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아요! 캠페인] 심상정, 장애인이 불편한 사회는 민주사회 아냐














심상정 "장애인이 불편한 사회는 민주사회 아냐"
장애인들이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사회
#장면1.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조세법안 심사소위원회


심의에 올라온 80여 개 법안 중 90%는 세금을 깎아달라는 법안들이다. 이런 법안들은 대개 보수언론을 통해 민생법안으로 소개된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주자는 법안을 심의할 때 일이다.

내가 묻는다.


“장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감면 총액이 얼마나 됩니까?”


“800억입니다.”


“그럼 이 법안은 얼마짜립니까?”


“그건

1600억입니다.”


“그러면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면 일자리가 몇 개나 만들어질 수 있겠습니까?”


“의원님, 아직 법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추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요. 그럼 작년에도 감면해준 기업이 많은데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났습니까?”


“의원님, 죄송합니다. 아직 자료가 준비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재작년 것은 점검이 됐습니까? 감세로 인한 고용창출효과가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어이 과장, 그거 내가 진작에 준비하라고 안했나! …… 의원님 죄송합니다. 자료가 아직 준비되지 않아서….”


참다못한 내가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 뭘 근거로 법안심사를 하라는 겁니까! 국민의 혈세를 깎아주면서 사후 점검도 전혀 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이때 재경부 차관이 벌떡 일어서서 90각도로 절을 한다.


“의원님, 달라진 17대 국회환경에 적응하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심의는 계속된다.


모 여당의원이 묻는다.


“장관, 이 법안 얼마짜립니까?”


“800억짜립니다.”


“그래요, 이거 몇 푼 안 되는데 해줍시다.”


모 야당의원도 말한다.


“장관 이건 얼마짜리예요?”


“그거 약 1600억 정도 됩니다.”


“의원님들 이거 얼마 안 되는데 해줍시다.”


기업들에게 800억, 1600억 세금을 깎아주는 데 고작 1, 2분밖에 안 걸린다.

나는 법안을 처리할 때마다 갈등한다. 국회 재경위에는 민주노동당이 지지할 만한 법안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매번 딴지만 거는 사람 취급되면 정작 중요할 때 말발이 서질 않으니 의사표시에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잠시 망설이던 나는 기어이 제동을 걸고 만다.

“잠깐만요.”


“그 800억을 효과도 검증되지 않는 기업들에게 거저 줄 게 아니라 장애인들 저상버스 도입에 먼저 써야 하질 않겠습니까? 또 1600억이면 결식아동들 1년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인데 그걸 왜 기업들에게 줍니까?”


#장면2. 국회 앞 거리 농성장


장애인들이 벌써 40일이 넘도록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다리도 불편하고 손도 틀어지고 말도 수월치 않은 중증 장애인들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면서 삭발하고 목숨을 건 단식까지 하면서 대한민국 국회를 향해 호소한 것은 ‘쟁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참으로 소박한, 그러나 너무도 절박한 요구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중증 장애인들 중 절반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집 밖에도 못 나간다. 이동을 할 수 있어야 공부도 하고 일도 할 수 있을 것 아니냐. 차도와 인도 사이의 높은 턱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10미터도 전진할 수가 없다.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저상버스도 없질 않느냐.’

그들의 증언은 계속되었다.


장애인들은 년 800억씩 5년간 투입하면 전국에 저상버스를 도입할

수 있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기업에 800억을 주는 데는 1분밖에 안 걸리는 대한민국 국회가 장애인들에게는 800억을 선뜻 배정하지

않았다. 대신 대한민국 정부는 그 엄동설한에 휠체어와 휠체어를 서로 쇠사슬로 묶고 절규하는 그들에게 전투경찰을 투입하여 영등포 경찰서 유치장에 가두었다. 장애인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었다.


2004년 겨울,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드디어 통과되었다. 장애인이동정책위원회와 강력한 처벌조치가 빠진 아쉬움은 있지만 민주노동당의 핵심요구가 거의 수용되었다. ‘이동권’을 명시하여 교통수단 이용에 있어 차별을 받고 있는 이들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고 가장 논란이 되어온 ‘저상버스 의무 도입’이 강제된 것이다.


지금까지 장애인 관련 정책들이 국가의 온정주의, 국가 정당성 확보, 국제적인 압력 등에 의해 확보되어 왔다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에 관한 법’ 통과는 장애인들의 끈질긴 투쟁의 성과였다. 40차례의 버스타기 행사, 39일 동안의 목숨을 건 단식, 수많은 지하철 선로 점거투쟁, 55만 명에 달하는 서명운동 등 3년 여에 걸친 장애인들의 처절한 투쟁이 이루어낸 것이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하여 최초로 통과시킨 법안이 장애인들을 위한 법안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민주노동당은 통과된 법안이 강력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예산확보와 추가 법개정을 추진할 것이고 지역차원에서 지자체를 감시하고 장애인 이동권을 확보하는 조례제정운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작은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불편한 사회는 아직 민주사회가 아니다. 장애인들이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사회야말로 진보 정치가

꿈꾸는 사회이다. 민주노동당은 장애인들의 행복찾기의 길에 가장 가까운 길동무가 될 것이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나와 노동운동에 투신하여 노조결성, 쟁의 및 구로동맹파업

주동자로 10여 년 간 지명수배 생활을 하는 등 노동자와 함께 하는 길을 걷고 있다. 전노협 쟁의부장, 쟁의국장, 조직국장을 거쳐,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을 역임하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서 진보적 경제정책을 만들고 여성노동자의 지위를 향상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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