중이었습니다.

북위 79도, 서경 176도, 앵커리지로부터 1,800KM, 북극으로부터 1,300KM,고도 10,600M, 소련 마가단 상공에서 정말 운명처럼 혜성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007년 1월 10일 오전 9시 36분경입니다.


약 두 시간 전에 나타났다가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그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의 항로를 바꾸니 사라졌던 혜성이 거짓말처럼 다시 나타났습니다. 너무 멋있는 꼬리를 달고 있었습니다. 혜성에는 아무도 살지 않기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물을 수 없지만 혜성은 어디론가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어느 별로 흡수(아마 충돌, 영어로 딥 임팩트)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별과 충돌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혜성이 지구 궤도 근처에 나타나면, 천문학자의 예측과 방송매체들의 친절한 기사가 나와야 하는데, 전혀 그런 기사를 볼 수가 없으니....... 지표면 위로 바로 스쳐가듯이 보이니, 지구를 살짝 비켜 나간 것 같았습니다.갑자기 지구를 혜성의 충돌로부터 보호해야하는 독수리 5형제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지구에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 이름 모를 저 혜성을 찍은 최초의 지구인이 된 것 같습니다. 어릴 적에 헬리혜성이 오는 소식에 상상의 나래를 펴고 꼭 저 별에 올라가서 어린 왕자가 남겨둔 그 꽃을 보고 싶었는데....... 혜성을 본 순간 그런 낭만은 없어지고, 저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이 세상이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과나무를 심을 시간도 없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고, 늦기 전에 새봄이 오면 우리 집 마당에 한 그루 사과나무를 더 심어야겠습니다. 스피노자가 진짜로 사과나무를 심었을까요?


 갑자기, 꽃하고 별이란 말에, 오늘 기장님께서 출발 전에 객실 승무원들과의 합동 브리핑할때 우리들의 자세를 돌아보시자면서 들려주신 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시를 읊으시던 기장님이 갑자기 존경스럽게 보였습니다. 하늘을 움직이는 거대한 비행기를, 감정이 없는 기계를 다룬다고 다 감정이 메말라 있지는 않습니다.


 



오래 오래 꽃을 바라보면

꽃마음이 됩니다.


소리없이 피어나

먼데까지 향기를 날리는 한 송이 꽃처럼

나도 누구에게나

기쁨의 향기를 전하는

꽃마음, 고운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오래 오래 별을 올려다보면

별마음이 됩니다.

하늘 높이 떠서도

뽐내지 않고 빛을 뿜어내는 한 점 별처럼

나도 만나는 이들에게

밝은 빛을 건네주는

별마음, 밝은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스카이 까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우주쇼를 공짜로 즐기는 이 직업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너무 부러워하지는 마세요. 아래는 땅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가지만 눈 덮인 얼음판이고요, 밖의 온도는 영하 65입니다. 연료 결빙을 걱정하고 있고요, 우주에서 오는 방사능을 온몸으로 맞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지구상에 어떤 곳도 자연 방사선으로부터 자유스러운 곳은없답니다. 우리가 비행하는 북극 항로는 비행 전에 충분히 안정성을 점검하고 비행하기에, 그렇게 걱정스러운 상태는 아닙니다. 많은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지만, 약간의 스트레스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듯이, 약간의 방사능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평소 이곳 구간은 겨울철에 오로라가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모두가 잠들어있는 시간에, 비행의 활력소가 되고 있지요. 지루한 비행에 잠깐이라도 넋을 놓고 보고 있노라면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지루함을 잊었지만, 실은 그 오로라가 우주 방사능 물질이 자기장이 약한 극지방으로 들어오면서 지구 자기장과 충돌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지금 시간은 12시 정각.

혜성이 태양빛에 흡수되어 사라졌습니다. 다시 또 만나지려나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해가 남서쪽에 뜨네요.


 



혹시, 스피노자가 진짜 사과나무를 심었는지, “별 마음, 꽃 마음“이란 시가 어느 분의 작품인지, 그리고 왜 해가 남서쪽에서 떳는지 아시는 분 어디 없나요? 연락주시면, 제가 제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하우스맥주 전문점 옥토버훼스트에서 둥클레스로 모시겠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은, 제게 둥클레스 사시면 알려드리지요.


신년에 혜성을 만나서, 반가움에 인사드립니다. 올해는 모두가 맡은 분야에서 혜성과 같은 분들이 되길 기대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황철호씨는

항공대학을 졸업한 뒤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국제노선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수백명이 탄 여객기를 몰고 전세계를 누비기도 하고 때로는 텅빈 화물기로 작은 공항을 찾아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 달의 삼 분의 일을 이국 땅과 비행기 위에서 지내야하고 시차가 뒤바뀐 생활을 해야 하지만 틈만 나면 푸르메재단을 위해 활동하는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푸르메병원이 착공되면 그동안 갈고 닦은 목공기술을 발휘해 멋있는 정자를 짓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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